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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추천53

[책 감상/책 추천] 카를로스 푸엔테스, <아우라> [책 감상/책 추천] 카를로스 푸엔테스,   와… 어렵다. 종이책 기준 106쪽밖에 안 되는 짧은 책이고, 개중에 절반은 저자 본인이 ‘나는 를 어떻게 썼는가’ 하고 나름대로 설명하는 글과 역자의 후기라서 실질적으로 소설만 따지면 한 50쪽 정도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정말 어렵다.사실 줄거리 자체는 그래도 따라갈 만하다.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젊은 사학자 펠리페 몬테로는 사학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이 일자리에 지원하러 콘수엘로 부인의 집에 간다. 콘수엘로 부인은 고인이 된 자신의 남편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을 정리해 줄 것을 펠리페에게 요청하고, 그동안은 이 집에서 지내라고 한다. 콘수엘로의 조카라고 하는, 아우라라는 이름의 어여쁜 소녀에게 반한 펠리페는 그 집에서 머무는 동안 아우라.. 2025. 4. 11.
[책 감상/책 추천] 강성은 외 7인, <바리는 로봇이다> [책 감상/책 추천] 강성은 외 7인,   기존 설화/동화를 현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쓴 단편소설들 모음. 강성은, 김미월, 김유담, 김현, 박서련, 배예람, 오한기, 조예은 등 작가 8명이 참여했다.각 작품을 소개하기 전에 전반적인 평을 내리자면, 모든 작품이 공통적으로 가진 현대 동화 같은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이런 앤솔러지가 대체로 그러하듯 개인 취향과 작가의 역량에 따라 좋은 작품, 마음에 드는 작품과 별로인 작품이 극명하게 나뉜다. 대체적으로 고만고만하게 괜찮거나 고만고만하게 별로인 앤솔러지는 잘 못 봤다. 이제 한 편씩 소개를 하자면, 일단 내가 좋아하는 박서련 작가의 작품이자 표제작이기도 한 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바리데기 설화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59명의 로봇 공학 박사들이 심혈.. 2025. 4. 7.
[책 감상/책 추천] 양귀자, <모순> [책 감상/책 추천] 양귀자,   솔직히 이토록 유명하고 호평을 받았으며, 아직까지도 널리 읽히는 소설에 대해 리뷰를 쓰기가 좀 그렇다. ‘남들 다 좋다는데 내가 이걸 이해를 못해서 별로라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오해는마시라. 사실 이 작품 자체가 별로다, 못 썼다는 뜻이 아니라 나랑 딱히 주파수를 공유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거니까. 내가 공감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을 다루는 소설이라 그런가? 주인공 안진진은 지금 두 갈래 길에 놓여 있다. 두 명의 남자가 그녀에게 구애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둘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명은 김장우라는 감성 넘치는 사진작가로, 사정이 어려운 형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을 거의 자신의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형의 양말을 빨아 줄 수 있어서 기쁘다.. 2025. 4. 4.
[책 감상/책 추천] 과달루페 네텔,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책 감상/책 추천] 과달루페 네텔,   작년 내 독서 챌린지 중 하나가 ‘스페인﹒중남미 문학 읽기’였더랬다. 그래서 읽을 만한 책들을 여럿 발굴했는데, 그때 보관함에 넣어 두고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생일을 맞이해 친구가 생일 선물로 뭘 원하는지 넌지시 묻기에 책을 달라고 했고, 이 책의 링크를 전송 후 이북으로 선물받았다.이 책의 리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줄거리를 소개해 드리겠다. 이 소설의 화자는 라우라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젊은 시절에 프랑스에서 유학했고, 지금은 멕시코로 돌아와 학업(논문 쓰기)을 계속하며 자유롭게 사는 비혼 여성이다. 남자 친구와 헤어진 후 나팔관을 묶는 피임 시술을 받는다. 라우라에게는 알리나라는 절친이 있는데, 그녀도 라우라처럼 아이를 원치 않았지만 남편 아우.. 2025. 4. 2.
[책 감상/책 추천] 이디스 워튼, <징구> [책 감상/책 추천] 이디스 워튼,   로 가장 유명한 이디스 워튼의 단편소설 모음집. 표제작인 , , , 그리고 까지 딱 네 편이 들어 있다. 네 편 모두 끝부분에 반전이 있다(반전의 크기는 작품마다 다르지만). 반전의 크기로 치면 , , , 그리고 이 정도인 듯.는 특히 반전이 중요해서 아주 간단하게만 설명하겠다. 교호양이 있다는 부인들이 모인 ‘런치 클럽’에 당대의 유명 작가인 오즈릭 데인이 초대를 받는다. 이 작가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고 부인들은 수선을 떤다. 개중에 런치 클럽 회원들에게서 별로 (교호양을) 인정받지 못하는 로비 부인만이 자기는 그의 작품을 못 읽었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다른 부인들은 데인 앞에서 어떤 주제로 말을 이어나가야 할지 주저하고 있는데, 로비 부인이 ‘징구’라는 말을.. 2025. 3. 17.
[책 감상/책 추천] 심민아, <키코게임즈: 호모사피엔스의 취미와 광기> [책 감상/책 추천] 심민아,   존잼. 이 소설을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존잼’이다. 시인 심민아 작가의 첫 소설인데, ‘이 정도 글 써야 책을 낼 수 있구나’ 감탄했다. 한국 게임 산업의 중심인 판교에서 ‘키코게임즈’라는 게임 회사에서 게임 기획자로 일하는 조유라의 이야기인데, 표현 하나하나가 기가 막히게 기발해서 엄청 웃으면서 봤다. 사실 유라는 게임도 더럽게 못하는데 심지어 3D 게임만 했다 하면 심한 어지럼증을 느껴 플레이조차 동생에게 맡겨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도 게임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니 운명의 장난이라 해야 할지.지금 내가 몸 담은 팀 이름은 오메가(Ω)-3다.(웃어도 된다, 하지만 아직 웃기엔 이르다.) 팀 이름을 들으면 제약 회사 영양제 팀 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테슬라나 스페이스.. 2025. 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