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I Care A Lot(퍼펙트 케어)>(2020)

by Jaime Chung 2024. 2. 7.
반응형

[영화 감상/영화 추천] <I Care A Lot(퍼펙트 케어)>(2020)

 

 

⚠️ 본 영화 리뷰는 영화 <I Care A Lot(퍼펙트 케어)>(2020)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말라 그레이슨(로자문드 파이크 분)은 치매나 기억력 문제 등, 고령과 관련한 질병 때문에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노인 환자들을 ‘도와주는’ 법적 보호자이다. 그것이 겉으로는 판사에게도 존경받는 그녀의 직업이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고령의 노인을 ‘실버 타운’ 같은 시설에 처넣고 그들의 재산을 야금야금 빼앗아먹는 사기꾼이다. 그녀는 이 사기 행각을 자신의 애인이자 조수인 프랜(에이사 곤살레스 분)과 해 오고 있는데, 그들과 한통속인 협력자들, 예컨대 의사 카렌 에이모스(알리시아 위트) 같은 자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 날 카렌은 말라와 프랜에게 ‘체리’, 즉 돈깨나 있다는 노부인을 타깃으로 제안한다. 타깃의 이름은 제니퍼 피터슨(다이앤 위스트). 프랜이 뒷조사를 해 보니 배우자나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으며독서나 정원일 등이 취미인 돈 많은 노부인이었다. 그래서 말라는 늘 하던대로 카렌에게 ‘제니퍼는 스스로를 돌볼 건강 상태가 안 된다’라는 의견서를 받아 판사를 통해 그녀의 법적 보호자 자리를 차지한다. 그녀를 고급 실버 타운에 강제로 넣어 놓고 그녀의 재산을 차지하려고 하는데, 이 무해해 보이는 노부인은 사실 겉으로 보이는 그런 나약한 피해자가 아니었다. 이 노부인을 찾는 어떤 ‘무서운’ 사람이 말라와 프랜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하는데…

2020년에 아마존 오리지널로 공개된 이 영화는 나오자마자 나도 흥미롭다 여기고 봐야지, 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미뤄 둔 영화들 중 하나였다. 이번에 드디어 봤는데, 음, 굉장히 뛰어난 작품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IMDB에도 7점 이상의 높은 별점과 5점 이하의 낮은 별점이 공존한다. 후자의 경우, 이야기가 너무 얼탱이 없고 과장돼 있다,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듯하다.

나도 어느 정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는 건 좋은데 가면 갈수록 따지고 보면 비현실적인 구석이 많다. 그냥 돈 많은 노부인인 줄 알던 제니퍼가 사실 (죽은 줄 알았던) 러시아 마피아의 어머니였다는 설정까지는 OK인데, 그 러시아 마피아, 즉 로만(피터 딘클리지 분)이 좀 무능해 보인달까? 자기 어머니를 납치하듯 실버 타운에 넣어 놓은 말라에게 곱게 그녀를 풀어 달라고 협박을 해도 먹히지 않자, 로만은 말라를 납치해 일대일로 얼굴을 보면서 협박을 또 한다. 근데 거기에 굴하지 않는 말라. 난 년은 난 년이다… 화가 난 로만은 말라를 기절시킨 후 그녀가 음주 운전을 한 것처럼 꾸며서 죽이라고 부하들에게 시킨다. 분명 부하들은 그의 말에 따라 말라에게 약물(알코올인가? 정확히 뭔지는 안 나온다)을 주입시키고 차에 태운 후 그 차가 질주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강에 빠지게 만든다. 그런데 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을 때쯤 말라는 정신을 차리고, 물속에 잠긴 차에서 빠져나와 어찌어찌 자신의 파트너 프랜을 찾아간다. 프랜 역시 로만의 부하들이 쥐어터지게 패놓고 집 안에 가스를 잔뜩 틀어서 (프랜이 가스 폭발 사고로 죽은 것처럼 위장하게끔) 기절해 있는 상태다. 근데 프랜 역시 깨어난다. 아니, 마피아가 왜 이리 허술해… 죽일 거면 확실히 숨통이 끊어졌는지 확인하시라고요!

