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greenwashing)’은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기반으로 기능하기 위해 쓰인 이 책은 전 세계 대기업들이 어떻게 ‘친환경’적인 척하면서 사실은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지 고발한다.
솔직히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살짝 달랐다. 나는 좀 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템들(예컨대 에코백)이 어떻게 실제로는 전혀 환경에 도움이 안 되는지를 설명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저자는 몇몇 대기업들지 전 세계적으로 벌이는 ‘위장환경주의’의 현실을 들추어낸다. 예컨대 BP사가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기름 유출 사건을 어떻게 쉬쉬했는지, 사건 이후에 책임지고 이를 수습하기는커녕 대외적인 이미지만 챙기려고 노력했는지 등. 나는 저자가 딱히 거짓말을 한다거나 부당한 고발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달랐기에 솔직히 잘 모르겠는 부분은 후루룩 넘기면서 읽었다. 그건 책 잘못은 아니지만.
내가 기대했고 또 궁금했던 게 다행히 이 책에 한 꼭지 있긴 하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섬유로 옷을 만들면 정말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나?’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 패션 산업이 바다를 구한다는 이야기도 녹색 거짓말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바다에서 건져낸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운동화는 아디다스가 매년 생산하는 제품(3억 개 이상) 중에서 0.5퍼센트를 차지할 뿐이다. H&M의 경우에는 재활용으로 만든 제품의 수가 더욱 적다. 다른 한편으로, 모두가 알고 있듯 진실은 매우 간단하다. 다시 말해 옷과 플라스틱을 적게 생산하고, 적게 소비하고, 덜 버리면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현상과 섬유산업이 생태계와 사회적 불평등에 미치는 폐해를 멈출 수 있다. 아니, 적어도 아주 많이 줄일 수는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와 패션 사이에는 단 한 가지 분명한 관계가 있다. 요컨대 패션은 순간적이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는 그렇지 않다. 플라스틱은 500년 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컬렉션 사이사이에 출시하는 모든 신제품은 미래에 바다의 쓰레기가 된다.
패션 브랜드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점점 짧은 기간에 내놓곤 한다. 대부분 파리와 밀라노에서 본 디자이너의 옷을 천박하게 복제한 것이다. 이런 옷은 값싸기 때문에 대량으로 팔리고, 또 대량으로 버려진다. 그것도 점점 빨리. H&M이나 자라(Zara) 같은 이른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은 오늘날 매년 12~24가지 다양한 컬렉션을 내놓는다. 이렇게 하려면 엄청나게 빨리 생산해야 하는데, 2주일마다 새로운 옷(블라우스, 외투, 바지, 티셔츠 등)이 그들의 상점에 걸린다. 즉 예전에는 옷을 하나 디자인해서 판매까지 하려면 2~3개월이 걸렸는데, 요즘은 대략 2주일이면 충분하다. 이는 공급처에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런 압박은 특히 제일 밑바닥에서 바느질을 담당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 그로 인해 여성 노동자들은 임금에 합산되지 않는 초과 근무를 해야 하는 등 학대를 당하고, 노동조합도 활동에 방해를 받는다. 패스트 패션에서는 노동자들이 생계를 이어갈 정도의 임금을 받거나, 안전한 공장에 투자하는 일도 거의 불가능하다. 옷 한 장(비싸든 싸든 상관없이)당 지불하는 임금은 1퍼센트인 데 반해, 가격의 절반은 패션 브랜드와 소매상이 차지하고 4분의 1은 광고비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면 불가능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린피스는 패스트 패션으로 인한 ‘소비 붕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는 세계 시민이 입을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옷이 유통되고 있다는 얘기다. (…)
카트린 하르트만, <위장환경주의>
또한 내가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찾아본 바로는 이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즉, 플라스틱(예컨대 PET 병)은 여러 번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옷은 재활용이 안 된다. 따라서 이 옷을 버리게 되면 바로 매립지행이다(출처). 패스트 패션에서 만든 옷은 저품질이라 어차피 몇 번 안 입고 버리게 된다. 그럴 옷을, 재활용도 안 될 옷을 만들기 위해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사용하는 건 오히려 낭비 아닐까?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플라스틱을 이용한 ‘재활용 섬유’ 말고 인간이 만든 인조 섬유인 ‘재생 인조 섬유’가 사실은 목재나 펄프의 섬유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환경을 보호하기는커녕 나무를 더 많이 베어내게 되어 환경을 해치는 데 일조한다고(출처) 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개인적으로 환경 파괴는 산업 혁명보다는 자본주의가 활개를 치기 시작했을 때 본격적으로 급속화됐다고 생각한다. 대기업들이 환경을 빠른 속도로 망쳐가는데 각 나라의 정부는 이를 제재할 생각이 없으니…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로 파멸이 약속되었지만 이를 막을 수 없다는 무기력감 때문에 오는 ‘기후 우울증’에 걸리는 것도 이해가 될 정도다.
어쨌거나 그런 의미에서 스타벅스는 친환경 웅앵 하지 말고 매 시즌 내는 굿즈부터 좀 줄여라. 예쁘지도 않아서 사람들이 살 법하지도 않은데 왜 그리 꾸준히 내는지. 유명인들과 부자들은 개인 전용기 좀 적당히 타고 특히 요트 좀 작작 타기를. 이 둘이 탄소 배출량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그리고 주호민 작가와 이말년 작가 말대로 (출처) 텀블러나 에코백도 하나를 오래오래 써야지 환경 보호가 되지, 여러 개 있으면 오히려 그걸 찍어내느라 환경이 파괴되는 게 아닌가 싶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그냥 앞으로 뭘 더 사지 말고 있는 걸 잘 써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이제는 기도 메타뿐인가! 농담은 이만 하고, 이제는 정말 환경 보호에 목숨을 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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