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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책 감상/책 추천] 제니 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by Jaime Chung 2018.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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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감상/책 추천] 제니 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한국계 미국인 소녀 라라 진 커비는 아버지와 언니 마고, 동생 키티와 함께 살고 있다.

마고 언니의 남자 친구인 조시 오빠는 원래 라라 진과도 친구였고, 라라 진은 남몰래 그를 좋아했다.

그러나 마고 언니와 조시 오빠가 사귀기 시작하자 자신의 슬픔은 감추고 둘을 축하해 줬다.

라라 진은 조시 오빠를 향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 다른 네 명의 남자애들에게 쓴 편지들과 마찬가지로 몰래 숨겨 둔다.

그러다가 새 학기가 시작하자 마고 언니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해 집을 떠난다.

착하고 똑똑하고 야무진 언니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노력하던 라라 진.

어느 날 학교에 갔더니 옛날엔 친구였고 또 자기가 좋아하기도 했던 피터 카진스키가 자기가 쓴 연애편지를 받았단다.

차라리 기절하고 싶다! 어찌어찌 모면하고 집에 왔는데 그 연애편지들을 받은 게 피터가 아님을 알게 된다. 조시 오빠도 편지를 받은 것이다!

라라 진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넷플릭스(Netflix)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2018)>의 원작 소설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제니 한 작가가 이 소설을 출간하자마자 많은 러브콜을 받았는데, 여주인공을 백인으로 바꾸자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작가는 그 제안은 모두 거절하고, 결국 나중에 '라라 진은 한국계 미국인 그대로 갑시다'라고 제안한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었다.

영화에서는 라라 진네 가족의 한국스러움이 좀 덜 묘사되는데, 소설에서는 조금 더 잘 드러난다.

소설에서는 보쌈이라든지 한국식 요거트(아마 영화에 나온 것처럼 '요구르트'를 말하는 듯) 등 한국적 문화가 곳곳에 등장한다.

'한국에 계신 할머니에게 지금 추석이니까 안부 전화 드려라' 하는 부분도 나온다. 정말 한국의 문화를 아는 사람이 썼구나 싶어서 뿌듯하다.

왜냐하면 미디어 속 제대로 된 묘사(representation)는 중요하니까.

(미디어의 소수 인종 묘사에 대해서는 아래 포스트에서도 다소 길게 이야기한 적 있다:

2018/08/31 - [영화를 보고 나서] - [영화 감상/영화 추천] Crazy Rich Asians(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2018) - 제인 오스틴풍의 화려한 동양식 로맨틱 코미디)

 

아주 디테일하게 스포일러를 하지는 않겠지만 이 정도는 밝히겠다.

영화랑 소설이 조금 다른데, 영화에 나온 이야기가 거진 다 소설에 뿌리를 두고 있기는 하다.

그리고 영화는 완전히 끝맺음이 된 작품이라는 느낌이라는 반면에(크레디트 올라갈 때 후속작과 이어지는 장면이 잠깐 나오긴 하지만), 소설은 '아, 이거 다음 편으로 이어지겠는데?'라는 느낌이다.

소설 읽으면서 '이거 한 20쪽 남았는데 어떻게 마무리를 하려고 그래?' 싶었는데, 음, 그래, 다음 편에서 하시려고요...

 

라라 진이라는 캐릭터의 사랑스러움은 솔직히 영화에서 배우의 외적 아름다움과 합쳐져서 더 잘 드러나는 거 같다.

소설 속 라라 진이 진상이라거나 못났다는 뜻은 절대 아닌데, 원래 '사랑스러움'이라는 개념은 추상적인 것인데 영화처럼 외적인, 구체적인 어떤 형상을 보여 주는 게 더 효과적으로 느낌이 잘 다가오는 거 같다.

글만 읽고서는, 어떤 비주얼적인 걸 봤을 때만큼 확 '사랑스럽다!' 하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나는 영화를 먼저 본 후에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며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다 안 상태이기 때문에 좀 더 쉽고 편하게 느껴지는 것도 원인 중 하나겠지.

이게 어떻게 될지 다 아니까 캐릭터며 스토리가 좀 빤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렇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오히려 둘이 연애를 할 때 'ㅎㅎㅎ아이고 그러셨어요? 아이고 귀여워라, 좋을 때다~' 이런 식으로 보게 된다고 해야 하나.

 

라라 진이 언니와, 그리고 동생과 맺는 자매애가 '나도 저런 여자 형제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지만 자매가 있는 사람이 있으면 느낌이 다를 수도 있겠지.

아, 연애편지를 누가 왜 부쳤는지는 영화와 소설 버전의 설명이 다르다(둘 다 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아실 듯).

지금 생각해 보면 영화 쪽이 자매애를 부각시키는 장면을 조금 더 넣은 거 같다.

 

번역은 썩 괜찮다. 다만 교정 및 교열 상태가 심각할 정도로 나쁘다.

'바 쁜'이나 '피자먹는', '걱정마.'처럼 딱 봐도 말도 안 되게 틀린 것들이 버젓이 등장하며, '다음날'은 왜 그리 좋아하는지.

'다음날'이라는 말이 있긴 한데, 이는 '정하여지지 아니한 미래의 어떤 날'을 가리키는 말로, '다음날에 만나면 식사나 하죠.'처럼 추상적인 미래를 가리키는 것이다.

어떤 날의 바로 다음 날을 가리키는 경우에는 '다음 날'로 띄어 써야 한다. 즉, 앞에 나온 이야기의 배경이 일요일이었고 그다음인 월요일을 가리키는 거라면 '다음 날'로 써야 하는 게 맞는다.

또한 '-지 못하다'의 형태에서 '못하다'는 붙여서 쓰는데(예를 들어 '오지 못했다'처럼) 이것도 틀린다. 읽는 내내 틀린 맞춤법을 빨간색 하이라이트로(eBook으로 읽어서 하이라이트 하기도 쉽고 또 내 책이 더러워지는 것도 아니니까) 했는데 수십 개가 나왔다.

세어 보지는 않았는데 세면 백 개 정도 나올까 두려워서 못 세어 봤다.

어쨌거나 가장 쉬운 맞춤법도 틀리고 나중엔 사람 이름도 틀린다.  커비 가족 막내딸 '키티'의 본명을 앞에서는 '캐서린'이라고 (두 번이나) 하더니 뒤에서는 '캐더린'이란다.

캐서린이든 캐더린이든 하나만 하시죠...

이 정도로 교정 및 교열이 잘못된 책을 보느라 내 눈이 정말 수고했다는 기분이다.

 

어쨌거나 제니 한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다음 책 제목은 <P.S. I Still Love You>, 마지막 3편은 <Always and Forever, Lara Jean>이다.

아직 2편과 3편은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다. 후속작들이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아마 안 나올 것 간은 느낌...

다른 책들도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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