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호주 문화] 호주인들은 차(car)와 모터 스포츠를 사랑해!
나는 한국에서 간간히 F1 소식을 접해 듣던 편이었다(내 친구가 좋아해서 나도 조금 깔짝깔짝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 여기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 오니 예상도 못 했는데 이곳 숙소에 폭스텔(Foxtel) 수신기가 있어서(말하자면 IPTV 셋톱 박스 같은 거다) 스포츠 채널을 통해 여태껏 F1 그랑 프리는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이 다 봤다.
주말마다 스포츠 채널을 돌려 보며 생각한 거지만, 호주인들은 모터스포츠를 꽤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풋볼이나 크리켓 등도 이곳 호주인들이 무척 좋아하긴 하는데, 모터스포츠도 뭐만 하면 종류별로 다 중계해 주는 걸 보니 인기가 있는 듯하다.
오늘은 간단히 호주의 모터스포츠에 대해 살펴볼까 한다.
# F1
알버트 파크에 위치한 호주 그랑 프리 서킷의 모습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호주에는 F1 서킷이 있다. 호주 그랑 프리는 1928년에 필립 아일랜드(Philip Island)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다.
1996년부터는 빅토리아(Victoria) 주 멜버른(Melbourne)으로 옮겨 와 앨버트 파크(Albert Park)에 있는 서킷에서 열리고 있다.
2006년과 2010년을 제외하고는 F1 시즌의 제일 첫 번째 레이스 자리를 차지해 왔다.
이 멜버른 그랑 프리 서킷의 총 길이는 5.303km이고, 레이스 총 길이는 307.574 km이다.
호주 출신 드라이버 렉스 데이비슨(Lex Davison)과 독일 출신 드라이버 마이클 슈마허(Michael Schumacher)가 86년 호주 그랑 프리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드라이버로 여겨진다. 둘 다 4번씩 우승했다.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을 꼽자면 페라리(Ferrari)와 맥클라렌(McLaren)으로, 12번의 승리 전적을 가지고 있다.
올해 2018년 호주 그랑 프리에서는 영국의 루이스 해밀턴(Lewis Hamilton)이 폴 포지션(pole position, 퀄리파잉에서 최고 기록을 내서 본 경주에서 1위 자리에서 출발하는 것)을 차지했고 각각 독일의 제바스티안 베텔(Sebastian Vettel)이 1위, 영국의 루이스 해밀턴이 2위, 핀란드의 키미 라이쾨넨(Kimi Räikkönen)이 3위에 올랐다.
이때 제일 빠른 랩(lap) 기록은 1분 25.945로 호주의 다니엘 리카르도(Daniel Ricciardo)가 낸 기록이다.
리카르도가 자주 하는 '슈이(shoey)'는 포디엄에 오른 기쁨을 나타내기 위해 신발에 샴페인(포디엄에 오른 드라이버들에게는 트로피와 함께 샴페인이 부상으로 주어진다)을 담아 마시는 것이다. F1은 아예 이 '슈이'를 트레이드마크로 등록했다고.
나도 호주에 온 이후로는 리카르도와 레드불(RedBull) 레이싱을 응원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리카르도가 내년부터는 르노(Renault)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이 얘기는 이 포스팅에서도 한 적이 있다. 영어 공부는 덤이니 한번 거들떠 봐 주시라!
2018/08/26 - [영어 공부] - [영어 공부] fair-weather fan(팀이 잘나갈 때에만 응원하는 팬))
호주 출신 드라이버도 있고 멜버른에 그랑 프리 서킷도 있어서 F1이 호주에서 더욱 인기가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도 영암에 있는 서킷 잘 활용하면 좋겠는데 F1 경주를 개최하는 데 드는 돈이 어마어마해서 엄두를 못 내고 있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확실히 모터스포츠가 그렇게 인기 있는 것도 아니고... ㅠㅠ
어쨌든 나도 멜버른에서 그랑 프리가 열릴 즈음 그 근처에 가 봤는데 머천다이즈 파는 거며 전시해 놓은 거며 정말 멋지더라.
심지어 나는 금요일(F1에서는 금요일에 프랙티스를 하고 토요일에 퀄리파잉, 일요일에 본 경주를 한다. 그러니까 금요일이었다는 건 아직 본 경기가 시작 전이었다는 뜻이다)도 되기 전에 거기 매대 같은 걸 세우는 걸 그냥 지나가면서 본 거에 불과했는데도.
일요일이 되면 사람이 얼마나 몰릴지는 상상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다.
내년(2019년) 호주 그랑 프리 티켓을 쟁취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라. 일정은 2019년 3월 14(목)~17(일)일이다.
# Supercar
슈퍼카 레이스에 쓰이는 차는 F1 드라이버들이 모는 차와는 다르게 생겼다. 당연한가? 약간 보통 차들에 더욱 비슷한 모습.
정식 명칭은 '버진 오스트레일리아 슈퍼카 챔피언십(Virgin Australia Supercar Championship)'인데(호주에 기반을 둔 항공사인 '버진 오스트레일리아'가 후원하기 때문에 앞에 이 스폰서명이 붙는다) 그냥 '슈퍼카' 또는 'V8 슈퍼카'로 불린다.
이 슈퍼카는 호주 각지에서 경주가 열린다. 뉴질랜드(New Zealand)에서 인터내셔널 경주를 열기도 한다(과거에는 중국이나 바레인 등지에서도 열었다).
