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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이창욱, <한입에 쓱싹 편의점 과학>

by Jaime Chung 2024.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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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이창욱, <한입에 쓱싹 편의점 과학>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편의점을 배경으로 해서, 그곳에서 파는 식품과 제품들에 담긴 과학을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책. 읽을 때는 몰랐는데 다 읽고 나서 보니 ‘청소년’ 분류에 속해 있었다… 음, 내 과학 지식이 그 정도인 거 인정.

 

저자가 <어린이과학동아> 기자라 그런지 정말 글을 쉽고 재미있게 잘 쓴다. 이 정도면 청소년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예컨대, 이 인용문을 보시라. 과학적으로 봤을 때 삼각김밥을 맛있게 만드는 법은 따뜻한 라면 국물에 찍어 먹는 것이다!

그런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알파 녹말)을 그냥 놔두면, 녹말 사슬 사이의 물 분자가 빠져나가며 딱딱하고 맛없는 식은 밥(베타 녹말)으로 변합니다. 호화와 반대로 알파 녹말이 베타 녹말로 변하는 현상을 밥의 ‘노화’라 하는데, 섭씨 0도 근처에서 물의 함량이 30~60퍼센트 사이일 때 가장 잘 일어납니다. 어, 0도라고요? 그렇습니다. 쌀로 만든 또 다른 음식인 떡을 냉장실에 넣으면 딱딱하고 맛없어지는 이유가 바로 녹말의 노화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먹다 남은 떡은 냉장실보다는 냉동실에 바로 넣는 것이 나은데, 녹말 사슬 사이의 물 분자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급히 얼어붙어서 노화 현상이 늦어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냉장 판매되는 삼각김밥의 밥알이 딱딱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공식적으로 삼각김밥 회사에서는 삼각김밥을 약 20초 정도 전자레인지에서 데우길 추천하고 있습니다. (데우지 않는 사람들아, 봤느냐!) 하지만 데우면 김이 눅눅해진다면서요? 오호라, 저에겐 삼각김밥을 데우는 사람과 데우지 않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신묘한 계책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따뜻한 라면 국물에 삼각김밥을 찍어 먹는 겁니다. 라면 국물에 밥을 말 때는 오히려 갓 지은 밥보다는 식은 밥이 더 어울립니다. 식은 밥은 수분이 부족하므로 라면 국물을 잘 흡수하여 국물의 맛을 품게 되죠. 반대로 갓 지은 밥은 수분을 이미 충분히 함유하고 있어서 국물을 흡수하기는커녕 라면 국물을 싱겁게 만들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밥알도 즐기고 맛있는 라면도 먹고, 그러니 이전부터 모두 삼각김밥을 컵라면에 곁들여 먹어 왔던 게 아닐까요?

 

‘전자레인지’ 꼭지에서는 전자레인지로 할 수 있는 실험도 두 가지 알려 주는데, 그중에 ‘플라스마 만들기’를 공유하니 여러분도 한번 해 보시라.

실험 2. 포도알로 플라스마 만들기

포도알만 있으면 번개, 아니 플라스마를 만들 수 있다니 마법사 부럽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전자레인지로 해리 포터가 되어 보세요! 물론 안전에 유의하고요.

  • 준비물: 전자레인지, 포도알, 칼, 작은 플라스틱 통
  • 난이도: ★★★★ (위험할 수 있음)

※경고: 전자레인지가 다칠 수 있습니다.

(1) 포도알 하나를 반으로 자릅니다. 끝부분을 살짝 남겨 놓아 잘린 포도알이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2) 포도알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플라스틱 통을 뒤집어 덮어씌웁니다. 발생하는 플라스마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3) 전자레인지를 15초 정도 돌려 봅니다. 화르륵! 포도알에서 갑자기 붉은 빛이 튀어 올랐나요? 축하합니다. 방금 플라스마를 봤습니다!

참 쉽죠? 물론 안전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건전지가 ‘마른(乾) 전지’라서 건전지라는 거 아신 분? 전지라는 단어 자체가 ‘전기(電)를 담은 연못(池)’이라는 뜻인데, 그 전지를 들고 다닐 수 있게, 마르게 만든 게 건전지라고 한다. 와… 진짜 새로운 세계가 열린 기분!

추측할 수 있다시피 볼타 전지는 결코 휴대용이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국립역사박물관에 전시된 볼타 전지는 높이만 54센티미터에 달합니다. 더군다나 각 금속판 사이에 황산에 젖은 종이가 끼워져 축축했지요. 편의점에서 파는 전지는 ‘건전지’라 부르는데, 전지라는 단어 앞에 ‘마르다’는 뜻의 한자 ‘건(乾)’을 붙여 탄생한 이름입니다. 건전지는 전해액을 액체(묽은 황산)가 아닌 젤 형태로 만들거나 고체에 스며들게 해 흐를 염려가 없도록 만든 전지이죠. 최초의 건전지는 볼타 전지의 발명으로부터 100년이 넘게 지난 1888년이 되어서야 만들어집니다. 독일의 과학자 카를 가스너가 전해액에 석고 가루를 섞어 풀처럼 끈적하게 만들어, 새거나 흐를 염려를 없앤 겁니다.

 

이 책 덕분에 과학 지식을 조금 쌓을 수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쉽고 재미있게 교양 수준의 과학을 접하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학생들이 읽어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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