반면에 말라와 프랜은 마피아의 공격에 질 수 없다는 마음, 여기에서 겁을 먹으면 다 끝이라는 마음으로 반격하는데 이건 대성공이다. 로만의 수하들을 전기 충격기로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어 놓고 로만이 탄 차를 탈취해 그 차를 인적 드문 숲 속에 버려놓는다. 그러고 나서는 역시나 사고가 난 것처럼 차를 폭발시키지만, 로만은 알몸으로 어찌어찌 차에서 기어나왔는지 다음 날 아침 자연 속에서 조깅하던 사람에게 발견된다. 로만을 죽이지 않은 것은 말라와 프랜의 계획이었는데, 신분을 알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하면 주 정부에서 자동으로 그 환자에게 법적 보호자를 붙여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쯤 되면 다들 눈치 채셨다시피, 말라와 프랜은 다른 노인들을 등쳐먹었던 방법 그대로 로만의 자유를 앗아가겠다는 협박을 한다. 법적으로 자기 밑에서 다른 피해자들처럼 당하고 싶지 않으면 제니퍼를 1천만 달러와 교환하자고. 로만은 심지어 러시아 마피아인 자기까지 인질로 붙잡고 이런 ‘딜’을 하는 그녀의 대담함에 감탄해서 사업 파트너가 되자고 제안한다. 자기가 돈을 대 줄 테니, 그돈을 이용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법적 보호자’ 제도를 악용해 돈을 벌어들이는 세계적인 대기업을 세우자고.

이 영화에 ‘법적 보호자’ 제도나 이와 비슷하게 법을 잘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을 이용해 돈을 터는 사기꾼들을 비판하는 면이 들어가 있다는 건 잘 알겠다. 이 영화를 홍보할 때 프랜 역의 배우 에이사 곤살레스가 다큐멘터리 <프레이밍 브리트니 스피어스(Framing Britney Spears>(2021)를 언급하며 후견인 제도가 악용되는 경우가 있고 이 영화는 그런 문제를 조명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그녀의 음악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녀가 처했던 상황(후견인 제도를 악용해 브리트니의 재정적인 면과 사생활까지 감독해 온 아버지와의 갈등)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그 점에 있어서는 브리트니의 편에 서고 싶다. 어쨌거나, 나름대로 이 영화에 사회 비판적인 면이 있는 건 참 좋지만, 그래 봤자 머리를 써서 사람들 등쳐먹는 사기꾼들이 어떻게 마피아를 이기냐고요… 그나마 제일 현실적인 건, 말라가 로만의 돈으로 기업을 설립해 승승장구하고 ‘40세 이하의 주목할 만한 인물 40명(40 under 40)’에 꼽힐 정도로 그 기업(’그레이슨 가디언십’)을 대기업으로 만들었다는 게 아니다. 그녀의 엄청난 성공에 관한 TV 인터뷰를 하고 나오는 길에 자신의 희생자(영화 초반에 나왔던, 말라가 제니퍼를 공략하기 전 이미 등처먹은 노부인)의 아들에게 총 맞아 죽었다는 거지. 사실 이것도 너무나 시적 정의(poetic justice)라서 ‘권선징악’의 분위기를 내려고 한 건가 싶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이 결말 때문에 이 영화가 조금 덜 불편했다. 말라와 프랜이 제니퍼를 쥐락펴락하는 게 너무 꼴 보기 싫고 화가 났는데, 이렇게 악인다운 비극적 최후를 맞으니 조금 속이 풀렸달까. 현실에서 이런 ‘꼴 좋은 최후’가 일어나기를 바라기는 어렵겠지만.

로자문드 파이크의 연기는 딱 한 장면 빼고 다 좋았다. 프랜이 마피아들에게 줘터지고 기절해 있는 모습을 발견하며 달려오는데 ‘Oh!’ 하고 감탄사를 남발하는 게 말라라는 캐릭터랑 안 맞는다는 느낌? 그래도 그거 빼고는 다 좋았으니까 이때 연기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뮤지컬 또는 코미디 부문)을 탄 것도 인정. ‘말도 안 되게 좋은 최고 명작’까지는 아니어도 분명히 ‘그냥저냥 괜찮은 영화’도 아니고 별 네 개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아마존 프라임이 있으시다면 한번 보시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