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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월말 결산] 2024년 5월에 읽은 책들

by Jaime Chung 2024.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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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에 읽은 책들은 총 11권.

⚠️ 아래 목록에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 부분을 클릭하면 해당 서적에 대한 서평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퍼링크가 없는 책은 서평을 따로 쓰지 않은 책입니다. 그 경우, 별점 아래에 있는 간략한 서평을 참고해 주세요.

 

송은호, <앓아누운 한국사> ⭐️⭐️⭐️
올해 내가 정한 독서 챌린지 중 하나는 ‘역사 도서 읽기’다. 그래서 역사와 관련한 책을 읽으려고 여러 권 시도해 봤는데, 이것 역시… 이걸로 내 챌린지를 완료하고 싶지 않다. 내가 역사를 잘 모르긴 해도, 이건 딱히… 병치레로 읽는 역사라는 주제는 흥미로웠지만, 책 자체는 내 생각만큼 흥미롭지 않았다. 한국 역사 속의 인물 한 명을 질병의 관점으로 소개한 후, ‘앓아누운 세계사’라는 짤막한 코너에서는 해외의 인물이 가졌던 질병을 밝히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책 전체에서 조명되는 여성은 딱 한 명, 엘리자베스 1세뿐이다. 그나마 앓아누운 세계사 코너에 등장하므로 분량도 짧다. 세계사는 둘째치고 한국사에서 병을 가진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단 말인가? 소개되는 인물도 대체로 왕, 그것도 조선 시대 왕이다. 근대사 인물은 김유정과 이상, 딱 두 명이다. 성비도 구린데 한국사 내 시대적 다양성도 부족하다. 어차피 내가 이 책에 큰 애정을 가진 것도 아니니까 이 정도로 해 두겠지만, 딱 한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시리즈로 더 만들기 좋은 주제인데 만약에 다음 권이 또 있다면 여성 인물을 더 많이 소개해서 1권과 2권의 성비를 좀 맞춰 주면 좋겠다. 끝!
여성 경찰 23인, <여성, 경찰하는 마음> ⭐️⭐️⭐️
현직 여성 경찰들 23인이 쓴, ‘여성으로서 경찰 일을 하는 경험’에 대해 쓴 글을 모아 엮은 책. 23인의 글 31편이 모두 매끄럽게 잘 쓰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솔직하게 쓰였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여성 경찰들의 경험에 대해 더 읽고 싶으신 분에게는
원도 작가의 <경찰관속으로>를 추천한다.
쓰지 유미, <아이들은 어떻게 베스트셀러를 만들었을까> ⭐️⭐️⭐️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이 최고의 문학 작품을 선정하는 ‘고등학생 공쿠르상’에 관해 일본인 저자가 취재한 내용을 담은 논픽션. 읽으면서 내내 그 고등학생들이 참 부러웠다.
심완선, <아무튼, 보드게임> ⭐️⭐️⭐️
영혼이 보드게임에 흡수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보드게임을 열렬히 사랑하는 저자가 쓴 에세이. 짧지만 재미있다. 게임, 도박에 관한 이론을 배울 수 있는 건 덤.
머리사 멜쳐, <디스 이즈 빅> ⭐️⭐️⭐️⭐️
’웨이트워처스’의 설립자인 진 니데치의 삶과 작가 본인의 삶이 교차하며 그 시대와 현재의 다이어트 문화를 보여 주는 훌륭한 논픽션. 리디 셀렉트에서 거의 유일하게 건질 만한 책이다,
츠바키 이즈미, <월간 순정 노자키 군 12>, <월간 순정 노자키 군 15> ⭐️⭐️⭐️⭐️
왜 12권과 15권이냐고 한다면, 최근에 15권이 출간되어 읽으려던 참에, 내가 12권을 건너뛰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노자키 슬슬 사쿠라에 대한 마음을 자각하는가…! 얼른 둘이 사귀게 해 주세요!
리처드 홀먼, <크리에이티브 웨이> ⭐️⭐️⭐️
창조적인 일을 할 때 많은 이들이 느끼는 ‘악마’들, 그러니까 미루기, 백지, 의심, 관습, 제약, 비판, 도둑질, 우연, 실패, 실망을 무찌르는 방법을 알려 주는 논픽션. 글쓰기든 그림 그리기든 음악 만들기든 시작하기 전에 두려움이 든다면 일단 이 책부터 읽는 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나탈리 헤인스, <천 척의 배> ⭐️⭐️⭐️⭐️
