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Quiz Lady(퀴즈 레이디)>(2023)
회계사 앤(아콰피나 분)은 직장에서 별로 존재감이 없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20년 넘게 그녀의 곁을 지켜 준 (그러면 도대체 몇 살인지 모르겠지만) 충직한 애완견 ‘링귀니 씨’와 함께, 좋아하는 퀴즈 쇼 ‘캔트 스탑 더 퀴즈’를 보는 것. 어느 날, 앤은 엄마가 요양원에서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고 요양원에 갔는데, 마침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언니 제니(산드라 오 분)를 만난다. 제니는 조용하고 내향적인 앤과 정반대 성격으로, 외향적이고 외모도 화려하게 꾸미며, 뭘 하나 진득하게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어쨌든 앤네 집에 며칠 머무르기로 한 제니는 앤이 퀴즈 쇼를 보며 문제가 나오는 족족 맞히는 걸 보고 몰래 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 다음 날, 앤은 놀랍게도 ‘퀴즈 레이디’ 영상이 널리 퍼져 인기인이 된다. 이때, 엄마의 도박 빚이 8만 달러나 있다는 걸 알게 된 자매. 제니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이 인기를 이용해 퀴즈 쇼에 나가 퀴즈를 맞히고 상금으로 엄마가 남긴 빚을 갚자고 제안하는데…
대략 이 정도 시놉시스를 보면 어떻게 이야기가 풀릴지 감이 오지 않는가. 딱 그렇게 진행된다. 하지만 그 ‘잘 아는’ 맛을 먹고 싶은 게 인지상정. 어떻게 보면 예측 가능한 그 이야기를 귀엽고 재미있게 만드는 게 작가와 감독의 역량이다. 앤과 제니가 이렇게 저렇게 일을 겪으면서 다시 사이가 좋아질 거라는 것도 상상 가능한 범위 내의 결말이지만 그걸 직접 봤을 때 마음이 훈훈해지는 느낌이 조금도 덜하진 않다. 이 영화 평점이 IMDB에서 6.7점인데 ‘이 정도 영화에 6.7점이면 너무 높은 거 아닌가?’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하지 않게, 어디 한 군데 부족한 데 없이 무난하게 잘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산드라 오가 더 지루하고 따분한 범생이 같은 성격의 앤을 맡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나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중반쯤 보고 나니 아무래도 연기 내공이 더 큰 산드라 오가 오버스러운 골칫덩어리 제니 캐릭터를 맡는 게 더 잘 어울린다는 걸 알았다. 이런 캐릭터는 좀만 잘못하면 너무 ‘투머치’해져서 ‘오버스럽지만 사랑스러운’ 제니 캐릭터를 망칠 게 뻔하기에. 산드라 오가 정말 과하지 않게 딱 재밌고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연기를 잘했다.
전반적으로 뻔한 것 같아도, 예상 가능하고 익숙한 재미가 있는 영화다. 어디 하나에서 망가지지도 않고 계속 무난하게 재미있는 중박 영화라고 할까? 사실 이 정도로만 만들어도 대박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만.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는, 정말 잘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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