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지아 장, <거절당하기 연습>
얼마 전 리뷰를 쓴 마리안 파워의 <딱 1년만, 나만 생각할게요>를 읽고 나서 '거절 치료' 분야에 도움이 될 '교과서'로 지아 장의 <거절당하기>를 읽었다.
(이 책 리뷰: 2019/01/07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마리안 파워, <딱 1년만, 나만 생각할게요>)
놀라운 건 이 책의 저자 지아 장도 마리안 파워처럼 제이슨 컴리(Jason Comely)의 웹사이트를 보고 '거절 치료'를 하겠다는 영감을 받아 '100일 동안 100번 거절당하기' 프로젝트를 실행했다는 것이다.
사실 지아 장은 중국 출신 유학생으로, 미국에 와서 공부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학위도 땄다가 나중에 자신이 이 길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MBA를 공부하고 번듯한 직장도 구했건만, 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을 버리지 못해 고민했다.
그런데 아내가 이를 알고 '그렇게 사업가가 되고 싶다면 한번 시도해 봐라. 6개월의 시간을 줄 테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도전해 봐라' 하고 제안했단다.
놀랍게도 이때 아는 임신한 상태였다.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가의 꿈을 좇으면 본인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데! 그래도 사랑하는 남편이니까 믿고서 기다려 준 거다. 진짜 대단하다.
지아 장은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사업가가 되는 데 전력을 다해 시도해 보기로 한다. 그래서 앱을 하나 개발하며 이 앱 개발을 후원할 투자자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그의 첫 번째 투자자 후보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한번 거절당하고 나니 어찌나 마음이 쓰라린지, 이런 마음을 다스릴 수 없다면 성공한 사업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그.
그래서 그는 이런 거절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거절에 익숙해지기 위해, '100번 거절당하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는 매일 한 가지씩 남에게 어떤 부탁을 하고 이를 거절당하면서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기기로 한다.
첫 '거절' 연습은 한 건물 경비원에게 무작정 100달러를 빌려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경비원은 당연히 안 된다고 했고, 왜 그러느냐 물었다.
저자는 버벅이며 "안 된다고요? 알겠습니다. 안 된다는 말씀이죠? 네, 고맙습니다!"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는 이 과정을 핸드폰 영상으로 모두 찍어 두었다. 집에 와서 다시 돌려 본 후, 저자는 경비원이 왜 100달러를 빌리려 하는지 물었는데도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만약에 급한 일이 있어서라고 사정을 설명했다면 그는 아마도 돈을 빌려 줬을 수도 있다. 아니면 솔직히 자신은 거절당하기 연습 중이며, 자신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신분증을 보여 줬다면 수상쩍은 사람 취급은 받지 않고 경비원의 오해도 풀었을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저자는 자신이 거절당하는 그 순간의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에 젖어서 제대로 생각하고 반응하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후로 그는 '거절당하기 연습'에 유머와 여유를 섞어 가며, 더 잘 거절당하는 법을 배운다.
그의 블로그는 그가 초기에 한 연습 중 하나인 '오륜기 도넛' 부탁 덕분에 꽤 빠르게 유명해졌다.
크리스피크림에 가서 거기 직원에게 올림픽 오륜기처럼 도넛 다섯 개가 이어진 모양으로 도넛을 튀겨 줄 수 있겠느냐는 다소 이상한 부탁을 했는데, 그곳 직원 재키가 아주 친절하게도 그 부탁을 들어 주고는 도넛값도 받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을 블로그에 게재했고, 이 영상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어 퍼져나갔다.
덕분에 크리스피크림도 홍보가 됐고, 재키와 그 둘 다 TV 쇼에 초대를 받았다. 지아 장은 이때 얻은 인지도를 활용해 앱 개발은 관두고 거절하는 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기로 한다.
그가 이렇게나 빨리 '성공'한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또 '잘 거절당하는' 용기를 배우고 싶어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그가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대략 이러하다.
- 거절은 의견에 불과하다: 거절은 거절하는 사람의 의견일 뿐이다. 이는 역사적 맥락이나 문화적 차이, 심리적 요인에 크게 영향받는다. 따라서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거절당하거나 수용되는 제안은 없다.
- 거절에는 횟수가 있다: 거절당하는 데도 횟수가 있다. 충분히 거절을 겪었다면, 한 번쯤은 거절이 승낙으로 바뀌기도 한다.
- 헤어지기 전에 이유를 물어라: 상대방이 거절해도 일단 대화를 이어가라. '왜'는 거절의 숨은 이유를 밝히고 거절당한 이에게 문제 해결의 열쇠를 주는 마법의 단어다.
- 도망치지 말고 물러나라: 거절당해도 포기하지 말고, 물러나 한 단계 낮은 요청을 해 보라. 이번에는 승낙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
- 이유를 설명하라: 이유를 설명하면 승낙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
- 의심을 인정하라: 당신의 요청에 거절할 수 있음을 상대방 앞에서 인정하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이 외에도 많은데 여기에서 그 많은 내용을 다 타이핑할 수는 없으니까.
거절을 당할 때 '운때가 안 맞아서 그러려니' 생각하는 것도 난 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어떤 할아버지에게 '댁 정원에 이 장미꽃을 심어 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하고 물어보는 연습을 한 적이 있다.
할아버지는 거절했다. 저자가 왜인지 이유를 여쭤봐도 괜찮겠느냐 하니 정원에다가 꽃을 심으면 자기가 키우는 개가 그걸 도로 파낼까 걱정되어서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기 앞집에 사는 할머니는 장미꽃을 좋아하니 그 제안을 수락할 거라며 정보까지 주셨다.
이렇게 생각하면 첫 번째에 그 할아버지 댁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은 나쁜 일이 전혀 아니다. 할아버지의 거절도 '내가 수상하다'거나 '장미꽃이 별로 잘 자랄 거 같지 않다' 따위의 이유로 인한 게 아니었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할아버지만의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거절당한 것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게 된다. 내 잘못이 아니니까. 나라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니까.
게다가 저자는 용기를 내어 '왜 그렇게 대답하셨는지' 이유를 물음으로써 '예스'를 얻어낼 힌트까지 얻었다. 실제로 저자가 그 할머니 댁에 방문해 같은 제안을 하니 무척 기뻐하며 장미꽃을 심게 허락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위의 예에서처럼 거절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잘 거절당하는' 최고의 비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단번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잘못이 아니다. 거절 한번 당했다 해서 나라는 사람이 전부 부정당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은 '내'가 아닌 다른 이유로 나의 제안을 거절했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존감을 갉아 먹지 않고도 거절을 받아들일 수 있고, 다시 부탁/제안을 할 용기를 낼 수 있다.
이게 핵심이 아닐까 한다. 뭐, 개인의 경험에 따라 제일 와닿는 '교훈'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100번을 거절당하니 실패가 두렵지 않았다'라는 겉표지의 문구처럼, 물론 실제로 해 보는 게 제일 많은 깨달음을 주겠지만.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제이슨 컴리의 웹사이트 주소는 이거다: http://jasoncomely.com/
제이슨 컴리의 '거절 치료(rejection therapy)'에 관한 팟캐스트는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다. https://youtu.be/JWht-u0hWgs
아래는 지아 장의 TED연설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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