레이스 형태는 각 서킷마다 다른데, 스프린트 경주의 경우는 총 100~200km, 길거리 경주는 총 125~250km를 달린다.
두 명의 드라이버가 바톤 터치하며 오랜 시간 경주하는 인듀어런스(endurance) 레이스는 샌다운(Sandown), 배쓰허스트(Bathurst), 그리고 골드 코스트(Gold Coast)에서 열린다.
이 중에서 제일 크고 인기 있는 레이스가 배쓰허스트에서 열리는 '배쓰허스트 1000'이다. 현재 '슈퍼칩 오토(Supercheap Auto)'사에서 후원을 받고 있어서 정식 명칭은 '슈퍼칩 오토 배쓰허스트 1000'.
뉴 사우스 웨일스(New South Wales) 주에 있는 배쓰허스트에서 파노마라 산(Mount Panorama) 서킷에서 매년 열린다.
약 6km 길이의 서킷을 161바퀴 돌아 총 1천 km를 달리는데, 올해(2018년) 승자는 트리플 에잇 레이스 엔지니어링(Triple Eight Race Engineering)의 크레이그 라운즈(Craig Lowndes)와 스티븐 리처즈(Steven Richards)이다.
슈퍼카 드라이버들에게 '슈퍼카 챔피언 자리를 딸래, 아니면 이 배쓰허스트에서 이길래?' 하고 물으면 '일단 배쓰허스트에서 먼저 이기고 챔피언 자리를 따내겠다'고 대답할 정도로 배쓰허스트는 이 챔피언십에서 제일 중요한 경주이기도 하다.
F1과 마찬가지로 슈퍼카도 좋은 관광 수입이 된다. 아래 링크를 보시면 특히 배쓰허스트 1000에 대한 간단한 안내와 티켓 구입하는 링크 등이 설명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라.
https://www.supercars.com/news/championship/what-you-need-to-know-supercheap-auto-bathurst-1000/
# MotoGP
호주 MotoGP 로고(왼쪽)와 호주 MotoGP 서킷 지도와 기록(오른쪽)
모터GP는 오토바이 챔피언십이다. F1이 F2, F3(그리고 하이브리드 차로 경주하는 Formula E까지)로 급이 나뉘어지는 것처럼 MotoGP 가 최고 등급, 그 아래에 Moto2, Moto3가 있다.
아프릴리아(Aprilia), 두카티(Ducati), 혼다(Honda), KTM, 스즈키(Suzuki), 야마하(Yamaha) 등의 오토바이 제조사들이 참여한다.
다음주(10월 26~28일)에는 마침 호주에서 경기가 열린다. 이름하여 '미쉐린 호주 모터사이클 그랑 프리(Michelin Australian Motorcycle Grand Prix)'. '미쉐린 타이어'라고 할 때의 그 미쉐린이 맞는다.
1937년에 처음으로 필립 아일랜드에서 호주 MotoGP가 열렸고, 그 이후 여러 번 장소가 바뀌었다가 1997년부터 지금까지는 처음의 그곳, 필립 아일랜드에서 개최되고 있다.
라이더들은 서킷을 총 27바퀴 돌아 120.1km의 거리를 완주해야 한다.
MotoGP를 비롯한 오토바이 경주에서 이렇게 거의 땅에 누운 것 같은 아슬아슬한 자세는 예삿일이다.
이 호주 MotoGP에서 제일 많이 승리한 라이더는 '닥터(The Doctor)'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발렌티노 로씨(Valentino Rossi)이다. 무려 8번 우승.
호주 출신 라이더인 케이시 스토너(Casey Stoner)는 6번, 역시 호주 출신 믹 두한(Mick Doohan)은 총 4번 이곳에서 우승했다.
호주 외에 아르헨티나, 미국,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에서도 경주가 열린다.
역시나 직관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따라가시라. https://www.motogp.com.au/tickets/search
주말에 스포츠 채널을 돌리다 보면 이 외에도 많은 모터 스포츠 경기를 보여 주지만, 개중에 제일 인기 있는 것들만 아주 간단히 살펴보자면 이 정도이다.
호주 국내에서 열리지 않더라도 꼭 중계를 해 주는데,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부럽다. 그만큼 호주 내에 모터스포츠 팬들이 두터워서 중계료를 내고 중계를 해도 수익이 난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니까.
게다가 멜버른에서는 매년 클래식 카들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나도 이번 주말에 다녀왔다!). 이름은 '모터클래시카(Motorclassica)'이다.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F1 드라이버인 앨런 존스(Alan Jones)의 차를 비롯해 의미 있는 차들을 잔뜩 구경할 수 있는 기회이다.
피아트(Fiat), 벤츠(Mercedes Benz), 포드(Ford) 등 내가 아는, 그리고 내가 모르는 차 제조사들은 다 보고 온 듯.
이렇게 멜버른 박물관(Melbourne Museum) 안에서도 전시 및 부스가 있고, 실외에서도 차 애호가 클럽 회원들의 온갖 차들을 전시해 놓았다.
매년 열리니 올해를 놓쳤다고 너무 상심하지 말고 내년을 노려 보시라.
이처럼 호주는 확실히 차를 사랑하고 모터스포츠를 좋아하는 것 같다. 차 좋아하시는 분들은 호주 여행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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