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엘리, <이번 생은 나 혼자 산다>
솔직히 전체평부터 하자면, 저자의 이전 책보다 못하다.
엘리라는 작가 이름을 보고 "오, 나 예전에 이 저자의 <연애하지 않을 권리> 재미있게 봤는데!" 하고 별 걱정 없이 대여했다.
그런데 음... 책의 주제가 '연애하지 않을 권리'에서 '결혼하지 않을 권리'로 옮겨갔을 뿐이고 그 사이엔 큰 간격도 없는데 왜 이렇게 예전 책만큼 재미가 없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이번 책도 저번 책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미리 연재되었던 글들을 바탕으로 쓰였는데, 저번 것이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한 글이었고 이번 것은 네이버 연애﹒결혼 판에 연재한 글이었다.
둘 다 예전 글을 바탕으로 정리한 책인데 왜 이번 책은 저번 책보다 별로인지 모르겠다.
오해는 마시라, 나도 비혼이라는 아이디어에 찬성이고 비혼을 선택한 이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냥... 별로다. <연애하지 않을 권리>는 첫 시작(그러니까 서문)부터 빵 터졌는데. 나는 책을 읽으면서 재밌는 부분이나 멋진 부분, 또는 맞춤법이나 표기가 잘못된 부분을 하이라이트하는데, 이 책에는 진짜 좋은 의미에서 하이라이트할 게 딱 두 곳밖에 없었다.
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그냥 두면 축제 같은 것이 될 터이니.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날려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이
매일매일이 네게 그렇게 되도록 하라.
꽃잎들을 모아 간직해 두는 일 따위에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 머리카락 속으로 기꺼이 들어온
꽃일들을 아이는 살며시 떼어내고,
사랑스러운 젊은 시절을 향해
더욱 새로운 꽃잎을 달라 두 손을 내민다.
- <나의 축제를 위하여>, 라이너 마리아 릴케
여성의 우울증에 대한 모든 문헌을 검토하고 유전학에서부터 월경 전 증후군, 피임약 등 다양한 요인들을 테스트해본 저명한 건강 연구자 제럴드 클러먼(Gerald Klerman)과 미르나 와이즈먼(Myrna Weissman)은 여성 우울증에는 2가지 원인밖에 없음을 확인했다. 그것은 바로 낮은 사회적 지위와 결혼이었다.
둘 다 좋은 문장이지만 안타깝게도 둘 다 저자가 직접 쓴 문장이 아니고 인용한 문장들이다. 저자의 문장력이 형편없다고 말하려는 건 절대 아니지만 이전 작품만큼의 재기발랄함, 유쾌함, 유머가 없달까?
아쉽다. 저자의 이전 작품을 읽고 기대가 높아진 독자라면 나처럼 아쉬울 것이다. 이전에 내가 쓴 <연애하지 않을 권리> 리뷰로 마무리를 대신하겠다. 끝.
2019.01.16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엘리, <연애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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