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King of Staten Island(2020, 더 킹 오브 스태튼 아일랜드) - 백수 청년 갱생기
감독: 주드 아패토우(Judd Apatow)
스캇(Scott, 피트 데이비슨 분)은 자신이 일곱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자신이 망가졌다고 믿는다.
같이 모여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친구들, 그리고 사귀는 사실을 남들에겐 비밀로 하고 있는 여자 친구 켈시(Kelsey, 벨 파울리 분)에게도 자신이 얼마나 아버지의 부재에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를 가지고 농담하지만, 사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립다.
그래서 스물네 살인 지금도 딱히 내세울 게 하나 없는 백수다. 타투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하지만 타투 기술은 형편없다. 타투 연습 대상이 되어 준 친구들이 모두 불평할 정도로.
마침 하나뿐인 여동생 클레어(Claire, 모드 아패토우 분)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 집을 떠나게 되었는데, 클레어는 오빠가 늘 걱정이라고,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냐고 심각하게 걱정을 표한다. 제발 엄마 힘들게 하지 말라고. 스캇은 별로 반성한 거 같지 않지만.
그러던 어느 날, 스캇이 여느 때처럼 백수답게 백수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는데, 웬 꼬마 아이가 나타난다. 스캇은 친구에게 타투를 해 주려던 참이었는데, 친구가 이를 싫어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그의 타투는 전부 다 망했으니까) 꼬마에게 타투를 하겠느냐고 묻는다.
처음에는 꼬마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정작 선 하나를 긋고 나자 너무 아프다고 마음을 바꾸고 도망가 버린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그 꼬마의 아버지 레이(Ray, 빌 버 분)가 극대노해 스캇네 집으로 찾아온다. 집에 있었던 스캇의 엄마 마지(Margie, 마리사 토메이 분)가 문을 열어 주었다가 스캇이 뭔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고, 레이에게 계속 사과한다. 아들 교육 잘 시키겠다고 약속도 한다.
그런데 마지가 마음에 들었던 레이는 나중에 다시 찾아와 자기 대처가 너무했다며, 마지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스캇과 클레어의 아버지인 남편이 죽은 이후 연애도 하지 않았던 마지이지만, 레이에게서 뭔가 운명을 느꼈는지 그걸 승낙하고, 그 이후로도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마침내 마지는 스캇에게 레이를 소개하지만, 스캇은 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레이가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소방수라는 점이 마음에 걸려서일까?
어쨌거나 스캇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 죽치고 앉아 평생을 보낼 수는 없다. 이제는 일어나 자신을 쓸모 있는 존재로 만들어야 할 때다.
피트 데이비슨이 주연을 맡은 2020년 영화.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Big Time Adolescence(2019, 빅 타임 어덜레슨스)> 이후에 나왔구나. 나는 순서를 반대로 봤네.
어쨌거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피트 데이비슨은 여기에서도 철 없고 책임감 없는 백수 청년의 역을 맡았다(결말만 놓고 보면 여기에서의 캐릭터가 더 제대로 갱생하는 것 같지만).
참 신기하게도 또 여기에서도 애들이랑 참 잘 어울린다. 아니, 분명히 철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 롤 모델으론 부적절한데 어떻게 애들이랑은 잘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레이가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스캇이 타투를 딱 한 줄 한 그 아이) 토드(Todd, 조셉 폴 케네디 분)와 켈리(Kelly, 알렉시스 로즈 포를렌자 분)를 한 손에 한 명씩 손잡고 가는 모습이 어찌나 묘하게 귀여운지.
분명 불량해 보이는 청년인데도 애들은 오픈 마인드인지 별로 무섭거나 꺼려하지 않는다.
레이가 '너도 이제 집에서 놀지만 말고 집안일 좀 하며 도와라' 하는 의미에서 토드와 켈리를 학교/유치원에 데려다 주라고 해서 스캇이 억지로 갔고, 분명 켈리랑은 처음 보는 건데도 어쩜 그렇게 애들이 스캇을 잘 따르는지 놀라울 정도다.
처음 보는 얼굴이 애를 데려다 주니까 약간 의심한 유치원 선생님이 켈리에게 이 사람 아느냐고 물어보니 "괜찮아요. 새 친구거든요." 하고 대답하는 켈리. 아니... 애들 정말 편견 없네.
그리고 어쩐지 그런 스캇을 일단 믿어 보기로 한 선생님이 분명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싫다는 스캇에게 일 시키는 것도 웃기고 귀여웠다 ㅋㅋㅋ
나는 뉴욕을 잘 모르지만 스캇의 무리는 '스태튼 아일랜드'가 뉴욕의 자치구들 중에서 제일 구리고 살기 안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켈시는 이 스태튼 아일랜드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게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한다.
스캇은 그냥 온 스태튼 아일랜드가 자기 것인, '스태튼 아일랜드의 왕' 백수다.
레이와의 관계를 통해,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알았던 소방수 동료들 덕분에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 마침내 쓸모 있는 한 개인으로 벗어난 후에 진정한 '스태튼 아일랜드의 왕'이 된다.
<빅 타임 어덜레슨스>처럼 마구 빵빵 터지는 건 아닌데 스캇이 인간 되어 가는 모습이 나름대로 흐뭇하고 뿌듯해서 보는 맛이 있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감상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