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Embrace(2016, 임브레이스) - 지금, 당신의 몸을 안아 주세요
(포스터 이미지가 왜 이런지는 글 맨 끝에 달아 놓은 추신에서 설명했습니다. 대체 이미지를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독: 타린 브럼핏(Taryn Brumfitt)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보자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이다.
감독인 타린 브럼핏 본인이 자신의 출산 이전과 이후 사진을 마치 다이어트 '전과 후' 사진처럼 편집해 (물론 출산 후가 '애프터'에 해당한다) 페이스북에 올려 큰 반향을 일으킨 사람이다.
그녀는 출산 후 자신의 몸매에 만족하지 못해 성형 수술까지 고려했으나, 그러면 자신의 딸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혹시 자신이 딸에게 여성의 몸을 부정적으로 보고 사랑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건 아닐까 고민하여, 성형 수술을 포기했다고.
그녀는 보디 빌딩 대회에도 출전한 경력이 있는데, 무대 뒤편에서 어떻게 '완벽한' 몸매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조차도 자신의 몸에 만족하지 못하는지 불평하는 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모두가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녀들을 키울 것인가?
감독은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을 만나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타린이 페이스북에 올렸던 '이전'과 '이후' 사진도 올리고 싶으니 이것 역시 관리자에 의해 삭제 조치... 어이가 없다.)
그 많은 이들 중에는 내가 리뷰를 쓴 적도 있는 책의 저자, 제스 베이커(Jess Baker)도 있는데, 내가 책을 통해 느낀 것보다 실물이 훨씬 더 강렬하고 넘치는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2018.08.27 - [책을 읽고 나서] - [책 감상/책 추천] 제스 베이커, <나는 뚱뚱하게 살기로 했다>
그냥 책을 통해 아는 사람일 뿐인데도 이 다큐에서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ㅎㅎㅎ
다큐멘터리 초반에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온 몸, 특히 얼굴에 털이 과도하게 자란 여성 하나암 카우어(Harnaam Kaur)를 인터뷰하는데, 그녀가 얼마나 당당하고 멋진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저 정도의 자신감과 자기 사랑이 있으니 아름다워 보이는 거구나! 그 모습을 보며 나도 그 수준까지 다다를 수 있기를 기원했다 ㅎㅎ
하나암 카우어. 이 사진은 심지어 왕족 같은 카리스마까지 느껴진다.
다큐멘터리에서도 언급되는, 제스 베이커가 기획한 촬영 결과물. 오직 날씬하고 근육질인 사람들에게만 옷을 팔겠다는 브랜드 아베크롬비&피치를 겨냥했다. 뚱뚱한 사람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감독은 호주의 아주 '평균적인' 몸매(사이즈 14에서 16 사이)를 가진 모델의 모습을 보여 주는데, 내가 보기엔 너무너무 예뻤다.
숏컷 머리도 너무 잘 어울리고, 앙큼하게 뺀 아이라인도 너무 도도하고 세련된 데다가 풍만한 매력까지 있는데, 저런 몸매를 '뚱뚱하다'라고 놀린다고?
게다가 저 모델은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라서 뱃살도 별로 없고 허리와 골반의 비율도 한 70%, 최대 80%인 것 같은데. 저런 몸매를 뚱뚱하다고 놀리는 사람들은 눈이 없나?
'일반적인' 모델들은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디자이너들도 자기 브랜드가 큰 사이즈의 옷을 만든다는 사실과 별로 연관되고 싶지 않아 하는데, 이 또한 이 사회가 여성의 몸에 대해 오직 단 한 가지의 잣대만 고수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위에서 언급한 그 '평균적인' 호주 여성의 몸매를 가진 모델이 나오는 장면 (출처: 타린 브럼핏 본인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arynBrumfittFanPage)
아주 감동적이고 고무적인 사실은, 이 다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인물의 99%가 여성이라는 것이다.
감독이 '객관적으로' 자신의 몸매에 대한 이 사회의 평을 대신해 말해 주는 성형외과 의사 빼고는, 인터뷰의 대상이 모두 여성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이 다큐를 당연히 여성의 담론으로 채우는 것이 맞으니까, 그 점은 아주 만족스럽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전문가와 일반인 등 인터뷰 대상의 절반 이상이 백인 여성이라는 점이다.
흑인 여성과 라틴계, 또는 아시아계 여성은 열 손가락 이내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아니, 이 호주 땅에 중국인들이나 인도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ABC 뉴스에 따르면 가장 큰 이민자 그룹이 중국인과 인도인이다; https://www.abc.net.au/news/2018-08-07/australia-population-hits-25-million/10077100) 이 다큐에서 아시아계 여성을 보기가 그리도 힘들었는지 정말 놀랄 정도다.
다큐멘터리의 후반에 진행되는 촬영 장면 중 한 컷. 보다시피 인종 다양성이 아주 잘 대표되었다 보기는 어렵다. 장애인을 포함한 것은 좋은 움직임이지만, 그것도 백인이다. 만약 장애인이 비백인이기까지 하다면 두 배의 장애를 겪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자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보여 줘도, 아니 자녀들과 같이 봐도 참 좋겠다.
물론 부모가 직접 본보기가 되어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여성의 몸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최고의 교육이겠지만.
아주 추천하는 다큐멘터리이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니 참고하시라.
+ 추신: 이렇게 뿌듯하게 글을 써 놓고서 예약 발행을 눌렀더니, 아마 포스터 사진이 자기네들 보기 불편했는지 관리자 삭제가 되어 제때 올라가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긍정적인 다큐와 글에 도대체 딴지 걸 곳이 어디 있다고? 얼척이 없어서 항의 후 포스터 사진만은 대체해 다시 업로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