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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Nicola Yoon, <The Sun Is Also a Star(태양도 별이다)>

by Jaime Chung 2022.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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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Nicola Yoon, <The Sun Is Also a Star>

 

 

요즘 내가 좋아하는 북튜버가 추천해 준 책들 위주로 읽다 보니 아직 국내에 정식 번역 출간되지 않은 책들을 많이 읽게 되었다. 오늘 소개할 책도 그중 하나다. 니콜라 윤(Nicola Yoon)의 <The Sun Is Also a Star(태양도 별이다)>. 진짜 괜찮은 청소년 소설인데 안타깝게도 아직 국내에 소개는 안 되었다. 이 저자의 첫 소설 <Everything, Everything(에브리씽 에브리씽>은 번역됭어 나오긴 했는데, 2017년에 출간되어 현재는 절판되었다. 안타깝구먼... 그런데 <에브리씽 에브리씽>도 영화화되었다는데 저자의 두 번째 소설인 이 작품도 영화로 나왔다(2019년, 라이 루소-영(Ry Russo-Young) 감독). 와, 대박이네. 책 두 권을 연달아 영화화시키다니...

잡소리는 이쯤 하고. 책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자메이카계 미국인 10대 소녀 나타샤(Natasha)와 한국계 미국인 (이민 2세대) 10대 소년 대니얼(Daniel Jae Ho)가 만나는데,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뿐이다. 나타샤와 그 가족이 미국에 '여행 비자'로 와서 눌러앉아 버린,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몰래, 어떻게 들키지 않고 지냈는데 나타샤의 아버지 새뮤얼(Samuel)이 음주 운전을 했다가 경찰에게 들켜 탄로가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이 시작되는 날, 나타샤는 그날 밤 10시에 강제 출국 당할 예정이고, 그걸 막기 위해 백방 뛰어다니며 방법을 간구하려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난 게 대니얼. 나타샤는 과학을 좋아하고 데이터 과학자가 되고 싶어 할 정도로 아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데, 반대로 대니얼은 시인이 되고 싶어 할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술적이다. 대니얼은 나타샤에게 자기에게 시간을 주면 그녀가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타샤는 '그런 게 통할 리도 없고 어차피 나는 오늘 밤 지나면 미국에서 떠나갈 사람이니 그래 봤자인데...'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사랑이나 마법처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믿지 않는 나타샤는 그런 방법 따위는 없다고, 그런 게 통할 리 없다고 믿으며 자기가 직접 그 실험 대상이 되어 주기로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오늘 하루뿐인 것이다. 

물론,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이미 감 잡으셨겠지만 둘의 다른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다른 문화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둘은 서로에게 점차 끌리고 (사실 대니얼은 이미 나타샤가 예뻐서 호감을 갖고 있긴 했다)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엥, 너무 빠른 거 아니냐고요? 그래야 소설이 이어지죠^^; 혹자는 나타샤와 대니얼의 다른 성격도 너무 극단적인 예시 아니냐 ('어떻게 사랑 따위도 안 믿는 과학 신봉자일 수가 있어?'처럼)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애들은 10대입니다. 내가 보기에 그때에는 그렇게 좀 극단적인 성향을 보일 수도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10대 아니고 어른들도 자기 성격이 이렇다 하고 콘셉트를 딱 잡아 버리면 거기에서 더 벗어나기 어려운 게 사실이고. 그래서 난 둘의 정반대로 다른 성격,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그러려니 하고 인정할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저자에 대해 검색해 보니 저자 본인이 자메이카와 미국 뉴욕에서 자랐단다. 그리고 코넬 대학에서 전자 공학을 전공했다니 아마 나타샤의 '과학자적'인 면모는 아마 조금은 자신에게서 떼어 온 듯. 그리고 성은 한국인 '윤' 씨의 그 '윤'이 맞는데, 남편분이 한국계 미국인이시라고. 남편분 성함이 '데이비드 윤(David Yoon)'이어서 결혼 후 성을 바꾸었기 때문에 '니콜라 윤'이 된 것이다. 나는 저자 본인이 한국계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구나. 

저자가 한국계인지 아닌지가 왜 궁금했냐면,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대니얼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본인이, 또는 가까운 이가 한국계이면 좀 더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알 테니까 말이다. 아마 남편분을 통해 잘 배우시고 또 조사도 철저히 하신 거 같다. 책에는 노래방이나 젓가락, 순두부찌개 같은 한국적인 소재도 나오지만, 무엇보다 대니얼이 이민 2세대로서 느끼는 부담감과 이민 1세대인 대니얼의 부모님이 느끼는 감정이 잘 묘사돼 있다. 대니얼의 부모님은 흑인들을 위한 헤어 케어 제품을 파는 가게를 하는데, 흑인들의 머리를 펴는 약품 릴랙서(relaxer)나 가발 같은 걸 파는 곳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한국계 이민자들이 그런 가게를 많이 한다고. 그런 데에는 다 배경이 있는데, 이건 나중에 내가 다른 글에서 소개하겠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이북으로 읽는 동시에 오디오북으로도 들었는데 나타샤, 대니얼, 그리고 새뮤얼 이렇게 세 명의 인물을 담당하는 내레이터가 각각 한 명씩 총 세 명이 낭독을 하는 버전이었다. 나타샤 역의 낭독자는 아무리 들어도 '10대 소녀'로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였는데 (죄송), 대니얼 역의 낭독자는 (성으로 보아 아마도 한국계인 듯하고) 한국어 발음이 괜찮았다. "대체 무슨 일이야?"라는 한국어 대사가 있었는데 그걸 잘 발음하시는 거 보니 한국계 맞으신 듯. 그리고 새뮤얼 역의 낭독자는... 'Dae Hyun'이라는 (대니얼의 아버지 이름을) '대휸'이라고 발음하셨다. '대휸' 아니고 '대현'이요! 참고로 대니얼의 어머니 이름은 'Min Soo'인데 이건 전형적인 여자 이름은 아니라서 조금 엥? 싶었다. 그래도 뭐, 전반적으로 한국 문화를 잘 표현했다.

