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Buy Now! The Shopping Conspiracy(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2024)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다큐멘터리. 제목 그대로 더 많은 물건을 팔아치우고자 하는 기업들의 음모를 고발한다. 아디다스의 임원이었던 에릭 리드케, 아마존에서 UX(User Experience) 디자이너였던 마렌 코스타, VR 장비 ‘오큘러스’를 개발한 오큘러스사의 엔지니어였던 니라브 파텔 등, 관련 업계의 내부 고발자들 여럿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개인적으로 이 다큐멘터리에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기업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고들을 ‘처리’한다는 사실이었다. 예컨대 명품 가방이 팔리지 않고 남았으면 기업 이미지 하락을 막기 위해 이것들을 어디에 기부하거나 하지 않고 그냥 버린다. 이때, 그냥 내다 버리면 누가 주워 가서 쓸 수도 있으므로 굳이 칼로 죽죽 찢어서 못 쓰게 만든 후에 버린다. 식품의 경우, 아직 먹을 수 있는 상태다 하더라도 하루만 지나면 족족 다 쓰레기통에 버린다. 영국의 아마존 창고에서는 아직 쓸 만한 제품들을(캔 음료를 비롯해) 그냥 버렸다. 프랑스의 아마존 창고에서는 TV나 레고 제품 같은 제품들을 굳이 다 못 쓰게 만든 후 버렸다. 자신이 목격한, 기업이 재고를 버리는 행위를 고발하는 틱톡 영상에서 한 여성은 자신이 ‘배쓰 & 바디 웍스’에서 일했는데, 자기 매니저는 홈리스 사람들이 쓰레기통에서 들어가서 버려진 제품들을 가져가는 걸 싫어했단다. 그래서 아예 그들이 이런 식으로 버려진 제품을 못 쓰게, 아예 제품의 내용물 꽉꽉 짜서 버리게 했다고. ‘홈리스들이 쓰는 브랜드가 되고 싶진 않잖아’라며. 이 사실을 폭로한 여성은 이 일로 정나미가 완전히 떨어져서 ‘배쓰 & 바디 웍스’를 그만뒀다고.
그놈의 브랜드 가치, 이미지가 무엇이길래 이런 낭비를 저지르는 거지? 이렇게 손해가 나면 그게 또 다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려져서 소비자는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데 말이다. 애초에 적당히, 팔릴 거라고 생각하는 만큼만 제조하면 될 텐데 그게 쉽지 않겠지. 더 많이 만들어서 더 많이 팔아야 더 많은 이익이 날 거라고 기업은 생각하니까. 그렇다고 해도, 남은 제품을 왜 좋은 곳에 기부하거나 아니면 하다 못해 자기네들이 재활용하면 안 되는 걸까? 식품이라면 푸드 뱅크 같은 자선 단체가 어느 나라든 분명히 있을 테고, 그런 곳에 기부하면 자기네들 이미지도 좋아지지 않나? TV나 레고처럼 상할 걱정이 없는 제품이라면 기부 또는 파격 할인 행사로 재고를 소진하기 더 쉬울 것 같은데. 멀쩡히 쓸 만한 걸 왜 파괴해서 버리냐고!
카트린 하르트만의 <위장환경주의>나 이소연의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처럼 과도한 생산 및 소비로 인한 환경 파괴를 다루는 책에서 꼭 언급하는 ‘(옷) 쓰레기 산’은 물론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언급된다. 캐나다, 스페인, 보스니아, 도미니카 공화국 등 많은 곳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옷 산이 있다. 클로이 아삼이라는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한다. 최근 10년간,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보내진 옷이 가나에 쌓여 있는데, 가나 인구는 약 3천만 명이고, 매주 1만 5천 점의 옷이 매주 가나에 보내진다고, 그건 도저히 가나에서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고.
이걸 보고서 나도 정신이 확 차려지는 느낌이었다. 내가 진짜로 옷을 더 많이 사야 하나? 기업들이 이익을 내기 위해 과하게 생산하고, 그걸 소비자들에게 계속 광고하고 유혹해서 더 많이 소비하게 만드는 게 환경을 파괴하는데 이걸 이렇게 놔둬도 괜찮느냔 말이다. 그걸 보니까 새옷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자제가 됐다. 내가 앞으로 영원히 옷을 안 살 수는 없겠지만, 10벌 살 걸 5벌 사는 정도로 줄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그러니까 내가 꼭 새 청바지 한 벌을 살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그쵸? 🥲 내가 가진 옷이 얼마나 많은지 상기하기 위해 옷장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 봐야 내가 이미 이번 계절에 입을 옷이 충분히 많고 오히려 그중의 일부만 돌려입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러분에게도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아, 다큐멘터리에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 하나 더. 우리가 사들이는 제품에 붙어 있는 ‘재활용 가능’ 레이블은 사실 거짓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재활용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그중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극히 낮다. 이는 화학 엔지니어인 잰 델이 증언한 바다. 이 말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나도 자료를 찾아봤다. 모든 자원이 재활용이 쉬운 건 아니다. 알루미늄이나 유리 등은 플라스틱보다 재활용이 수월해서 재활용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플라스틱의 5%에서 6%만이 재활용된다. PET 재질은 100%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미국 전역에서 평균 30%만이 재활용된다. 호주의 경우, 14%만이 매립지 처지를 면한다. 다시 말해, 14%만이 재활용된다(출처). 그렇다면, 실제로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지에 묻히거나 소각될 경우가 더 많은데 ‘재활용 가능’ 레이블을 붙이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재활용이 가능한 물질이라면 최소 70% 이상은 재활용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이는 기업들이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한 수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건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이니까 네가 재활용 쓰레기통에 잘 버리도록 해. 그럼 다 괜찮아’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모인 제품들이 재활용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어쨌든 기업과 소비자들은 ‘이거 재활용 가능한 제품이네, 그럼 괜찮겠지’ 하고 마음 편하게 소비할 수 있으니까. 이건 기업 측에서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재활용하려는, 환경 보호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이게 어찌나 충격이었는지, 나는 이제 ‘재활용 가능’ 레이블을 봐도 마음이 착잡해지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스타일 면에서 보면, 다큐멘터리를 조금 덜 지루하게 만들기 위해 극화(劇化)한 부분이 확실히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기업들이 이익을 낼 수 있게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속이고 기만하는 방법을 AI가 가르쳐 준다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 AI의 목소리나 AI가 만들어내는 그래픽들이 너무 현란하고 정신없어 보일 수도 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봤는데 어떤 이들은 그 부분이 정말 싫다고 하더라. 그 점은 아쉽지만 이 다큐멘터리에서 보여 주는, 과생산과 과소비로 인한 환경 파괴라는 주제가 너무나 확실한 진실이므로, 양심적인 시민으로서 한 번씩 보면 좋겠다. 보면서 다시 한 번 환경 보호(라고 하기엔 너무 늦었으려나, 환경 파괴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늦추자는 뜻으로 이해해 주시길)를 위한 마음가짐을 새로 하기에 적절한 다큐멘터리다. 이제는 우리가 기업들에게 요구해야 한다. 환경이 감당할 수 없는 생산과 소비를 멈추라! 유지가 가능한, 적절한 만큼만 생산하고 소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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