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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추천28

[책 감상/책 추천] 권진영, <부부의 영수증> [책 감상/책 추천] 권진영, ‘확증 편향’은 이미 본인이 가진 신념과 비슷한, 또는 그것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취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내가 이 책을 읽는 과정이 바로 그러했다. 은 시골에서 (도시에서 살 때보다) 더 적은 돈을 쓰며 더 여유롭게 살고 싶었던 저자 부부가 남해에서 살면서 겪은 경험을 영수증 형태로 기록한 에세이다. 저자 부부는 일단 남해에서 폐교를 임대에 살다가 1년간 임대해 주는 ‘귀농인의 집’으로 옮겨갔고, 그다음에는 아예 남해에 집을 한 채 샀으며, 게스트하우스와 보틀샵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나는 단연코 ‘도시 사람’이다. 내가 얼마나 바쁘고, 문화와 익명성이 보장된 도시를 사랑하느냐면, 호주에 왔을 때 ‘교외(suburb)’라는 개념에 익숙해지는 데 꽤 시간이 걸렸을 정도다. 슈퍼.. 2023. 9. 4.
[책 감상/책 추천] 양다솔, <아무튼, 친구> [책 감상/책 추천] 양다솔, 케일린 셰이퍼는 에서 이렇게 썼다. “집에 도착하면 문자해.” 여성들이 이 말을 하는 건 보통 짜릿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헤어질 때다. 저녁을 함께 먹었을 수도 있고, 콘서트에 갔을 수도 있고, 칵테일 바에 갔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다음날 피곤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떨었을 것이다. 비밀 얘기를 속삭였을 수도 있고, 서로 의외의 칭찬을 해줬을 수도 있고, 어쩌면 두 가지를 모두 했을 수도 있다. 혹은 춤을 췄을 수도 있고 기쁨의 포옹을 했을 수도 있다. 술기운에 들떴을 수도 있고 서로에 대한 애정을 새삼 느끼고 환희에 휩싸였을 수도 있다. 나의 절친한 친구 루시와 나는 브루클린에 사는데 두 집 사이가 몇 블록밖에 되지 않는다. 둘이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고 .. 2023. 8. 25.
[책 감상/책 추천] 임혜지, <고등어를 금하노라> [책 감상/책 추천] 임혜지, 살다 보면 세상엔 참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 수필의 저자와 그 가족이 바로 그러하다. 저자인 임혜지 씨는 십 대 후반 독일에 유학을 가서 거기에서 현재의 남편을 만나 가족을 꾸렸다.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었는데 부부가 워낙에 별나고 독특한 사람들이라 자녀들도 한 개성 한다. 이 수필을 읽다 보면, 역시 문화가 다르니까 개성이 다른 것도 완전히 다른 레벨이구나 싶다. 기반이 되는 문화가 다르니까 당연하겠지만. 어쨌거나 이 색다른 삶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참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개성이라 그럴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들이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인 것은 인정해도, 엄청 부럽다거나 굉장하다는 생각까지.. 2023. 7. 31.
[책 감상/책 추천] 신예희, <마침내 운전> [책 감상/책 추천] 신예희, 나는 30대 초반이지만 아직도 운전 면허가 없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ㅈ소기업’이었기 때문에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회사의 규모가 작은 게 문제가 아니라 그 회사가 직원들을 착취했고, 그곳에서 일하는 게 직원들 정신 및 신체 건강에 유해했기 때문에 ‘ㅈ소기업’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하면서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급기야 사장 부부 내외를 차로 들이받고 싶다는 상상을 하기에 이르렀고, 이 정신 상태로 운전 면허를 땄다간 위험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와 도로상의 모든 이들을 위해 일부러 면허를 따지 않은 게 지금까지 이르렀다. 진심 반, 농담 반인 변명은 이쯤 하고, 이 책 이야기를 해 보자. 저자인 신예희 작가는 내가 재미있게 .. 2023. 7. 28.
[책 감상/책 추천] 구달, <읽는 개 좋아> [책 감상/책 추천] 구달, 이 세상 사람들을 아주 간단하게 두 가지로 분류하자면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강아지, 고양이, 토끼 등 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나는 따지자면 후자에 속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게도, 우리 집에는 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금붕어는 조금 키워 봤지만 그렇게 애착을 가질 정도는 아니었고, 소동물은 딱 한 번, 동네 새끼 고양이가 어미를 잃은 듯해 사흘 정도 집에서 보호해 준 게 전부다. 다시 말해, 나는 어릴 적에 동물과 집 안에서 부대끼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되고 훨씬 나중에 구남친이 키우던 고양이와 어울리기가 참 어색하고 어려웠다. 오늘 소개할 이 책의 장르를 정의하자면 ‘반려견’ .. 2023. 7. 19.
[책 감상/책 추천] 주한나, <아무튼, 정리> [책 감상/책 추천] 주한나, 정리나 청소를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살림을 제법 잘하는 이들은 물론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일주일에 최소 한 번 화장실을 청소하는 일, 최소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청소기를 돌리는 일, 그리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불이나 지난 계절 옷을 정리해 넣는 일 등등을 ‘좋아서’ 하는 사람은 지극히 적을 것이다. 본업이 있다면, 그리고 혼자 사는 1인 가족이라면 살림을 잘하고 좋아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저자는 성인이 되어 ADHD 진단을 받았다. 이십대엔 저자가 성장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삼십대엔 영국에서, 사십대엔 미국에서. 상담 치료를 받은 적도 없고, 지난 3, 4년을 제외하면 약도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십대의 본인에 비하면 지금은 그럭저.. 2023.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