나타샤와 대니얼에게 주어진 시간이 딱 하루뿐이다 보니 나타샤와 대니얼의 시각이 번갈아가며 묘사되고, 그렇게 극이 진행되어 가며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의 시각도 제시된다. 예컨대 나타샤의 아버지의 관점이라든가, 대니얼의 아버지의 관점, 또는 나타샤가 강제 출국을 어떻게든 늦추거나 막아 보려고 이민국에 가서 만나게 되는 경비원의 관점 등등. 나타샤의 어머니가 자주 하는 말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라는 말인데, 극 후반에 나타샤는 이 말을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의 관점을 돌아가며 보여 주는 게 시간의 진행을 늦추는 (하루밖에 시간이 없으니 한 명이 모든 일을 다 서술하면 진행이 엄청 빨라질 것 아닌가) 효과가 있어서, 하루라는 짧은 시간을 좀 더 길게 늘려 보이는 데 도움을 준다. 24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을 가지고 소설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다고 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보게 되니까 참 모든 이들이 연결되어 있구나 (위아더월드!) 싶었다. 어떤 사건에 관여한 모든 이들이 나중에 다른 사건에서도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뒤로 갈수록 확인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진짜 기가 막히게 표현을 잘했다 싶어서 하이라이트를 해 둔 곳이 많은데 이걸 이 글에서 다 소개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현재 한 편에 한 인용문씩 골라서 번역하고 (국내 정식 번역본이 없다 보니까 소개를 하려면 내가 직접 번역을 해야 할 듯) 어떤 의미에서 이 인용문이 마음에 와 닿았는지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계획 중이긴 한데, 내가 하이라이트한 모든 인용문을 다 소개할 수 있을지, 내가 과연 이걸 쓰기는 할지도 잘 모르겠다. 아마 쓰게 되면 스포일러는 불가피하겠지만 이 진짜 기가 막힌 책을 소개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의 영화 버전을 조금 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북튜버가 리액션 하는 영상으로 좀 띄엄띄엄 봤다) 진짜 대니얼 역할 배우 말도 안 되게 잘생겼더라 ㅋㅋㅋㅋ 와... 어디서 저런 배우를 데려왔지? 원작 소설 자체가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diversity)을 포함한 책이라 당연히 흑인, 아시아인 배우들을 데려와야 하는 게 맞는데 이렇게 잘생긴 배우가 있었다는 게 놀랍다. 그렇다. 재능 있는 소수 인종 배우가 없는 게 아니라, 그런 배우들을 출연시킬 기회, 역할 자체가 적은 것이다. 이 영화도 조만간 보고 리뷰 써야지.

마지막으로 이 책 맨 앞에 인용되어 있는 칼 세이건(Carl Sagan)의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중 한 구절이 이 책의 주제를 얼마나 잘 드러내는지 이야기하고 싶어서 손이 드릉드릉 한다. 물론 이것만 보시면 '무슨 의미에서 그렇다는 건데, 이 씹덕아?' 하시겠지만, 책을 다 읽고 나시면 저와 같은 심정이실 거예요. 흑흑. 인용문은 이거다. "It does no harm to the romance of the sunset to know a little about it(일몰에 대해 조금 안다고 해도 그것이 그 낭만을 조금도 해치지 않는다)." 번역은 내가 한 거라 정식 번역본과는 다를 수 있는데, 대략 그런 내용이다. 나타샤는 과학, 이성만을 믿고 사랑이나 마법 따위는 전혀 믿지 않으려 하는데, 우리가 사랑의 마법 같은 힘을 믿거나 경험한다고 해도 우리가 비이성적인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행복한 존재가 되겠지. 아니, 조금 비이성적이 된다 한들 어떤가. 사랑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국내에 정식 번역 발간이 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아쉽다. 조만간 국내에 출간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일단 재미있지, 주제 좋지, 건전하지, 한국인과 한국 문화도 나오지, 게다가 영화로도 제작됐으니 띠지에 광고할 문구도 쉽게 쓸 수 있다. 청소년에게 추천할 만한 소설로 딱인데! 안목 있는 출판사의 지혜로운 선택을 기다립니다! 딱히 어려운 영어로 쓰인 것도 아니니까 영어 공부용으로도 나쁘지 않을 듯? 일단 여러분들 츄라이 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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