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Good Boys(굿 보이즈, 2019) - 애들은 가라! 어른이들을 위한 폭소 만발 영화!
감독: 진 스툽니스키(Gene Stupnitsky)
맥스(Max, 제이콥 트렘블레이 분)는 이제 6학년에 올라갔다. 가장 친한 친구 둘, 루카스(Lucas, 키이스 L. 윌리엄스 분)와 토르(Thor, 브래디 눈 분)와 함께 '빈 백 보이즈(Bean Bag Boys)'를 결성해 탄탄한 우정을 쌓아 가는 중.
이 '빈 백 보이즈'를 잠시 소개하자면, 맥스의 최대 관심사는 브릭슬리(Brixlee, 밀리 데이비스 분)라는 여자애. 열렬히 짝사랑 중이고 미술 시간에 그 애에게 주려고 목걸이도 만들었는데 현실은 아이 컨택트도 부끄러워서 못 하고 있다. 그래도 세 친구들 중 유일하게 이성에 눈을 뜬 편.
루카스는 모범생에 가까운 편으로, 예컨대 CPR 인형에 대고 뽀뽀 연습을 해 보기 전에도 '그 전에, (인형의) 동의는 얻었어? 그렇지 않으면 성추행이 된다고!'라고 말하는 그런 애다. 부모님이 이혼하게 되어서 무척 마음 아파하지만 친구들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으려 한다.
토르는 거칠고 터프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상남자'를 꿈꾸는 소년이다. 노래하기를 좋아하고 교내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Rock of Ages)> 오디션에 참여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쿨하지' 않아 보일까 두려워한다.
그런데 어느 날, 맥스가 학교 최고 '쿨한' 애인 소렌(Soren, 아이작 왕 분)에게 '키스 파티'에 초대받는다. 그 파티에 브릭슬리도 올 거라고 해서 더욱 흥분한 맥스는 두 친구와 함께 '도대체 어떻게 하면 키스를 하는 건지' 배우려고 인터넷 검색도 해 보지만 무소용.
그런데 토르가, 이웃에 사는 한 고등학생 누나를 염탐해 보자고 제안한다. 그 누나의 이름은 해나(Hannah, 몰리 고든 분)인데, 친한 친구 릴리(Lily, 미도리 프랜시스 분)와 수영장에서 이야기하다, 남자 친구와 싸우고 헤어진다.
남자 친구가 떠난 후, 릴리가 해나를 위로하려 포옹하자 이 둘이 키스할 거라고 생각한 세 소년은 맥스의 아버지가 출장을 가기 전 절대로 갖고 놀지 말라며 엄포를 놓은 드론을 떠올린다. 그리고 드론을 가져와 담장을 넘어 해나 누나네 수영장 쪽으로 띄웠는데 아뿔싸! 드론이 떨어져 버렸다!
이거 잃어버리면 아빠에게 엄청 혼날 텐데! 이 드론을 되찾으려면 누나들에게 가서 돌려 달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누나들 뽀뽀하는 걸 염탐하려고 했다는 걸 들키면 어떡하지!?
제목이 <굿 보이즈>인 데다가 포스터 속 애들이 너무 무해해 보여서 '아, 애들이 나오는 되게 귀여운 영화인가 보다 ㅎㅎ' 하고 틀었는데, 웬걸...
아니, 애들이 귀엽긴 한데, 이건... 예상 밖이었다. 너무너무 웃기고 재미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겠다. 이건 절대로 가슴 따뜻해지는 아이들용 영화가 아니다! 이건 솔직히 내가 보면서 '저 애들... 대본 사기를 당한 건 아니겠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주 100% 성인용 영화다.
그렇다고 해서 잔인한 게 나온다거나, 야한 장면이 나온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가 다음 두 가지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1. 아이들이 어른들 하는 것을 따라 하며 쿨해 보이려 한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는 아이라서, 어떤 것들에는 전혀 무지하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첫 번째, 아이들이 어른들 뺨치게 욕을 많이 한다든가, 애들이 몰래 구한 맥주를 한두 모금 마시면서 엄청 '터프 가이'인 척하는 데서 웃음이 나온다는 거다.
