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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코니 윌리스, <고양이 발 살인 사건>

by Jaime Chung 2018.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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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코니 윌리스, <고양이 발 살인 사건>

 

2018/07/25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코니 윌리스,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고양이 발 살인 사건>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코니 윌리스의 단편집, <A Lot Like Christmas>의 두 번째 책이다.

(앞의 절반을 담은 첫 번째 책은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이다. 위의 포스트 링크를 참고하시라.)

 

<말하라, 유령>은 제목만 보고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햄릿(Hamlet)>에서 햄릿이 자기 아버지의 유령(이라고 주장하는 존재)에게 "말하라(Speak)."고 말을 거는 대사가 생각나 그 비슷한 으스스한 이야기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읽어 보니 오히려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크리스마스 캐럴(Christmas Carol)>에 가깝다.

한 서점 직원, 에드윈은  '크리스마스 미래의 유령'이라는, 말도 없고 정말 찰스 디킨스의 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존재를 소개받아 같이 일을 한다. 에드윈은 전처와 딸을 볼 일정을 조절하느라 옥신각신한다. 그리고 그러면서 딸을 통해 크리스마스와 희망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는다.

<고양이 발 살인 사건>은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의 <셜록 홈즈의 모험(The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 시리즈에 등장하는 셜록과 왓슨(Watson)이 모델인 듯한 탐정과 조수가 주인공이다. 탐정의 이름은 투페, 조수이자 친구는 브리들링스.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난 사건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en Poe)의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The Murders in the Rue Morgue)>풍이다(이미 이야기가 시작할 때쯤 투페가 이 책을 한 권 꺼냄으로써 이 소설도 비슷하게 진행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들이 초대받아 간 곳은, 고릴라를 훈련시켜 집사처럼 부리는, (아마도 제인 구달(Jane Goodall)이 모델인 듯한) 샬롯 부인의 댁이다.

이후는 말 안 해도 추측 가능할 거다. 투페는 잘난 척을 하고 브리들링스의 말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나름대로의 추리를 펼친다.

크리스마스라는 주제와 제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단편이다.

<절찬 상영 중>은 놀라운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다 말하면 재미없으니 그냥 배경이 영화관이고 얼핏 보면 한 대학생 커플이 주인공인 로맨틱 코미디 스파이물처럼 보인다고만 해 두겠다.

<소식지>는 '외계인의 숙주가 되면 왜 눈을 녹색으로 번득이며 다들 지구를 정복하려고만 할까? 다른 영향은 없을까?'라는 유쾌한 상상을 바탕으로 했다.

크리스마스 즈음,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간 자기에게는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소식지를 보내는 한 가족이 있다.

그중 낸은 '어차피 아무도 관심 없는 소식지, 쓸 거면 미주알고주알 자기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대신 차라리 재미있는 거짓말이라도 지어내는 게 낫지.' 하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씩 차츰 친절하고 다정해진다. 전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낸이 짝사랑하지만 이혼한 전처에게 미련을 가진 게리(낸의 회사 동료)는 이 현상이 외계인에게 숙주가 되었기 때문에 성격이 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이건 정말 좋은 현상일까?

<동방박사들의 여정>은 현대판 동방박사 이야기이다. 한 평범한 목사가 갑자기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셨고, 그를 맞이하러 가야 한다는 깨달음(이 단편 소설의 원제처럼 'epiphany')을 얻는다.

그리고 그는 무작정 차를 타고 떠난다. 도로에서 그는 카니발 장비를 실은 트럭 옆에 서서 태워 달라는 표시로 엄지를 치켜든 청년을 보게 된다.

그는 그냥 지나치려 하지만 목사이기도 하고, 하느님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 그 낯선 히치하이커를 태워 다음 휴게소까지 데려다준다. 거기서 그와 헤어진 후 목사는 나중에 그의 절친이자 무신론자인 B.T. 박사를 만난다(박사는 친구가 걱정돼 그를 따라온 것이었다).

B.T. 박사는 재림을 믿지 않지만 그래도 친구가 걱정되어 같이 덴버까지 가기로 한다. 그렇게 서쪽으로 향하던 중 그들은 마지막 세 번째 동방박사도 만나게 된다.

재림을 언급하는 성경 구절과 어쩐지 그때그때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문학 작품 속 인용구들을 보면 어떻게 이런 글귀를 찾아서 제때에 썼을까 감탄이 나온다.

<우리가 알던 이들처럼>은 제목이 내용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크리스마스에 정말로 온 세계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원래 그 절기에 눈이 오지 않는 곳에도 눈이 내리는 이상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큰 틀 안에서 몇몇 인물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지고 조금씩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을 지나면 부록이 나오는데 크리스마스라는 주제와 관련된 영화, 소설과 시, 그리고 TV 드라마들의 목록이다.