대체로 트로이 전쟁 위주의 고대 희랍 신화를 바탕으로 그 안의 여러 여성 인물의 삶을 그들의 압장에서 상상해 쓴 소설. 트로이의 헬렌도 등장하긴 하는데 그보다는 관심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여인들, 예컨대 헤카베(헥토르의 어머니이자 트로이의 왕인 프리아모스의 아내, 왕비)나 안드로마케(헥토르의 아내이자 헤카베의 며느리), 카산드라(예언 능력을 가진, 헤카베와 프리아모스의 딸) 등이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다. 이 책 리뷰에 비슷한 주제, 그러니까 고대 희랍 신화 속 여성 인물들을 ‘다시 쓴’ 작품들을 여럿 추천해 두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참고해 주시길.
사예 글/윤성 그림, <나는 식이장애 생존자입니다> ⭐️⭐️⭐️⭐️
거식증과 폭식증 등 식이장애를 앓았던 글쓴이 사예가 털어놓는 식이장애 이야기. 글쓴이는 고등학교를 특목고로 진학하며 학업 스트레스에 식이장애가 시작되었고, 그 기나긴 여정은 거의 대학 졸업 때까지 계속되었다. 다행히 글쓴이는 이제 완치되었지만,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글을 쓰고 그림 작가 윤성의 도움을 받아 ‘사예툰’으로 이를 담아냈다(저자가 우울증을 앓았을 때의 이야기를 담은 <마음은 파란데 체온은 정상입니다>도 마찬가지). 내가 이전에 봤던, 식이장애를 가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To The Bone(투 더 본)>(2017)에서 본 것과 똑같은 증세가 나와서 놀랐다. 예컨대 팔뚝이 한손으로 잡히는지 감아 보는 거라든가, 음식을 먹고 나서 살이 찔 것 같은 두려움에 이를 뱉거나 과격한 운동으로 칼로리를 소모해 버리려고 하는 것 등. 저자는 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결국 치료를 받고, 또 스스로도 무척 노력해서 완치가 되었기에 정말 다행이다. 식이장애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분들, 또는 식이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될, 짧고 (거의 300쪽 가깝긴 하지만 한 쪽에 두 컷이 배치되어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진솔한 책이다. 식이장애와 관련해, 해들리 프리먼의 <먹지 못하는 여자들>도 아직 읽을 책 목록에 남아 있으니 읽게 되면 리뷰를 올릴 예정.
하재영,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이라는 부제목처럼, 모녀가 같이 썼다고 봐도 무방하다. 저자의 어머니가 당신의 삶을 구술하면 저자가 이를 받아 적고, 그다음에 저자가 딸로서 보고 느낀, ‘해석’한 어머니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마 우리나라 K-딸들은 다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제일 충격적이고 놀라웠던 부분은 어머니가 딸(저자)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던 일화를 이야기하면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분석을 곁들인 부분이었는데, 아니 어떻게 그렇게 잘 들어맞고 정확한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역시 지혜로운 사람들의 통찰은 시대를, 문화를 막론하고 적용이 가능하구나. 진짜 많은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어휘편> ⭐️⭐️⭐️
자칭﹒타칭 ‘우리말 달인’인 저자가 알려 주는 바른 우리말. 이 책의 특징이라면 저자가 ‘다른 책에서는 이러이러하게 말하지만, 그것은 그 책들(또는 그 저자들)이 업데이트가 안 되어서 그런 것이고, 이것이 최신이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 계속 바뀌는 우리말 지식을 계속 제공하겠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는 것? 자신이 이전에 쓴 책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업데이트된 우리말 규정에 맞지 않게 되어 절판시키고 새책을 썼다고 말할 정도니까, 그 점은 믿어도 될 듯. 개인적으로는 ‘다른 책에서 이러이러한 것들은 외국어 번역 어투다, 쓰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어 대중이 쓰고, 또 어문 규정에도 벗어나지 않는다면 굳이 피해야 할 필요가 없다’라는 입장을 취하는 게 신기하고 또 신선했다. 우리말 공부를 위해 읽으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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