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월말 결산] 2023년 3월 읽은 책들
2023년 3월 읽은 책들
2023년 3월에 읽은 책들은 총 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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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만춘, <웰컴 투 패닉 에어포트>: ⭐️⭐️⭐️⭐️
‘공황 장애’가 있는 공항 직원 이야기. 솔직하고 재미있는 말투 덕분에 술술 읽게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서 공황 장애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에세이라 추천.
- Isak Dinesen, <Babette’s Feast>: ⭐️⭐️⭐️⭐️
이자크 디네센(카렌 블릭센의 필명)의 <바베트의 만찬> 영어 오디오북 버전으로 읽었다. 사실 당연히 한국어 번역본이 읽고 싶었는데 이건 이북이 없길래 영어 오디오북을 골랐는데, 낭독자가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마냥 엄청 빨리, 조급하게 읽어서 내용이 뇌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대충 줄거리는 이해했는데 더 잘 감상하고 싶으면 국내 정발된 종이책을 사 보는 수밖에 없을 듯. 그건 그렇고, 책 내용만 따지면 정말 좋다.
노르웨이의 한 산골에 사는 두 자매, 마르티네와 필리파에게 바베트라는 프랑스 여성이 찾아온다.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나 오갈 데가 없어져 두 자매네 집에 가정부 일을 하러 온 것이다. 두 여인은 바베트를 받아들여 주고, 셋은 함께 지낸다. 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 바베트는 복권에 당첨되는데 그녀는 두 자매의 아버지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찬을 열고 싶다고 두 자매에게 제안한다. 그리고 자기 당첨금을 몽땅 써서 두 자매와 그들의 옛 친구들에게 최고로 멋진 요리를 대접한다. 줄거리는 따지자면 이런데 요리를 대하는 바베트의 자세에서 예술가의 영혼을 느꼈다. 멋진 요리는 당연히 예술이 될 만하지! 짧지만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 송경화,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
송경화 기자가 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작가가 아직 현직 기자이므로 자신의 젊은, 초짜 기자 시절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서라도 가상, 허구의 요소를 섞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큰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소설만 놓고 봐도 분명히 소설적인 재미가 있고 그래서 웹툰이나 드라마 제작이 결정될 만하지만, 기자로서 ‘진솔한’ 이야기를 하기에 소설은 약간 아쉽다는 느낌이다. 왜 웹툰이나 드라마 측에서 이 소설을 이용하고자 했는지는 알겠지만… 아주 나중에 송경화 기자가 은퇴할 때쯤 더욱더 솔직한 고백을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메건 데일리, <독자 기르는 법>: ⭐️⭐️
이건 별을 두 개 줬는데 책이 별로라서가 아니라, 내가 이 책 제목만 보고서 잘못된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나도 내가 뭘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알고 보니 어린이들에게 독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법에 대해 사서가 쓴 글이었다. 나도 책은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좋아하지만 아이에겐 관심이 없어서 대충 후루룩 넘기며 읽었다. 몇 군데 공감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아이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내가 이 책에 고작 별 두 개를 주었다고 이 책이 쓰레기라고 오해하시지 않기를 바란다. 그냥 내 취향이 아니었을 뿐이다. 책 자체는 괜찮다.
- 이다혜,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
이다혜 작가는 참 신기하다. 어쩔 때 보면 ‘와, 어떻게 이렇게 글을 잘 쓰지? 완전 공감돼!’ 싶고, 어쩔 때 보면 ‘이분의 감성을 내가 따라갈 수가 없어… 문체는 또 왜 이래?’ 싶다. 나는 정확히 이 책의 앞쪽 절반은 전자처럼 생각하며 읽었고, 뒤쪽 절반은 후자라고 생각하며 끝냈다. 이 책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본 이분의 리뷰도 어떤 때는 진짜 명문인데 어떤 때는 그분 특유의 문체가 너무 거슬려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이다혜 작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좋아할 것이나, 아니라면 나처럼 좋고 싫음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 것이다. 책 자체에 대해 말하자면, ‘페미니즘적 책 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문학작품이나 영화, 그리고 일상적인 삶을 들여다 본 글이다. 이 책은 여러분 취향, 즉 이다혜 작가에 대한 본인의 평가에 따라 판단하시면 될 듯.
