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사이토 다카시,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
사이토 다카시는 일본 메이지 대학교 교수이자 교육학자이다.
이 책에서 그는 '만두'와 '사우나'처럼 사소하지만 절대적인 행복의 기준을 세우라고 말한다.
'이것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단순한 기준이 있으면 힘든 하루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행복하다고 느꼈던가?" 돌이켜 보면 단순하게도 사우나와 군만두, 두 가지가 떠오른다.나는 20대 무렵부터 지금까지, 사우나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난 뒤 군만두를 먹을 때마다 행복의 기준이 충족되고 있다는 느낌이 꽉 차오르곤 했다. 더구나 그 행복감은 현재 절대로 변하지 않는 축으로써 나를 지탱하고 있다.
사우나와 군만두는 무척 소박하다. 돈도 별로 들지 않는다. 행복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두 가지가 나를 만족시켜 주는 행복감의 토대라고 스스로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좋은 일이나 즐거운 일은 그 외에도 많지만, '이 두 가지만 즐길 수 있다면 아무 걱정 없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효과도 배가 된다.
(...) 이렇듯 나는 사우나와 군만두라는 매우 저렴하면서 접하기 쉬운 두 가지 행복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하루를 거뜬히 보낼 수 있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잘 보낼 수 있는 것이야말로 바로 궁극적인 행복이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치맥, 친구와의 수다, 뜨끈한 반신욕, 모바일 게임 등 하루를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OK다.
되도록이면 큰돈이 들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면 더더욱 좋다.
자신만의 단순한 기준을 가져라. 그리고 그 기준에 비추어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것이 바로 행이다.
(...) 그러나 절대적인 행복은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가치를 뚜렷이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군만두가 별 의미가 없다 해도 내게는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다. 그렇다면 나는 나만의 '군만두 행복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자기 안에 단순한 기준을 갖는 일이며, 절대적 행복의 비결이다.
절대행복론을 갖고 있으면 사람은 강해진다. 자신만의 절대적인 행복 기준이 존재한다는 건 안전망이 있는 상태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소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안전망이 있다면 이겨 낼 수 있다. 그런 기준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늘려 가는 게 좋다. 마음이 울적할 때는 자신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 버릴 수 있다.
나는 행복의 단순한 기준이란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애초에 행복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인생이 지금 지나가는 순간순간이듯이.
꼭 백만장자가 되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고, 결혼을 해야만 행복한 게 아니다.
고급 호텔 뷔페에서 온갖 비싼 음식을 마구 먹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지금 내가 식빵에 버터를 발라 맛있게 먹어서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게 행복이고, 오늘 하루를 견뎌 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의미가 있는 거다.
만두와 사우나, 또는 뭐가 됐든, 그게 또 내가 내일 하루를 살아갈 희망, 용기를 준다면 내가 이득인 장사 아닌가.
진정한 행복은 또한 즐기는 것이다.
알랭(프랑스의 철학자)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진정한 음악가는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며 (중략) '즐거움은 능력의 증거다.'라고 그는 말했다."
무언가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능력이라는 말을 좀 더 구체화해 보자면 이렇다. 피아노 치는 게 즐거운 사람은 피아노를 치는 능력이 있다고 증명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즐길 수 있는 것도 영화를 보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무언가를 자신의 힘으로 이뤄 낸다면 그게 바로 능력의 증거다. 어떤 일을 하든, 정말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은 사람이 그 일에서 어떤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가에 있다. 일도 마찬가지다. 일 속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따는 것만큼 사람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도 없을 것이다.
남이 해 주는 것을 받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해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능력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도 지당하다.
즐거움이 능력의 증거이며 예를 들어 영화를 보는 게 즐거운 사람은 영화를 보는 능력이 있다는 말은 내게 너무 신선했다.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그렇게 보면 나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닌가!
그는 또한 나이가 들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사소한 것이라도 남을 행복할 수 있는 소소한 기량이나 재주가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사이토 다카시의 아버지는 오코노미야기를 잘 만들었는데(사실 그분이 할 수 있는 요리는 그것뿐이었다고) 아버지와 함께 오코노미야키를 만들던 여유로운 시간이 지금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또한 다카시는 중고등학교 시절 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는데 둘 다 잘 두는 편은 아니었지만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팽팽한 접전을 벌인 덕분에 아주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었다. 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도 행복이었다.
이런 사소한 취미, 재주, 기량, 기술은 누구나 다 한두 개쯤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나이 드는 일이 두렵지 않게 된다. 자기가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사실로 마음이 든든해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운명이 부여한 것을 최대한 활용해 행복을 찾아라', '자신의 근본을 바꿀 필요는 없다' 또는 '소용없는 일에는 집착하지 말자' 등 소소한 행복론이 이어지는데, 마지막으로 내가 또 감명을 받았던 것 하나만 더 소개하겠다.
인생이 무한히 길다고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하루하루로 결산해 나가자. 건강과 감정 상태의 균형이 잡히거나 약간 플러스로 끝나게 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은 인류에 공헌했어.'라든가 '오늘은 문화적인 큰 사업에 참가했다.'는 거창한 일이 아니라, '오늘은 군만두를 먹었어.', '오늘은 기분 좋게 목욕을 하고 개운해졌어.', '잠자리를 따뜻하게 하고 자야지.' 하고 생활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찾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행복론이 어떻게 보면 '정신 승리' 또는 '행복 회로'를 돌리는 것 아니냐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사는 방법은 딱 두 가지 같다. 똑똑하게 살거나 행복하게 살거나. 나는 후자로 살고 싶다.
그러니 약간 억지스럽다 싶어도 하루하루 조금씩 소소한 행복을 그러모아 보자. 우리 모두 행복하자고 지금도 살아 있는 거니까.
'책을 읽고 나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감상/책 추천] 대니 그레고리, <내 머릿속 원숭이 죽이기> (0) | 2018.10.10 |
---|---|
[책 감상/책 추천] 제니 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0) | 2018.10.05 |
[책 감상/책 추천] 톰 미첼,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0) | 2018.10.03 |
[책 감상/책 추천] 다시 벨, <부탁 하나만 들어줘> (0) | 2018.10.01 |
[책 감상/책 추천] 질 볼트 테일러, <긍정의 뇌> / 스즈키 다이스케, <숨 좀 쉬며 살아볼까 합니다> (0) | 2018.09.14 |
[책 감상/책 추천] 질 르포어, <원더우먼 허스토리> (0) | 2018.09.12 |
[책 감상/책 추천] 길리언 플린, <나를 찾아줘> (0) | 2018.09.10 |
[책 감상/책 추천] 웬들린 밴 드라닌, <플립> - 소녀와 소년, 첫사랑, 자존감, 동화 같은 복수? (0) | 2018.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