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추천] 바바라 J. 지트워, <J. M. 배리 여성 수영 클럽>
주인공 조이 루빈은 J. M. 배리(Barrie)가 휴가를 보내며 <피터 팬(Peter Pan)>을 쓴 것으로 알려진 스탠웨이 저택을 재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개월 간 진행해 왔다.
프레젠테이션 당일, 발표자가 사고를 당한 덕분에 그녀는 얼떨결에 발표를 하게 될 뿐 아니라 직접 영국에 건너가 이 프로젝트를 관할하게 된다.
스탠웨이 저택을 J. M. 배리를 기리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온 것이지만,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곳 현지인들은 그녀를 반가워하지 않는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그곳에 자신의 오랜 친구 새라가 영국인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산다는 것.
조이가 새라의 결혼식에 가지 못하고, 새라가 조이의 어머니 장례식에 오지 못한 뒤로 둘의 사이는 다소 소원해졌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프로젝트를 위해 영국으로 날아간 그녀는 그곳 부지를 관리하고 있는 이언이라는 남자를 만난다. 그는 다소 무뚝뚝하고 이 프로젝트에 그다지 열성적이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와 사별한 아내 케이트 사이의 딸 릴리는 조이를 마치 언니마냥 잘 따른다.
그러다 운동을 위해 달리기를 하던 그녀는 웬 할머니가 차가운 겨울 연못 물에 빠진 걸 보게 되고, 정신없이 그 할머니를 구하는데 사실 그녀는...
너무나 영화 같은 소설이라 줄거리 소개도 영화처럼 한번 써 보았다. 이 책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하자 나는 곧 이 소설이 영화를 그냥 글로 옮겨 놓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조이 루빈은 사랑스러운 미국 여배우, 에이미 에담스(Amy Adams)가 딱일 것 같다.
<프로포즈 데이(Leap Year)>의 사랑스러운 느낌이 기억나 바로 (내 멋대로) 캐스팅!
남주인공 이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배우는 없지만, 그리고 릴리 역도 딱히 이렇다 할 아역을 내가 몰라서 떠올릴 수는 없지만 분명 능력 있는 캐스팅 디렉터라면 좋은 배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앵거스(이언의 절친) 역에는 빌리 코놀리(Billy Connolly)처럼 호탕한, 그리고 젊은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가 어울리겠다. 나도 빌 코놀리 할아버지 좋아하긴 하는데 이 역을 맡기엔 나이가...
이 할아버지가 잘 기억이 안 나신다면 <메리다와 마법의 숲(Brave)>의 퍼거스 왕을 떠올려 보시라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J. M. 배리 여성 수영 클럽 회원들! 리더 격인 애그니스는 주디 덴치(Judi Dench)가 어떨까.
주디 덴치 여사님은 나오는 영화마다 다 좋아서 딱히 최고로 좋아하는 한 편을 고르기는 어렵지만, <빅토리아 & 압둘(Victoria & Abdul)>이나
<미세스 브라운(Mrs Brown)> 두 편에서 공통적으로 맡은 빅토리아 여왕 역이 제일 좋고 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다른 회원들로는 이멜다 스턴튼(Imelda Staunton)이나 셀리아 아임리(Celia Imrie), 그리고 매기 스미스(Maggie Smith)를 추천한다.
이멜다 스턴튼은 <해리 포터(Harry Potter)> 시리즈에서 엄브리지 교수 역을 하신 분이다
생각해 보니 셀리아 아임리는 주디 덴치와 같이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The Best Exotic Marigold Hotel)>에 나왔다
셀리아의 역은 매지 하드캐슬(Madge Hardcastle)이었다. 이멜다 스턴튼은 셀리아 아임리와 <파인딩 유어 피트(Finding Your Feet)>에서 자매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매기 스미스 역시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맥고나걸 교수 역이었다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에서는 뮤리얼 도널리(Muriel Donnelly) 역.
이 소설은 아직 영화화된다는 이야기도 안 나왔는데 벌써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한 편 다 본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위의 배우들 사진, 특히 여사님들 사진 추가하면서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여사님들 사랑해요ㅠㅠㅠㅠㅠ
여튼, 이 소설은 어쩜 모든 장면이 그냥 영화 그 자체 같은지. 이때 이 말은 영화처럼 놀랍다, 재밌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말 글자 그대로 영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로 그냥 글자 그대로 '영화 같다'는 의미이다.
도대체 어쩜 이럴 수가 있나 싶었는데, 저자 바바라 J. 지트워(Barbara J. Zitwer)는 문학 에이전트일 뿐 아니라 니콜라스 케이지(Nicholas Cage) 주연의 영화 <뱀파이어 키스(Vampire's Kiss)>를 제작하기도 한 프로듀서였다(이 영화는 IMDB에서 별점이 5.9점밖에 안 되긴 한다).
게다가 컬럼비아 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시나리오 작법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과연, 무릎을 탁 쳤다. 그래서였구나.
조금 전에 이 소설이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영화 같다고 말했는데, 한국 드라마 같은 면도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건축 하다가 연애하는 얘기'라는 거다. 스탠웨이 저택 프로젝트를 위해 일하는 모습이 안 나오는 건 아닌데 연애 쪽이 확실히 분량을 다 가져갔다.
J. M. 배리라는 작가를 기리는 작품이 될 수도 있었지만 이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양념'도 아니고 그냥 '고명' 정도로 살짝 얹힌 느낌이다.
거기에다가 조이가 따지고 보면 수양딸이 될 릴리와 친해지는 과정소원해진 두 여성이 다시 우정을 회복한다는 점, 이 두 친구의 우정 회복에 영감을 주는 'J. M. 배리 여성 수영 클럽' 회원인 여인들 이야기까지, 정말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이언이 돌아오는 마지막 장면은 조금 손봐야 할 거 같지만.)
나도 나름대로 시나리오 작법 책도 좀 들춰 봤다는 사람인데 이렇게 읽자마자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한 편이 그려지는 소설은 처음이다.
'영화 같은 소설'을 쓰고 싶거나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나중에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 해도 난 놀라지 않을 것이고, 이 포스트는 성지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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