본문 바로가기

논픽션32

[책 감상/책 추천] 올리비아 얄롭, <인플루언서 탐구> [책 감상/책 추천] 올리비아 얄롭,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유튜브 등의 ‘인플루언서’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 위치에 오르게 된 걸까? 그들이 실제로 재능이 있어서? 아니면 단순히 운일까? 그들이 정말 그 물질적 성공과 명성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인플루언서들을 보며 그렇게 생각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원래 광고 업계에서 일하다가 ‘인플루언서’들의 등장 및 성장으로 인해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일해야 하는 자리에 오게 되었다. 저자는 스스로도 (성공한) 인플루언서가 되려고 노력해 보면서 이 책을 썼다. 제목대로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탐구이다.나는 솔직히 다소 보수적인 성격이라서 그런지 인플루언서에 대한 동경이나 부러움은 없다. 아니, 내가 내향적이라 남들 앞에 나서기 싫어해서 그런 건가? .. 2024. 9. 16.
[책 감상/책 추천] 박정연, <나, 블루칼라 여자> [책 감상/책 추천] 박정연,   화물 노동, 플랜트 용접, 먹매김, 형틀 목수 등 남초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해 모은 책.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건설 현장 같은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많은 곳에서도 각각 맡은 일이 다를진대, 솔직히 나는 그 많은 직종들을 다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블루칼라 (여성) 노동자를 만나며 많이 배웠다. 물론 내가 제일 좋았던 건, “여자가 여자를 돕는다”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였다. 먹매김 전문가 김혜숙 씨는 “그래서 여자들이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자신의 노하우를 다른 여성 노동자들에게 기꺼이 알려준다고 말했다. “안 그러면 욕 얻어먹으니까. 제가 설움을 당했으니까 그 설움.. 2024. 9. 11.
[책 감상/책 추천] 레이첼 E. 그로스, <버자이너> [책 감상/책 추천] 레이첼 E. 그로스,   이 책의 저자는 세균성 질염으로 고생하다가, 딱히 치료 방법이 없다는 말에 정말 마지막 수단으로 (의사의 말을 빌리자면) “엄밀히 말하면 쥐약”인 붕산을 질정으로 삽입했다. 열흘간 꼬박꼬박 처방을 따르던 어느 날, 새벽 3시에 일어나 반쯤 덜 깬 채로 화장실에 가서 질에 넣어야 할 붕산을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넣어 버렸다! 다행히 위세척까지는 할 필요가 없었고 저자는 무사했다. 이 일은 저자로 하여금 “내 생식기에 관해 내가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계기였고, 이는 또한 “이 책이 탄생한 순간”이었다.책 제목으로 쓰인 ‘버자이너(vagina)’는 여성 생식기나 질을 뜻한다. 당연히 책의 초점도 여성 생식기에 맞추어져 있다. 남성의 생식기에 .. 2024. 9. 9.
[책 감상/책 추천] 박상현, <친애하는 슐츠 씨> [책 감상/책 추천] 박상현,   저자 박상현은 대체로 미국 뉴스에서 찾은 흥미로운 기사를 번역해 소개하는 ‘오터 레터’라는 뉴스 레터를 발행하는데, 이 책은 ‘오터 레터’에 소개된 글들 중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적절한 글을 골라 엮은 것이다. 이 책은 1부 ‘여자 옷과 주머니 - 얼마나 많은 차별이 무지에서 비롯되는가’와 2부 ‘친애하는 슐츠 씨 - 인류의 낡은 생각과 이에 맞선 작은 목소리들’로 구성된다. 각 부(部)에서 흥미로웠던 꼭지를 하나씩 소개할까 한다. 일단 1부에 ‘여자 옷과 주머니’ 꼭지에서는 제목 그대로 여자 옷에 주머니가 남자 옷만큼 많이 또는 잘 달려 있지 않은 이유를 살펴본다. 사실 이건 유구한 역사가 있다. “서양에서 남자 옷은 항상 여자 옷보다 더 발전된.. 2024. 8. 9.
[책 감상/책 추천] 구구, 서해인, <작업자의 사전> [책 감상/책 추천] 구구, 서해인,   여성 작가들의 책을 소개하는 뉴스레터 ‘들불 레터’를 운영하는 구구와 대중문화 뉴스 레터 ‘콘텐츠 로그’를 발행하는 서해인이 쓴, 사전형 에세이. 두 저자가 작업자로 일하며 마주친 단어 100여개를 간단하게 정의하는 짧은 글들의 모음인데, 웃길 때도 있고 감동적일 때도 있고 비판적일 때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거절’, ‘공유오피스’, ‘구독’부터 시작해 ‘핏(fit)’, ‘해시태그’, 그리고 ‘후킹’으로 끝나는 일련의 단어들은 보통의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따라서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참신한 해석이 기대될 것인데, 내가 보기엔 썩 잘했다. 개인적으로 제일 충격적이고 신선했던 정의는 이거다. 구구 작가는 ‘집중력’이란 단어를 이렇게 정의했다.SNS.. 2024. 8. 8.
[책 감상/책 추천] 남유하, <호러,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책 감상/책 추천] 남유하,   나는 쫄보다. 호러물은 절대 못 본다. 내게 문신과 호러는 비슷한 느낌이다. 남이 좋아한다고 하면 말리거나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걸 할 생각은 절대 없는 그런 것이랄까. 그런 내가 ‘로맨스 쓰는 호러 작가’의 에세이를 읽은 이유는 단 하나다. “도대체 호러의 무엇이 좋다는 거지?”라는 궁금증을 풀고 싶어서다.이 저자로 말할 것 같으면, 이보다 호러에 대해 더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1장은 ‘호러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어릴 적에 어떻게 겁 없이 호러를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는지를 담고 있다. 어릴 적에 겁이 많았던 저자는 무서운 꿈을 꾸고 나면 엄마아빠에게 달려가 같이 자고는 했는데, 어느 날이 어머니께서 이러셨단다.. 2024.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