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Blithe Spirit(블라이스 스피릿)>(2020)

by Jaime Chung 2023. 10. 25.
반응형

[영화 감상/영화 추천] <Blithe Spirit(블라이스 스피릿)>(2020)

 

 

⚠️ 아래 영화 후기는 <Blithe Spirit(블라이스 스피릿)>(2020)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찰스 콘도마인(댄 스티븐스 분)은 인기 작가이지만, 7년 전 사랑했던 아내 엘비라(레슬리 만 분)가 죽은 이후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가 쓴 소설들은 사실 엘비라가 플롯이며 등장인물, 대화 등등을 다 짜서 읊어 주는 걸 받아적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5년 전(그러니까 전 부인의 죽음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에) 새 아내 루스(아일라 피셔 분)를 맞아들였고, 그녀를 사랑하긴 하지만 역시 엘비라의 도움 없이는 글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찰스는 아내와 친구 브래드만 박사(줄리안 린드-터트 분) 내외와 같이 공연을 보러 간다. 마담 아르카티(주디 덴치 분)라는 영매가 나오는 공연이었는데, 이것이 찰스에게 영감을 준다. 죽은 이와 대화할 수 있다는 이 영매를 집으로 불러들여서 교령회(交靈會: 산 사람들이 죽은 이의 혼령과 교류를 시도하는 모임)를 해 보면 뭔가 글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마담 아르카티는 뭔가 이상한 주문을 외우더니 쓰러져 버렸고, 동시에 집에 전기가 다 나가고 찬 바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상하긴 하지만 별 소득은 없어서 마담 아르카티를 돌려보내고 난 그날 밤, 찰스는 7년 전 죽은 아내 엘비라를 보기 시작하는데…

 

영국의 극작가 노엘 카워드(Noel Coward)가 쓴 동명의 희극을 영화화한 작품. 이 희극은 이미 두 번이나(<Blithe Spirit>(1945)와 <Blithe Spirit>(1956)) 영화로 만들어진 적 있다. 어떤 작가와 그의 두 번째 아내가 첫 번째 아내의 유령에게 시달린다는 큰 줄거리는 같은데, 전체적으로 얼마나 원작과 다른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처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공개되었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정작 IMDB에서 평점을 보면 6점도 안 된다는 사실에 놀라 지금까지 이걸 피해 왔더랬다. 그리고 마침내 이걸 보니… 조금 이해가 간다.

일단 전체적으로 보면 그냥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극(笑劇) 같다. 사실 그게 노엘 카워드의 의도이긴 했는데, 문제는 이 영화 버전이 별로 재미가 없다는 것. 또한 편리한 대로 바뀌는 설정은 한숨을 유발한다. 엘비라는 유령이라서 찰스의 뺨을 때리지도 못하고 통과하는데 립스틱 같은 물건은 들고 루스의 초상화 위에 낙서를 할 수는 있고 피아노를 연주할 수는 있다? 핸들을 움직여 차도 운전할 수 있고요? 하나만 하시지요… 게다가 엘비라가 찰스를 죽이려다가 고의가 아니게 루스를 죽게 만드는데, 마담 아르카티가 유령을 저세상으로 되돌리는 주문을 열심히 이것저것 시도해 볼 때쯤, 그러니까 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쯤 엘비라와 루스는 죽이 착착 맞기 시작하더니 찰스에게 분노를 돌린다. 영화의 엔딩에서 엘비라와 루스는 거의 절친이 되어 있고, 합심해서 찰스를 공격해 죽이고 유령으로 만든다. 유령이 되어서도 두 여자들에게 시달리는 찰스로 영화는 끝. 이럴 거면 도대체 뭐하러 여태껏 둘이 서로 싫어하고 싸웠냐고요… 원작과 결말이 이런 점에서 다르다는 건 알겠고, 뭐 꼭 모든 줄거리를 완벽히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결말을 바꾼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근데 이렇게 되면 앞에서 지지고 볶고 하던 게 의미가 없어지는데, 그 점은 고려한 걸까?

레슬리 만, 아일라 피셔, 그리고 무엇보다 주디 덴치라는 훌륭한 여배우들을 데리고서도 (물론 댄 스티븐스도 좋은 배우죠) 이렇게 김 빠진 콜라처럼 밋밋한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게 놀랍다. 기대를 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보면 그냥 무난한 시트콤 같은 영화로 볼 수도 있겠으나, 노엘 카워드의 명성 또는 원작을 기억하는 이들이 본다면 실망할 게 뻔하다.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