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대니 그레고리, <내 머릿속 원숭이 죽이기>
무슨 일을 하려고만 하면 나타나서 '넌 할 수 없어', '넌 실패할 거야' 등의 부정적인 말을 늘어놓는 머릿속의 목소리를 닥치게 만드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저자 대니 그레고리는 이러한 마음속 비평가를 '내 머릿속 원숭이'라고 표현한다(원제가 <Shut Your Monkey>인 것도 그래서이다).
이 원숭이는 특히 예술적인 행위(그림 그리기나 글쓰기 등)를 하려고 할 때 자주 튀어나오는데, 이 성가신 목소리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들어온 말들이 자리 잡힌 것에 불과하다.
'그거 먹지 마', '조심해!', '이거 안 될 거라고 했잖아!' 등, 부모님이 해 주시던 그런 말들 말이다.
부모님들은 안전을 위해, 우리가 위험을 피하기를 바라서 좋은 의도를 가지고 우리에게 그런 말들을 해 주셨을 것이다.
그러나 안전 구역(comfort zone)에서만 지내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고, 새로운 예술은커녕 창의력이 필요한 사소한 일상의 일도 시작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 머릿속의 원숭이를 대면하고 입 닥치게 만들어야 한다.
원숭이의 망상('이 프레젠테이션은 망했어. 너는 해고될 거야' 같은)에서 빠져나오는 법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 보는 것이다.
분주하게 무엇인가를 만들면서 자신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봐라. 나의 경우, 새벽 세 시에 원숭이가 내 귀에 대고 재잘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면, 속절없이 어둠 속에서 누워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침대에서 기어 나와 책상으로 가서 무엇이든 그리거나 써본다. 그것이 기적의 치유법이다. 등도 안 아프고 알레르기도 줄어들고 은행 잔고도 적자를 면할 것이다. 그렇게 내 마음이 편안해져 원숭이가 다시 잠이 들면 나도 다시 잠자리에 든다.
두려움은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이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근육을 사용하면 아프듯이 불편하지만, 당신은 그걸 견뎌 낼 수 있도 또 반드시 그래야 한다.
머릿속 원숭이가 뭐라고 씨불대건, 우리는 이를 악물고 싸울 수 있다. 우리가 하지 못할 거라고 말하는 그 일을 할 수 있다.
예술 작품에 대한 어떤 비난이든 그에 대해서는 더 많은 작품으로 대응해야 한다. 검이나 변호사는 잊어라. 붓과 펜으로, 또 앱으로, 치료제로, 노래로, 또 단 한 페이지의 글로라도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해라.
모든 예술가, 특히 위대한 예술가는 자기 머릿속 원숭이를 결국에는 극복해낸다. 생산성에 높을수록 전쟁의 상흔은 더 많아진다. 파블로 피카소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이 창의적이었던 것은 머릿속에 원숭이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을 위대하게 만들어 준 것은 매일 마음속에서 일어났던 전투였다.
원숭이의 치명적인 적은 꿀벌이다.
꿀벌이 열심히 일을 하며 윙윙대면 원숭이가 하는 말을 덮어 버린다. 윙윙 윙윙.
한번 시도해 봐라.
윙윙거리는 꿀벌이 되어 동이 트자마자 쏜살같이 벌집에서 나와 계속 날아다녀라. 하던 일을 중단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옳은지 그른지, 이런 노력의 목표가 있는지, 다른 벌들이 일을 잘해서 더 많은 꽃가루를 가지고 벌집으로 돌아가는지 고민하지 마라. 태양을 등에 업고 시선을 목표물에 고정한 채, 날개로 봄의 공기를 휘저으며 초원을 가로질러 계속 날아다녀라. 만일 원숭이가 목소리를 높이면, 더 큰 소리를 내며 움직이면서 단어를 모으고 아이디어를 찾아다니며 쉼 없이 펜을 움직여라. 도넛을 만들 시간이다. 꿀, 꿀을 만들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지금 일을 잘하고 있는지 자꾸 궁금해진다면, 계속 확인하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어라. '물론이야, 정말 대단해.' 세부적인 판단은 나중으로 미뤄라. 당신이 생각한 아이디어 중 몇 가지가 형편없다고? 상관없다. 변변치 않은 것이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 나으니까. 일단 적어놓고 다음 꽃으로 이동해라.
나도 이 포스트를 쓰기 전에도, 그리고 쓰는 중에도 내내 고민했다. 내가 정말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잘 쓰고 있는가? 책을 자세히, 좋은 포인트를 잘 소개하고 있는가?
나보다 더 이 책을 더 잘 요약해서 소개해 주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누군가 이걸 보고 이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게 될까?
나는 그렇게 걱정만 하면서 글을 쓰지 않을 수도 있었다. 글을 쓰다가 엎어 버리고 지워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일단 그냥 글을 끝까지 다 쓰는 걸 목표로 삼는다. 어차피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나는 그냥 내가 쓰고 싶은 말을 내가 쓸 수 있는 대로 쓰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완성된 것이 완벽한 것보다 낫다).'
나는 완벽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냥 완성된 글을 쓰려고 노력할 뿐이다.
어느 시점까지는 질(quality)보다 양(quantity)이 더 중요하다. 질을 따질 수준에 오르기 전에는 일단 그게 글쓰기든 그림 그리기든, 도자기 만들기이든 간에, 많이 해 봐야 한다.
여러분도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좋은 걸 만들어 내려고 하지 마시고 그냥 일단 완성부터 하는 걸 목표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일단 부담감이 사라져서 훨씬 더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글쓰기든 뭐든 간에).
저자는 꿀벌 이외에도 원숭이를 물리칠 수 있는 대상으로 사자를 든다.
사자는 순간의 영감이라고도 할 수 있고, 열심히 집중하는 순간의 두려움 없는 상태를 상징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다.
당신이 사자를 나타나게 할 수는 없다. 당신이 열심히 일을 하다 보면 사자가 나타날 것이다.
또한 당신은 사자에게 영감이라는 먹이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줘야 한다. 책을 읽고, 박물관 전시를 관람하고, 다양한 강연을 듣고, 예술가들을 만나고 등등.
사자는 당신은 멀리 데려갈 수 있다. 우선 원숭이를 가차 없이 차버림으로써 사자의 등을 가볍게 해주어라.
영감과 용기를 주는 따뜻하고 친절하며 단호한 말들이 무척 보석 같은 책이다.
실제 사진 위에 크레용으로 낙서한 것 같은 그림과 만화 같은 글씨체의 삽화도 유쾌하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창의력을 펼칠 용기를 내도록 북돋아 주는 책이 한 권 더 필요하다면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 매직>도 같이 추천한다.
이 책, <내 머릿속 원숭이 죽이기>와 <빅 매직> 둘 다 옆에 두고 기운이 처질 때, 창의적인 일을 할 용기가 나지 않을 때마다 몇 번이고 반복해 읽으며 영감을 받아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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