놀랍게도 이것까지 전부 저자 코니 윌리스가 썼다(하여간 미국인들이란!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좋아 죽는다니까!).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찾아서 접해 보시면 될 거고, 나처럼 크리스마스에 관심 없는 분들은 '피해야 할 작품 목록'으로 참고하시면 될 것이다.

어차피 중요한 건 단편 소설이고 크리스마스에 큰 관심이 없어도 읽는 데 큰 불편함이 없는 이야기들이니까.

 

책 편집 및 교정 상태는 전편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보다 이쪽이 더 심각하다.

전체적으로 작품명이나 캐릭터 이름이 통일이 안 되어 있는 실수가 자주 보였다.

<절찬 상영 중>에서는 앞에 '<운수 나쁜 철>'이라고 언급된 (가상의) 영화 제목이 뒤에는 '<운수 사나운 계절>'로 나온다. 같은 단편 소설 안에서 '갱의실'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사전에도 나와 있듯이 '경의실(옷을 갈아입는 방. ‘옷 갈아입는 곳’, ‘탈의실’로 순화.)'의 잘못이다. 구두점이 빠진 실수("...안 쓰는데")도 보인다.

<말하라, 유령>에서 '타이니 팀'이라고 표기했던, <크리스마스 캐럴>에 등장하는 인물 이름이 <소식지>에서는 또 그냥 '작은 팀'으로 되어 있다. 부록인 <잠자리에서 읽을 만한 크리스마스 소설과 시 20편>에도 '작은 팀'이라고 써 놨으면서.

<말하라, 유령>은 전편(<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의 번역가분이 번역하셨지만 실리기는 이쪽 <고양이 발 살인 사건>에 실린 걸로 알고 있는데, 어쨌거나 같은 책 안에서 통일은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동방박사들의 여정>에서는 "기다리다가 죽는 걸 알았어요."라는 대사가 너무 어색하다. "기다리다가 죽는 줄 알았어요."가 자연스럽지 않나. 또한 말도 안 되는 '가지마'는 뭐란 말인가. "가지 마"라고 띄어써야 한다. '래스트챈스'는 지명이니 띄어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뒤에 온점이 안 찍힌 게 거슬린다.

<우리가 알던 이들처럼>에서도 통일이 안 된 사항이 발견된다. 전편에 수록된 단편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에는 '칩멍크 앨빈' 또는 '칩멍크 송'이라고 써 놓고 여기 이 책에서는 다시 '앨빈과 다람쥐들'이라고 써 놓았다. <크리스마스를 느끼기에 충분한 크리스마스 영화 24편>에서 '앨빈과 다람쥐'라고 되어 있다. 칩멍크이든 다람쥐이든 하나로만 표기하면 좋겠다.

다시 <우리가 알던 이들처럼>으로 돌아가, "내 권리를 뺐을 수 있다는"에서 "뺐을"은 "뺏을"으로 고쳐야 한다. '카멜리타'라는 이름도 한 번 '카멜레타'로 오타가 난 곳이 있다. "뭐였죠?."에서는 왜 물음표와 온점이 같이 쓰인 건지 모르겠다. "이모가 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는 틀린 건 아니지만 연극을 하듯 드라마틱한 몸짓으로 손을 내밀었다는 의미를 잘 나타낸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이 정도 어색한 부분은 이제 신경 쓸 여력조차 안 난다.

<크리스마스를 느끼기에 충분한 크리스마스 영화 24편>에서 '<갤릭시 퀘스트>'는 '<갤럭시 퀘스트>'의 오타임이 분명해 보인다. 대부분의 영화나 문학 작품 제목을 네이버에서 검색해 나오는대로 표기하셨던데(네이버가 가장 대중적인 검색 엔진이니 이 기준에는 나도 동의한다), <갤럭시 퀘스트>는 아무리 봐도 네이버에 <갤럭시 퀘스트>라고 잘 쓰여 있어서 '갤릭시' 쪽이 오타가 맞는 것 같다.

 

놀라운 건 내가 "틀린 걸 잡아내야지!" 하고 눈에 불을 켜고 봐서 이런 걸 찾은 게 아니라, 전혀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즐기려고 읽다가 그냥 보이는 것만 찾은 게 이 정도라는 거다.

아무리 직업병이라고 해도, 돈 받고 하는 것도 아닌데 매번 이렇게 찾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이건 뭐, 재능 기부도 아니고.

(그렇다, 이렇게 오류를 발견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아래 포스트들을 참고하시라.)

2018/07/25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코니 윌리스, <빨간 구두 꺼져! 나는 로켓 무용단이 되고 싶었다고!>

2018/06/20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추천]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체체파리의 비법> - 2 (오류 수정)

다음에 책 내실 때 저에게 원고 좀 보내 주시면 제가 쓱 읽고 교정 한번 봐드려도 되겠습니까? ㅎㅅㅎ

 

어쨌거나 책 읽으신 분이나 읽으실 분들은 위의 오류 사항 참고하시기 바란다.

지금이 크리스마스건 아니건, 크리스마스에 관심이 있건 없건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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