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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이한승, <솔직한 식품>

by Jaime Chung 2018.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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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이한승, <솔직한 식품>

 

 

'식품학자가 말하는 과학적으로 먹고 살기'라는 부제가 이 책을 아주 잘 설명해 준다.

정말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하는,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까, 쌀밥은 대략 한 공기에 몇 kcal이고, 지방은 1g에 9kcal이다 하는 그런 거 말고, '식품을 대할 때 가져야 하는 올바른 자세'를 배운다는 말이 적절하겠다.

그중 가장 기초적인 것이 단순하게 '좋은 식품, 나쁜 식품'이라는 이분법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면, 식품 속에는 아주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 가운데에 한두 가지 효과를 지닌 물질이 들어 있는 동시에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도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 좋다는 식이섬유를 예로 들어보자. 식이섬유는 소화가 되지 않는 탄수화물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우리의 위장관을 훑으며 콜레스테롤처럼 우리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을 흡착시켜 몸 밖으로 빼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몸에 필요한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무기질도 함께 배출시키므로 무기질이 부족한 사람들은 지나친 섭취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 이렇듯 어떤 식품에 몸에 좋은지 나쁜지는 그 사람의 건강 상태와 해당 성분의 함유량, 실제 섭취량 등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판단할 수 있다. 몸에 이로운 몇몇 물질을 보고 장점만 이야기하거나 해로운 물질에 주목해서 단점만 이야기하는 것은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두가지 식품이나 성분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전통 음식은 무조건 몸에 좋은 것이라는 선입견도 버려야 한다. 역사적으로 '전통'이 뭔지 정확하게 밝혀내기 어려운 것들(예를 들어 전통적 막걸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같은)이 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김치나 젓갈, 된장 같은 전통적인 한국 음식에 나트륨이 과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발효음식을 기반으로 하는 한식은 나트륨이 과다하게 들어가게 마련이며, 우리나라의 나트륨 섭취량이 세계 보건 기구(WHO) 권장량의 두 배 이상인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십자화과 채소인 배추나 양배추, 무 등에는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s)라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위암·간암·유방암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많이 보고되어 있다. 배추김치나 열무김치가 위암세포와 결장암 세포 등 다양한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는 연구도 많다. 하지만 역학조사 결과는 이와 반대다. 환자·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김치를 많이 먹는 사람은 위암과 대장암 발병률이 더 높다.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김치의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의약품과 달리 식품 속에는 수많은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대중에게 인기 있는 '천연 식품'은 더욱 그렇다. 9장에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방법론적인 한계도 적지 않다. 항암물질이 들어 있다고 그 식품이 반드시 좋은 식품이 되는 건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양의 식품 영양학, 건강 정보를 '수입'해 들여오고 그를 맹신하는 '영양학 사대주의'도 조심해야 한다(이건 정말 내가 여태껏 생각도 못해 본 이슈인데 이에 대한 꼭지를 읽고 나서는 무릎을 탁 쳤다).

 

저자는 스테비아 같은 인공 감미료나 MSG(미원)에 대해 소비자가 흔히 가진 편견도 날려 버린다.

또한 내가 이미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는, '좋은 천연물 대 나쁜 인공물/합성물'이라는 구도가 얼마나 비과학적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준다.

('유사 과학'을 처부수는 박재용의 <과학이라는 헛소리>에서도 이를 분명히 짚고 넘어갔다. 아래 책 리뷰를 참고하시라.

2018/09/03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박재용, <과학이라는 헛소리>)

 

현재 식품 시장에는 식품의 다면성을 무시한 단편적 정보가 산재해 있으며, 소비자는 '확증 편향(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으로 인해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이 옳은 정보를 알리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소비자는 과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지혜롭고 건강한 결정을 내리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이 책이 그런 태도를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은 두말하면 입 아프고 말이다.

읽으면서 이 책에서 짚어 주는 것만큼이라도 학교에서 식품에 대해 제대로 배웠다면 참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저런 속성 다이어트법에 혹하지 말고 기본적인 공부를 위해 더더욱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본다.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또는 먹기 위해 사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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