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리뷰] 나카고시 히로시, <좋아하는 일만 하며 재미있게 살 순 없을까?>
저자 나카고시 히로시는 계약직 영업 사원 출신인데, 자신이 진짜 하고 싶어 하는는 일은 영업이 아니라 심리학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내가 다시 도전을 해 봐도 되나' 하며 고민하는 시간을 겪은 후, 심리학을 공부해 심리학자로 거듭났다.
그리고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입을 모아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뫄뫄를 시도했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것을 보고(말도 안 되게 어린 20대도 말이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은 최소한 시도는 해 봐야 한다며 '다소 뒤늦은' 결심을 응원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책 제목만 보면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 여기에서 '일'이란 확실히 '일자리(job)'의 의미이다. 그냥 살면서 겪는 전반적인 경험을 가리키는 건 아니고.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민하라'며, '보람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내가 행복해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때 자신에게 맞는 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기간을 그는 조직 변화 전문가 윌리엄 브리지스의 용어를 빌려 '중간 지대'라고 부른다.
이 중간 지대는 '삶의 방식을 전환'하기 위해 '일정 기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느긋이 보내는 공백의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 없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없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말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또 그 길을 따르려면, 많은 이들이 되려고 노력하는 '보통'의 틀, 그러니까 20대에는 명문대에 진학해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30대에는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자녀를 가지고 등등의 규범을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인간은 태어나서 죽으면 그것으로 합격'이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가치 있는 존재이니까.
인간은 태어나서 죽으면 그것으로 합격이라는 것은 비관주의도 허무주의도 아닙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철학입니다. 보통이라는 틀에 얽매여 살아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으면 그것으로 합격이라고 생각해야 비로소 우리는 합격선을 낮추고 남과의 비교를 멈출 수 있습니다.
저자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으니, 하고 싶은 일을 찾을 때는 우선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단은 잘하든 못하든, 자신이 그 일을 하면서 즐거우면 된다.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도 "만화는 낙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낙서를 하는 당신은 훌륭한 만화를 그리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물론 만화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나는 저자의 이런 사고방식이 좋았다. 어떤 일이든 결과에 상관없이 그냥 그 일을 하는 게 좋아서, 즐거워서 자신이 행복해지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어차피 행복하려고 사는 인생이니 말이다.
아, 또 단순히 일(job)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행복해지는 것보다 행복에 익숙해지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는 말도 공감됐다.
예를 들어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데 익숙하지 않은 여성은 '예쁘다, 미인이다' 하는 칭찬을 듣고 싶어도 정작 누군가 "정말 미인이시네요!" 하고 말을 걸어오면 '나에게 왜 이러는 거지? 장난인가? 내가 쉬워 보여서 이러나?' 하고 당황한다.
미인이라는 칭찬을 듣고 싶어 했으면서! 그렇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말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들었는데도 자동적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이다.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면, 그 행복이 자신에게 어떤 것이든 간에, 그걸 받아들이고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안 그러면 자신이 원하는 걸 가질 수 있어도 자기도 모르게 쳐낼 테니까.
내가 이 책에서 제일 인상 깊게 읽은 건 이 부분이다.
경영 컨설턴트인 히라노 도모아키는 '0.1퍼센트의 성장'을 말합니다. 현재 자신의 능력을 1로 하고 매일 전날보다 0.1퍼센트 성장하면 첫날의 성장 정도는 1.001밖에 안 됩니다. 1주일 동안 계속해도 1.007이고, 1개월 지속해도 1.03입니다. 솔직히 거의 성장을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해나가면 1년 후에는 처음의 1.44배, 2년째에는 2.07배, 3년째에는 2.99배가 됩니다. 3년이 지나면 능력이 세 배 가까이 향상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희망이 생깁니다. (...)
그리고 4년쨰는 4.31배, 5년을 계속하면 처음의 6.20배가 됩니다. 꾸준히 조금씩 노력하면 지금부터 5년 뒤에는 지금 능력의 6.20배가 되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이 쉬워집니다.
