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감상/책 추천] 톰 미첼,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저자 톰 미첼이 1970년대에 아르헨티나에서 기숙학교 교사로 일할 때 우연히 펭귄을 구조해 키웠던 이야기를 다루는 논픽션이다.
그는 우루과이 해안의 휴양 도시 푼다델에스테(Punta del Este)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바닷가에서 기름과 타르에 뒤집혔지만 기적적으로 살아 있는 펭귄 한 마리를 발견한다.
그는 이 펭귄을 안아 들고 숙소로 몰래 데려가 깨끗이 씻겨 준다. 처음에 그는 그 녀석에게 물려 지혈을 해야 할 정도였지만, 그가 자신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 기름을 닦아 주려는 것을 깨닫자 펭귄은 얌전해진다.
목욕을 끝낸 마젤란 펭귄을 키워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는 다시 펭귄을 바닷가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펭귄을 놓아주고 행복을 빌어 주려고 했는데, 펭귄은 좀처럼 그를 놔주려 하지 않는다.
게다가 세제로 목욕해 유해한 성분뿐 아니라 펭귄 몸의 유익한 기름(방수 기능이 있는)까지 씻겨 나간 펭귄은 혼자 살 수 없을 거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래서 그는 '이제 이 펭귄은 내 책임이다'라는 마음으로 펭귄을 데리고 숙소로 돌아간다.
이제 그는 휴가를 끝내고 아르헨티나로 돌아가는 길에 펭귄을 데리고 버스와 배를 타야 할 뿐 아니라, 세관까지 통과해야 한다.
그는 당시 인기 있던 리처드 바크(Richard Bach)의 소설 <갈매기의 꿈>의 스페인어 제목 <후안 살바도르 가비오타(Juan Salvador Gaviota)>를 따서 펭귄의 이름을 '후안 살바도르(Juan Salvador)'라고 지어 준다.
이는 영어로 하면 'John Salvador(구원자 존)'이라는 의미인데 정확히 말하면 펭귄은 '구조된' 것이고 '구조자'는 톰 자신이지만, 톰의 인생이 펭귄으로 인해 많이 바뀌었기에, 다른 사람들은 '후안 살바도(Juan Salvado, John saved, 구조된 존)'가 맞는다고 해 친구들 사이에서는 후안 살바도로 부르지만 공식적인 이름은 '후안 살바도르'를 유지했다.
후안 살바도는 동료 교사뿐 아니라 기숙사 일을 도와주는 직원들(마음씨 따뜻한 '마리아'를 포함해), 그리고 기숙학교 학생인 소년들에게도 인기가 만점이다.
후안은 인간의 말을 (영어든 스페인어든)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모두가 그와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톰이 다른 방에 있는 동안 한 소년이(톰은 학교 모든 사람들에게 펭귄을 소개하고 만날 수 있게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한 여자애에 대한 고민을 후안에게 늘어놓기도 한다.
소년은 후안에게 그 여자애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지 말지 '혼자 질문하고 혼자 대답'하기도 하는데(뭐, 펭귄이 인간의 말로 '데이트 신청해, 바보야!'라고 말해 줄 순 없으니까), 그만큼 이 펭귄이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지 보여 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내가 이 책에서 나온 에피소드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은 '디에고'라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수줍고 별로 눈에 뜨이지도 않던 이 소년이 후안과 수영장에서 잠시 수영을 했는데, 그 순간 톰은 이 수영 천재의 능력을 알아본다.
톰은 동료 교사에게 기숙사 수영 팀을 꾸릴 때 꼭 디에고를 넣으라고 추천한다.
동료 교사는 그의 말을 믿지 않지만 일단 디에고에게 기회를 준다. 디에고는 아버지에게 배운 수영 기술을 발휘해 최고 기록을 내며 수영 팀에 합류한다.
그 이후로 그는 급우들과 사이도 좋아지고, 성적도 올랐다. 심지어 학교 대표 럭비팀에서도 곧잘 하는 선수가 됐다.
동물과 교감을 나누며 수영을 한 짧은 그 시간으로 인해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이다.
나중에 다소 어이 없게 후안이 죽을 때까지 정말 훈훈하고 귀여운 이야기가 많은데, 나는 위 이야기가 제일 감동적이었다.
남아메리카라는 이국적인 배경도 흥미롭지만 펭귄의 귀여움과 소년들의 순수함이 무척 '힐링'되는 책이다.
펭귄 삽화도 귀엽고 그 밑에 쓰인 캡션도 무척 사랑스럽고 재미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길이(EPub으로 14.3MB, 약 14만 자)에 가볍고 유쾌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힐링' 책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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