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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Moonshot(문샷, 2022) - 이... 이게 뭐지?

by Jaime Chung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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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Moonshot(문샷, 2022) - 이... 이게 뭐지?

 

 

감독: 크리스토퍼 윈터바우어(Christopher Winterbauer)

 

태양에 가는 게 꿈이지만 이미 우주와 관련한 지원에는 수십 번 낙방한 월트(Walt, 콜 스프로즈 분). 그는 바로 어제 만난 '여자 친구' 지니(Ginny, 에밀리 러드 분)를 보러 가기 위해, 남자 친구 켈빈(Calvin, 메이슨 구딩 분)을 만나러 화성에 가는 소피(Sophie, 라나 콘도르 분)에게 붙어서 우주선을 타려다가 실패한다. 그래서 우주선 통풍관을 통해 잠입, 일단 지구를 떠나는 데는 성공하는데, 과연 들키지 않고 무사히 화성에 도착할 수 있을까?

 

⚠️ 이 영화 비평은 <Moonshot(문샷, 202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이게 뭐지?' 영화를 보고 난 내 감상은 솔직히 이랬다. 많은 이들이 라나 콘도르가 이 영화에서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2018)>에서 맡았던 역할을 재탕한다고 하는데, 적어도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는 이것보다 재밌었다. 또한 그 영화는 '동양계 여자애'를 여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원작 소설의 저자인 제니 한이 라라 진의 캐릭터를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설정을 그대로 살려야만 영화 제작을 허가하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인 덕분이다. 많은 제작사들이 라라 진을 '백인' 여자애로 바꾸고 싶어 했다). 어쨌든 이것보다 좀 더 나았다고! 근데 이 영화는... 정말 뭔지 모르겠다.

일단 콜 스프로즈의 캐릭터가 너무 어이가 없다. 자기가 평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떻게든 태양에 가려고 이런저런 수를 쓰지만, 그중 하나도 성공하지 못한다. 애초에 월트가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에서 추방당하지 않은 것도, 이미 레온 코비(Leon Kovi, 잭 브라프 분; 일론 머스크에서 따온 게 너무나 분명한 '자수성가 괴짜' 백만장자 캐릭터)가 그가 우주선에 침입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았으나 그의 존재가 우주선의 여행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0에 수렴했기에 '어차피 방해도 안 되는 거, 놀게 해 주자'라는 심정으로 이를 눈감아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시 말해, 그의 꼼수는 눈곱만큼도 통하지 않았다. 정말 재능이나 실력이라는 게 약에 쓰려도 없는데 이렇게 우주선에 잠입도 그냥 눈감아 주고 심지어 나중에는 레온 코비 측에서 회사 홍보 모델('얘처럼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어!')로 쓰려고 한다고? 백인 남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할 일이다. 이런 일이 다른 인종, 또는 여성에게 일어날 만한 일이라 보시는지?

뭐, 그래도 콜 스프로즈가 그런 월트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는 진짜 딱 별거 없는데 낙천적이면서 자기가 평범하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 아는 백인 남자애를 기가 막히게 연기한다. 이건 마치 악역을 맡은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배우 본체가 그런 악당인 것처럼 느껴져서 한 대 패주고 싶거나 욕을 한 사발 해 주고 싶은 그런 느낌이다. 배우 자체는 죄가 없다. 맡은 역할을 너무 찰떡같이 연기해서 그런 거지. 근데 그런 캐릭터가 너무 짜증이 난단 말이야!

게다가 영화가 전반적으로 너무 '독특해'지려다 너무 과해진 느낌이다. 적당한 수준이면 톡톡 튀는 매력이 될 텐데, 그게 너무 과해지면 "나...난... 토마토지롱 ㅜ^ㅜ!!"(이게 뭔지 모르시는 분들은 여기를 클릭하시라)이 된다는 걸 모르는 걸까. 소피, 그러니까 라나 콘도르의 캐릭터는 긴장하면 긴장을 풀려고 춤을 춘다는 설정이 있는데, 이 무슨... 세상에 이런 사람이 어디 있나? 개성이 과도해서 그냥 민망스러운 사차원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또한 이야기 흐름도 저세상이다. 소피와 월트가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커플인 척해야 한다는 설정도 억지스러운데 그게 끝이 아니다. 우주선의 선장은 그냥 어떤 구실을 붙여서든 파티를 열고 싶어 하고, 월트는 테라포밍의 전문가인 캘빈인 척하려다가 감상적인 개인 일화를 늘어놓는다. 그런데 또 거기에 감동 받은 두 레즈비언 커플이 (미루고 미루던)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한다. 월트는 테라포밍에 대해 적당히 꾸며내지도 못하고 개인적인 얘기, 그것도 허섭한 얘기로 빠졌는데 거기에 감동을 받는다? 진짜 무슨 말도 안 되는... 각본 쓰기 참 쉽죠?

이 영화는 HBO 맥스에 최초 공개되었다가 석 달만에 서비스가 중지되었다(출처).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평이 좋지 않아 시청 회수가 적으니 내린 게 아닌지 추측된다. 나는 이걸 빈지(Binge)라는 플랫폼에서 봤는데, 이미 구독하는 서비스니까 따로 가욋돈이 안 들어갔으니 봤지, 내 돈 주고 사서 봤다면 더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현재 이 영화 평을 쓰고 있는 2022년 9월 초 기준 IMDB 평도 5.5점이다. 6.0점 정도는 되어야 영화 때깔은 갖추었다 할 수 있는데 이건 그 이하니 말을 말도록 하겠다. 어쩜 영화 자체가 월트처럼 뭔가 대단한 것이 되고 싶어 하지만 실상은 별 볼 일 없는 게 똑 닮았는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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