게다가 5년 후부터는 가속도가 붙습니다. 6년째에 8.93배, 7년째에 12.87배, 8년쨰에는 18.55배. 이만큼 성장하면 틀림없이 제대로 먹고살 수 있다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9년째에 26.72배, 10년째가 되면 무려 38.48배입니다. 지금 나는 1의 능력밖에 없는 아마추어여도 38.48배 성장하면 틀림없이 그 분야에서 프로로서의 실력을 충분히 몸에 익힐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상당히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야, 놀랍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가 있지? 숫자 불어나는 게 정말 빠르다(1년이라는 시간이 절대로 짧지는 않지만).
지금 실력보다 38.48배 정도나 성장할 수 있다면, 정말로 프로로 이름을 날릴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어제보다 '0.1퍼센트'라면 '에이, 하루에 어떻게 그만큼이나 성장해!' 하고 부담스러워할 만큼의 숫자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실수투성이이고 일이 잘 안 된 날이라도 '그래도 이거 하나만큼은 배웠네' 하고 반면교사라도 배울 수 있으니 매일매일 그만큼 성장하는 게 너무나 가능해 보이는 숫자이다.
다만, 저자가 책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요즘은 평생 직장이란 개념도 없는 데다가 살면서 어떤 일을 10년쯤이나 하다 보면 다른 일에 관심이 생겨서 다른 쪽으로 진로를 바꿀 수도 있을 테니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테니 그렇게 한 분야에서 쭉 경험을 쌓기가 숫자 계산보다는 조금 더 어려울 거라는 것.
사실 뭐, 대학에서 A를 전공하고 첫 직장은 B와 관련한 일을 다루는 곳을 다니다가 그 일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거나 아니면 같은 분야라도 조금 더 자신이 선호하는 쪽을 하기 위해 C 쪽으로 옮겨가고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어쨌거나 어제보다 오늘, 개미 눈곱만큼이라도 성장할 수 있다면 그 미래는 밝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덧붙이자면, 저 '0.1퍼센트의 성장' 부분을 읽다 보니 로저 로젠블라트의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에서 본 이 인용문이 생각났다.
당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것을 발전시켜라. 영국 비평가 힐레어 벨록은 작가의 꿈을 품은 한 젊은이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한 가지 주제를 물고 늘어져라. 그가 스무 살 때 지렁이에 대해서 쓰고 싶어 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라. 40년 동안 지렁이 이외에 다른 글은 쓰지 않아도 간섭하지 말라. 그가 예순 살이 되면, 이 세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지렁이의 대가 집 앞에 순례자들이 모여들어 무릎을 꿇을 것이다. 그들은 그의 문을 두드리며 지렁이의 대가를 알현하기를 사정할 것이다."
영감을 주는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위의 인용문을 옮겨 적으면서, 동명의 만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 영화 <디트로이드 메탈 시티(Detroit Metal City)>가 생각났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이 남주인공은 가수로, 그가 부르고 싶은 노래는 달콤하고 사랑스럽고 포근포근한 '스윗 팝(sweet pop)'이다. 그런데 그가 정작 잘하는 것, 정작 밥을 벌어먹고 살고 있는 건 음울하고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가사의 '데스 메탈(death metal)'이다.
전자를 너무나 하고 싶어서 혼자 공원에 가서 그런 노래를 불러 보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하지만 후자를 할 때는 자신이 가진지도 몰랐던 카리스마에 사람들이 반해 빠져들고 엄청난 마니아를 모으게 된다.
아,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인생의 아이러니란 이런 것이다.
책을 읽으며 '그래,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 좋지. 근데 그 일이 돈이 안 되는 일이면 어떡해?' 하고 현실적인 걱정을 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한 거 맞는데, 음... 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잘할 필요는 없다지만 그래도 그거에 신경 쓰지 않고 그걸 계속 해나갈 수 있으려면 웬만큼 삶의 기반(=생활할 비용)이 갖춰져야 하는 것 아닐까?
이렇게 힘을 주려고 다정하게 말을 거는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하다니, 흑흑, 난 이미 현실에 너무 젖어 있나 봐.
그렇지만 책을 읽을 때 그 내용을 100% 다 받아들여야만 하는 건 아니니까. 나는 독자로서 비판적인 사고를 할 권리가 있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라는 것이 나의 정당화이다)!
여러분도 읽어 보시고 스스로 판단해 보시라. 꼭 저자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아도 삶에 두루두루 적용할 수 있는 좋은 말들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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