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김영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경향일보 칼럼으로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를 얻은 김영민 교수의 칼럼집이다.
나도 이 칼럼을 아주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이 나오자마자 바로 전자책으로 구입해 읽었다.
책은 크게 1부 일상, 2부 학교, 3부 사회, 4부 영화, 5부 대화의 구조로 되어 있다.
1부와 2부까지는 정말 배 찢기게 웃기고 살짝 감동까지 받을 수 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사소한 일들 또는 사건들에서 얻은 깨달음을 정말 유머러스하게 잘 표현했다. 나는 특히 <결혼을 하고야 말겠다는 이들을 위한 세 가지 주례사>가 제일 찡하더라.
1부와 2부는 정말 다 유쾌해서 어디 버릴 꼭지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주제가 '사회'인 3부에서부터 슬슬 진지해지기 시작해 웃음기가 슬며시 사라진다.
4부에는 저자가 1998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에 참가하여 상을 받은 작품인,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에 대한 영화 리뷰가 실려 있다.
홍상수의 초기 영화와 <양들의 침묵>, <고스트 독>에 대한 리뷰가 그 뒤를 잇는다.
이 평의 대상이 되는 영화를 모른다면 도대체 이 글이 무슨 내용인지, 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양들의 침묵>은 봐서 대충 '아, 그래, 한니발 렉터라는 인물을 이렇게 분석하는구나' 생각하며 읽을 수 있었지만, <안토니아스 라인>이나 홍상수 영화, <고스트 독> 등 내가 안 본 영화에 대한 글을 읽기는 참 힘들더라.
나도 영화 좀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다음 5부는 김영민 교수가 각각 김민정 시인, <신동아>의 송화선 기자와 만나 나눈 인터뷰 두 편을 모아 둔 것이다.
두 인터뷰의 내용이 비슷한지라 한 편만 실었어도 충분했을 것 같다. 물론 같은 인물을 인터뷰한 거니 완전히 다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질문 내용이나 분야를 아예 다르게 설정한 인터뷰였다면 같은 인물의 다른 면모를 살펴본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1부에서 2부까지는 정말 웃기고 감동적이다. 칼럼을 아주 그대로 실은 것도 아니고 책으로 내기 위해 조금씩 손을 본 것 같아 그 점도 좋았다.
그런데 3부부터 웃음기가 사라지고 4부와 5부는 솔직히 그냥 넘기고 싶어진다. 위에 언급되는 영화들을 모르거나 영화에 그다지 크게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면 '내가 왜 이런 걸 읽어야 해?'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영화는 몰라도 저자의 표현이 재미있다든가 찬찬히 흥미롭게 영화 설명을 해 준다면 읽을 만도 할 것 같은데, 원래 영화평이라는 게 독독서 감상문과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이미 이 영화(책)를 봤다고 상정하고 나서 그 의미와 내가 느낀 바를 표현하는 글'이라서, 여기에서는 그런 것까지는 기대할 수가 없다.
그러니 단적으로 평을 내려 드리겠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을 읽고 '어, 그 교수님이 쓰신 책이네' 하며 덜컥 구입하실 분도 있을 테니까.
우리가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을 읽고 기대하는 그 빵빵 터지는 말솜씨를 맛보시려면 1부와 2부만 읽어도 충분하다. 나머지는 본인이 웃음기를 싹 뺀 진지한(그리고 다소 전문적인) 이야기를 얼마나 읽고 싶어 하는지에 달렸다.
개인적으로는 도서관이나 주변 지인에게 빌려 보시는 게 제일 나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서점에 가서 조용히 앉아 1, 2부만 깨끗이 읽고 꽂아 놓고 나오든가.
굳이 내 돈을 들이고 싶다 하시는 분은 구입보다는 n일 또는 nn일 대여 서비스(대개 구입보다는 저렴하다)를 이용하시는 게 낫다고 본다.
나는 내 돈 주고 사서 읽었지만 여러분은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라며 솔직하게 평을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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