- 심너울, <아이스크림>: ⭐️⭐️⭐️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로 제공되는 심너울 작가의 짧은 SF 단편 소설. 워낙에 길이가 짧은지라 스포일러 없이 이야기를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일단 노력해 보겠다. ‘아이스크림을 상담 후 싯가로 파는 아이스크림 가게’ 이야기라고만 해 두자. 짧지만 재미있다. 반전을 알게 되면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들 텐데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하지 마시길.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밀리의 서재에서만 읽을 수 있지만 아마 조금 지나면 다른 단편들과 묶여서 따로 출간되지 않을까 싶다. 이것만을 보고 밀리의 서재를 지르실 필요까진 없을 듯하다. 무료 체험이라면 또 모르지만.
- 씨리얼, <나의 가해자들에게>: ⭐️⭐️⭐️
<왕따였던 어른들>이라는 유튜브 콘텐츠(참고로 여러 편의 시리즈다)를 위해 씨리얼 측에서 인터뷰이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나는 이 영상은 안 봤지만 이 책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인터뷰였던 듯하다. 책 뒤에는 인터뷰뿐 아니라 인터뷰이들의 후일담도 담겨 있다. 내게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지만 괜찮은 책이다.
- 히가시노 게이고, <명탐정의 규칙>: ⭐️⭐️⭐️
일본 추리 소설계에서 잔뼈가 굵은 작가가 추리물에 자주 등장하는 트릭들을 몽땅 모아서 소설 한 권으로 엮어냈다. 추리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설정을 모두 긁어 모아 보여 주면서 ‘야, 추리 소설 매번 이러는 거 진짜 웃기지 않냐?’ 하고 독자에게 윙크하는 듯한 느낌의 책이라고 할까. 자주 등장하는 트릭들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면에서 입문자들에게도 유용하고, 거의 관성적으로 쓰이는 트릭들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이 장르의 고인 물, 팬들이 보기에도 속 시원하고 재미있다.
- 김지현, 최연호,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
인기 있는 영미 소설 속에서 독자의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이 등장하는 장면을 소개하고 그 해당 음식에 대한 저자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책. 각 꼭지 끝에는 그 음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어서 상당히 도움이 된다. 예컨대 우리가 그냥 ‘잼’이라 하는 것을 영어에서는 ‘젤리’라고도 하는데(’땅콩버터와 잼 샌드위치(peanut butter and jelly)’처럼) 그 차이가 무엇인지처럼,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고급 정보를 제공한다. 저자는 영미 소설을 읽으며 자란 번역가로, 소설에도 음식에도 진심이다. 부드럽고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느낌의 책. 내가 올해 첫 석 달간 읽은 책들 중 유일하게 별 다섯 개를 받았다. 단연코 추천.
- 어맨다 몬텔, <컬티시>: ⭐️⭐️⭐️⭐️
언어학자 어맨다 몬텔이 미국 사회의 ‘컬트스러운’ 면모들을 언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봤다. 최근 한국의 사이비 종교들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인기에 힘입어 리디북스에서 추천받아 읽었다. 뭔가 자극적이거나 센세이셔널한 내용을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직접적으로 ‘사이비 종교’들을 폭로하거나 비판하는 데 집중하는 책이 아니고, 사이비 종교인이나 사기꾼 등이 어떻게 언어를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하는지, ‘사이비 종교’가 아니더라도 자신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컬트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들에게 강력한 지지를 받는 것들(소울 사이클 같은 피트니스 기업이나 다단계 등)을 살펴보는 게 주이므로 이 점은 참고하시라.