맥스가 브릭슬리와 키스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모험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자, 모험에 지친 토르가 '그깟 년(skank) 하나 때문에 그래?'라고 말하고 이에 맥스가 분노하는 장면은, 분명 다 큰 남자 어른들이 할 만한 말싸움을 따라 하는 거라 웃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어른 세대가 여성을 하찮게 보고 그렇게 대하는 것을 벌써 이 어린애들에게 가르쳤구나' 싶어서 착잡해지기도 한다. 일종의 거울이 되어 준달까.
그리고 두 번째, 이게 진짜 이 영화가 아이들 영화일 수 없는 이유다. 아이들이 아무리 어른들을 따라 쿨해 보이려 해도 성적인 면에는 아직 무지하기에, 본의 아니게 어른들에게 웃음과 민망함을 둘 다 선사한다.
예를 들어, 토르의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CPR 인형'은, 세 소년들 중 아무도 'CPR 연습용'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지만, 성인이 보기엔 누가 봐도 너무나 리얼 돌인 것...
토르네 부모님 취향이 상당히 의심되는 대목인데, 어째서인지 토르네 집에 SM 플레이용 도구(라텍스 가면, 채찍, 애널 비즈 등)가 있어서 세 아이들이 낯선 남자(루카스가 가진, D&D 또는 유희왕스러운 카드를 팔려고 매물로 올려 놨더니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를 집에 들이기 전, 나름대로 '무기'랍시고 챙긴 게 이거. 이걸 보면서 웃는 동시에 제발 애들이 적어도 촬영 당시엔 저게 뭔지 몰랐기를 바랐다.
음, 그래, 얘들아. 한 10년쯤 더 지난 후에 커서 알아차리게 되는 게 정신 건강에 나을 것 같구나... 어른들이 이런 거 시켜서 미안해... 근데 너무 웃겼어ㅠㅠㅠ
그리고 애초에 고작 중학생(미국 학년제 기준) 데리고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를 프로덕션 한다는 게 말이 되냨ㅋㅋㅋ 섹스, 로큰롤, 마약 이런 이야기인뎈ㅋㅋㅋㅋㅋ 뮤지컬 지도 교사 미쳤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 후반에 나오는 장면인데 너무 깜찍하게 웃기니까 꼭 보시길!)
이제 왜 이게 애들 영화가 아닌지 아시리라 믿는다. 애들을 데리고 만든 영화인데 전체 관람가가 아니고 15세 이상 관람가라니... 그나마 19금이 아닌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어쨌거나, 아이들이 해맑게 성인용품을 가지고 노는 것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고 그냥 웃기다고 생각하는 분이면 이걸 추천한다. 정말 배꼽 빠지게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아니, 이건 아동 학대 아니얏!?'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음, 당신은 루카스 같은 타입이군요. 루카스와 함께 'S.C.A.B.(Student Coalition Against Bullying, 괴롭힘에 맞서는 학생 연합)'에 참여하셔서 많은 꿈나무들을 지켜 주시길 바랍니다(이건 영화를 봐야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만).
이렇게 말하는 나도 루카스가 최애니 오해는 마시길. 애가 너무 착하고 반듯한데 그게 상황이랑 안 어울리니까 더욱 웃기고 짠하다.
어쨌거나 15세 이상이라면 웬만큼 알 건 다 아니까 이것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아이들을 보며 귀여움과 재미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강력 추천!!
+ 트리비아 하나. 영화에서 루카스의 카드를 사러 온 구매자 '클로드(Claude)' 역은 영국 코미디언 스티븐 머천트가 맡았다.
+ 트리비아 둘. 루카스의 어머니 역할은 미드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Parks and Recreation)>의 '도나(Donna)' 역을 맡았던 레타(Retta)이다.
+ 트리비아 셋. 영화 제목은 마틴 로렌스와 윌 스미스가 나오는 <나쁜 녀석들(Bad Boys, 1995)> 시리즈의 패러디로 추정.
+ 트리비아 넷. 각본 작업에 코미디언 세스 로건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