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Our Friend(아워 프렌드/더 프렌드, 2019) - 세상에 이런 친구가 또 있을까?
감독: 가브리엘라 코우퍼스웨이트(Gabriela Cowperthwaite)
니콜(Nicole, 다코타 존슨 분)은 암 진단을 받고 서서히 죽음을 준비한다. 사랑스러운 두 딸 이비(Evie, 바이올렛 맥그로 분)와 몰리(Molly, 이사벨라 카이 분)에게 엄마가 죽은 후에도 잘 살 수 있도록 이것저것 가르쳐야 할 것이 많다.
남편 맷(Matt, 케이시 애플렉 분)은 그간 니콜의 절친이자 자신의 좋은 친구이기도 한 데인(Dane, 제이슨 세걸 분)이 이 가족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를 상기해 본다.
시놉시스에 딱히 적을 말이 없는데, 그건 이 영화에 크게 임팩트 있는 사건이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되는 것 같다. 사실 과거 회상이 주인 데다가, 그 과거 회상의 순서도 뒤죽박죽이다.
예컨대 영화는 처음에 죽음을 예상한 니콜이 두 딸을 불러서 죽음이 뭔지 가르쳐 주고 자신이 곧 죽게 될 것 같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 니콜이 건강했을 때, 그러니까 진단을 받기 십 년쯤 전으로 돌아간다.
니콜이 배우였을 때 어떻게 극장 스태프였던 데인에게 '너 정도면 괜찮은 남자니까 걱정 말고 대쉬해 봐'라며 데인이 마음이 있는 썸녀(니콜의 친구이기도 한 샬롯)와 잘해 보라고 응원을 했는지, 그런데 샬롯은 정작 데인에게 관심이 없었는지, 뭐 그런 과거 회상을 한다.
그러고 나서 또 시간이 조금 지나 니콜과 맷이 이미 결혼을 해서 애가 둘 있는데 맷은 전쟁 기자로 취재를 나가서 니콜이 혼자 독박 육아를 하고, 그 와중에 맷은 '우리에게 돈이 필요하니까 돈 벌려고 또 다음 취재에 자원했다'라고 니콜에게 고백하고, 니콜은 화를 내는 과거 회상이 이어진다.
시간 구분은 '진단'을 기준으로 몇 년 전, 몇 년 후로 표현되는데, 진단받는 당시의 모습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과거 회상에서 늘 그들은 진단 이전에 행복한 모습이거나, 진단받고 나서 이래저래 힘든 모습이다. 아니, 진단 이전에 이래저래 힘든 모습이기도 하고, 진단받고 나서 행복한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간도 오락가락한다. 진단 4년 전에서 진단 후 3년 전으로 갔다가 다시 진단 11년 전으로 가는 그런 식이다.
앞에서 슬쩍 흘린 말을 뒤에 가서야 설명해 줘서 조금 정신없다.
그러나 공통점이 하나 있으니, 니콜과 맷 곁에는 늘 데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맷은 집에서 멀리 떨어져 일한 시간이 있으니 니콜 곁에 늘 데인이 있었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맷이 '가족을 위해' 돈을 벌려고 해외에서 전쟁 기자 일을 할 때에도, 데인은 이비와 몰리에게 제2의 아빠나 다름없다.
간식도 챙겨 줘, 애들이 우울해하면 장난 쳐서 기분도 풀어 줘, 정말 친구 같은 엄마(아빠) 친구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친구 같은 엄마(아빠) 친구 정도가 아니라 진짜 '세상에 이런 친구가 있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좋은 친구다.
니콜이 진단을 받은 이후는 아예 니콜과 맷의 집에 이사 들어와서 같이 살면서 딸을 돌봐 주는데, 이러기가 쉽나?
친구들과 그 딸들을 돌보느라 자기 삶은 거의 미뤄둔 것이나 다름없이 산다. 여자 친구는 간간히 있지만 데인의 나이도 있고 해서 같이 살고 싶기도 하고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고 싶은데 데인이 니콜과 맷 돕는 데 헌신하니 그럴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데인은 정말 세상에 이런 친구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귀한 친구다.
누가 자기 인생을 그렇게까지 희생해 가며 투병 중인 친구를 돕겠는가. 그런데 맷 이 자식은 해외에 있어서 자식들과 같이 있어 주지도 못했던 주제에 나흘 가량 집에 있는 그 짧은 시간에도 자기 주제 파악을 못 한다.
애들은 아빠가 낯선데 아빠 본인은 애들한테 소리나 지르고 꾸중이나 준다. 옆에서 보던 데인이 그러지 말라고 조언해 주는데도 '스포츠 용품점에서 일하는 사람이야말로 내가 조언 듣고 싶은 사람이지. 넌 완벽한 인생을 살잖아' 이 ㅈㄹ...
진짜 친구가 충심으로 조언하는데 삐뚤게 받아들이고... 아이구 한심. 자기가 먼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애들한테 소리 질러댔으면서.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이거 하나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친구가 있다'를 보여 주는 거, 그거 말고 이 영화는 별거 없구나.
시간을 자꾸 오락가락하는 것도 나는 별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니콜이 병색이 완연하니 갑자기 나을 리는 없으니 이 이야기가 갈 길은 명확하다.
그러니 그 피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가는 동안 어떻게든 시선을 과거로 돌려 그 일을 조금이라도 늦추려고 애쓸 뿐이다.
그래서 자구 과거로 돌아가서 보여 주는 거겠지. 그래도 한번 돌아간 후에는 그냥 일직선으로 결말을 향해 가면 어땠을까.
그리고 내가 미드를 너무 봤나, 제발 데인이 니콜과 바람피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봤다. 혹시나 이 둘이 무슨 짓을 하면 아름다운 우정인 줄 알았던 게 더럽혀질 수도 있으니까.
다행히 그런 일은 안 일어나서, 데인이 정말 좋은 '친구'라는 데에 감사했다. 휴.
이 영화의 국내 개봉명이 '더 프렌드'인지 '아워 프렌드'인지는 불명확하다. 네이버 영화 정보에서는 '더 프렌드'라고 하는데 왓챠에서는 '아워 프렌드'라네. 뭐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
영어 제목은 'Our Friend'니까 왓챠 버전이 맞는 건 같은데, 흥미롭게도 이 영화의 원제는 'The Friend'였다고.
왜냐하면 이 영화가 토대로 하는 실화가 실린 기사, 그러니까 맷 본인이 쓴 기사 제목이 "The Friend"이기 때문이다.
그 기사 링크는 아래에 달아 두겠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읽어 보시라. 영화에 나오는 장면이 그대로 나온 게 많다(아니, 영화가 이 기사에서 실화를 그대로 차용해 영화로 만들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는 말이겠지만).
https://www.esquire.com/lifestyle/a34905/matthew-teague-wife-cancer-essay/
사랑보다 깊고 헌신적인 우정이 있을까 질문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손을 들어 데인을 보게 하겠다.
그렇지만 진짜 그거 말고는 딱히... 이야기랄 것도 없으니 그것 말고는 추천할 것도 별로 없다.
솔직히 나는 이 영화가 어떻게 IMDB에서 이렇게까지 높은 별점(7.3점)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그렇게까지 대단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잔잔한' 영화를 찾아서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잔잔한 영화는 알아본다고 믿는데, 이건... 그냥 내 타입이 아니라고만 말해 두겠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케이시 애플렉은 좀 께름칙하긴 하지만)를 보고 싶다면 그런 분들은 말리지 않겠다. 연기는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