- 홍민지,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
<문명특급>을 제작하는 밍키 PD의 에세이. 나는 <문명특급>은 안 보지만 이 책은 그것과 무관하게 잘 읽었다. 위로는 40대, 50대 선배가 있고 아래는 20대 후배가 있어 그 사이에 중간 관리자처럼 끼인 90년대생의 이야기라고 하면 될 듯. 저자는 꼰대에 쿨하게 대처하면서 본인도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데, 그 점이 참 멋지고 본받을 만하다. 90년대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는 사람이 읽어 봐도 좋을 것 같다.
- 정지음, <오색 찬란 실패담>: ⭐️⭐️⭐️⭐️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정지음 작가의 신작. 일상의 여러 가지 ‘실패담’을 재밌고 맛깔스러운 필력으로 표현하니 유쾌하다. 읽다 보면 저자의 미친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고, 역시 사람들이 ‘실패’하는 건 다 똑같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얻게 된다.
2023년 3월 읽은 책들 통계
이번 달은 1월과 마찬가지로 12권을 읽었다.
기존에 있던 목표와 총합 그래프가 이상해서 다시 그렸다. 이대로라면 한 달만 더 있으면 목표는 간단히 성취할 예정.
이번 달은 도서관에서 1권(송경화의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을 빌려 읽었는데, 앞으로 더 많이 빌려 읽고 싶으나 딱히 끌리는 책이 없다는 게 함정. 그리고 또 문제는 이미 리디 셀렉트와 밀리의 서재를 이용하는데 예스24 북클럽까지 구독하고 싶다는 것이다. 밀리의 서재는 그래도 뭔가 꾸준히 업데이트된다는 느낌이 있는데 리디 셀렉트는 내 취향 책들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리디 셀렉트에서 읽을 만한 책을 발굴해 내려고 노력 중.
3월 별점 평균은 3.5.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오히려 후한 쪽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애초에 관심이 없는 책은 거의 손대지 않기 때문이다(메건 데일리의 <독자 기르는 법>은 내 실수니까 예외).
12권 중 7권은 블로그에 포스트를 쓸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역시나 나쁘진 않지만 몇 권 연속으로 ‘이건 포스트를 쓸 거리가 없겠는걸’ 하게 되니 아쉬웠다. 다음번엔 좀 더 내 취향을 저격해 보자!
나는 내가 800번대 문학 작품을 별로 안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이번 달 12권 중 8권이 800번대다. 소설도 있고 에세이도 있어서 그렇다. 다음 달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겠다.
2023년 3월 독서 챌린지 및 빙고
드디어 빙고 한 줄 완성!
챌린지 / 해당 작품 / 완료일 / 블로그 기록 여부
- 영화나 TV 쇼, 연극 등의 원작이 되는 책 읽기 / 송경화,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 03/07/2023 / Yes
- (기존에 알던 작가 또는 처음 보는 작가의) 데뷔작 읽기 / 홍만춘, <웰컴 투 패닉 에어포트> / 03/01/2023 / Yes
- 연예인/유명인이 쓴 책 읽기 / 홍민지,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 / 03/22/2023 / Yes
- 읽고 싶은 책 또는 읽어야 할 책 목록 중에서 제일 분량이 짧은 책 읽기 / 심너울, <아이스크림> / 03/11/2023 / Yes
3월에 완료한 빙고용 챌린지는 하나, 연두색으로 칠한 ‘영화나 TV 쇼, 연극 등의 원작이 되는 책’(참고로 노란색이 1월, 보라색이 2월이다). 읽고 싶어서 보관해 둔 책이 많기 때문에 책을 고를 때 딱히 챌린지를 찾아볼 필요가 없고, 그래서 챌린지는 일단 다 읽고 난 후에 끼워 맞추는 식으로 완료하고 있다. 어차피 내게 뭐라고 할 사람도 없으니~
제일 빠르게 빙고 한 줄을 만들려면 ‘(해외 저자의 경우) 비백인 저자가 쓴 책’ 챌린지를 완료하는 것인데, 여기에 딱인 책이 하나 있다. 이북이랑 오디오북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다음 달엔 이걸 체크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신경 써서 이 책을 읽어야겠다. 어떤 책인지는 완료 후 공개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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