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Poms(2019, 치어리딩 클럽) - 실버 타운의 할머니들, 치어리더 되다!
감독: 자라 헤이즈(Zara Hayes)
한때 치어리더가 꿈이었던 마사(Martha, 다이앤 키튼 분)은 암에 걸렸지만, 치료를 포기함과 동시에 자신이 오랫동안 살아왔던 아파트와 그곳에서 썼던 물건들을 처분하고, '선 스프링스(Sun Springs)'라는 실버 타운에 입주한다.
그곳에서 그저 조용히 삶을 마감하고 싶었던 마사는, 그러나, 입주 첫날부터 조용한 마지막이 가능하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일단 자신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다 너무 활기차고 과하게 친근하게 굴기 때문이다.
실버 타운을 설명해 준다고 나선 한 입주민 비키(Vicki, 셀리아 웨스턴 분)의 설명인즉슨, 이곳에는 참 많은 클럽들이 있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다면 새로 만들어도 된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 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 실버 타운의 악동 같은 입주민 셰릴(Sheryl, 재키 위버 분)이 나타나 말썽을 일으키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즐겁게 해 주려는 통에 완전히 신경을 쓰지 않기도 어렵게 됐다.
셰릴과 있으면 자신이 바라던 것처럼 '조용히 죽을 수' 없을 것 같던 마사는 셰릴을 며칠간 멀리했지만, 결국 그녀가 자신을 생각해 주고 있다는 걸 깨닫고 그녀와 친해진다.
그리고 마사의 짐에서 오래된 치어리더 유니폼을 본 셰릴은 '치어리딩 클럽을 만들어 볼까?' 하고 제안한다. 클럽을 시작하려면 필요한 회원은 최소 여덟 명. 오디션을 본다고 봤지만 떨어뜨리기엔 일단 머릿수가 부족하므로 지원한 사람들은 전부 통과.
이제 실버 타운 할머니들의 치어리딩이 시작된다!
의외로 실제 사건에 기반한 영화다. '더 폼스(The Poms)'는 애리조나 주에 있는 '선 시티 양로원(Sun City Retirement Home)'의 치어리딩 팀으로 개설됐다. 전원의 연령이 55세 이상.
원래는 1970년대에 '선 시티 세인츠(Sun City Saints)'라는 여성 소프트볼 팀의 일부로 시작됐는데, 그 이후에는 이런저런 행사에서 공연을 하는 전설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영화가 영감을 얻은 실제 사건은 그러하고 이제 영화 자체를 보면, 왁자지껄 또는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아니다.
분명히 웃음을 노리고 넣은 유머러스한 대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 여기가 웃을 부분이야!' 하고 뽐내듯 가리켜 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계속 잔잔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관객이 알아서 이를 캐치해서 웃어야 한다. 강요하는 느낌이 없는 건 좋긴 한데,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불친절하다거나 재미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놀랍게도 1970년대 흑인 영화계의 스타였던 팸 그리어(Pam Grier)가 치어리딩 팀의 회원 중 한 명인 '올리브(Olive)' 역으로 출연한다.
<13 Reasons Why(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앨리샤 보(Alisha Boe)도 이 '시니어' 치어리더들을 돕는 10대 치어리더 '클로이(Chloe)' 역으로 분한다.
가볍개 보기에 괜찮은 영화다. 큰 웃음은 없어도 잔잔한 미소와 감동이 있고, 어쩌면 조금 영감을 받을지도 모른다.
시니어 치어리더들이 보내 주는 기운을 받아서 올해의 남은 기간도 잘 보내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