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최준혁, <병원탐험기>
PKD(Paroxysmal Kinesigenic Dyskinesia), 즉 ‘돌발운동유발이상운동’이라는 병을 가진 저자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 어떤 약이 듣고 어떤 약은 듣지 않는지 등을 알게 된 투병기이다. 이 병은 말 그대로 갑자기 움직이면 이상운동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어릴 때 발현되어 40대쯤 사라진다고 하는데, 약으로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고 증상을 막아주는 데 그친다. 그래서 이 병이 사라질 때까지 그냥 꾸준히 약을 먹는 것이다. 환자는 국내에 1천 명 정도 있다고 하는데, 저자가 진단받을 당시에는 몇백 명 정도였다고.
저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냥 기립성 저혈압인 줄 알고 그대로 방치했다고 한다. 그러다 6학년 때 엘리베이터에 서 있다 내리는 찰나에도 몸에 경련이 오고 씻을 때 샴푸 들러 움직이다가도 경련을 하고, 그냥 움직여도 경련하는 모습을 저자의 어머니가 보게 된다. 말은 경련이라고 했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발부터 시작해서 온몸의 관절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고, 근육도 제어가 안 되어서 숨도 못 쉬는 지경”에 이른다고. 이걸 2년간 그냥 참고 있었다니…
어쨌거나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저자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입원을 시켰는데, 의사도 단번에 이 병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MRI 촬영부터 시작해 많은 검사를 해 보게 되는데, 아무래도 입원 생활이란 게 지루하다 보니까 저자는 그 안에서 나름대로 오락거리를 찾고 만들어낸다(이 시기에는 스마트폰이 없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시라). TV를 보거나 놀이방에 있는 피아노 치기, 냄새로 오늘 병원식 맞히기, 비싼 요금의 PC를 사용하거나 원내 편의점 구경하기, 밖에서 햇볕 쬐기, 복도에 있는 휠체어 타기, 링거 대에 매달려서 끌어 달라고 하기, 병원 복도 구경하기 등등을 전전하다가 최종으로 병실에 있는 만화책을 읽었고, 다 읽고 나서는 할 일이 없어서 따라 그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아마 지금의 이 만화가 탄생한 듯.
종이책 기준 144쪽의 짧고 간결한 독립 출판작이지만, 소소하게 재미가 있고 또 찡한 부분도 있다. 저자 본인이 아픈 것도 힘들 텐데 부모님도 각각 아프셨고, 또 형제(누나분인 듯)도 (아주 큰병은 아니지만) 아팠다고. 그 일화들을 읽다 보면 인간의 육신이란 게 뭐길래 이렇게 한없이 나약할까, 이렇게 다방면으로 아플 수가 있을까 싶다. 그래도 저자처럼 그 고통을 이겨내고 그 안에서 유머를 찾아내는 모습을 보면 역시 인간은 강하다, 인간의 정신은 참으로 많은 것을 인내할 수 있구나, 하고 느끼고 새삼 경건해지게 된다. 블랙 코미디, 씁쓸한 유머도 견딜 수 있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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