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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감상/영화 추천] <Blue Bayou(푸른 호수)>(2021)

by Jaime Chung 2023.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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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영화 추천] <Blue Bayou(푸른 호수)>(2021)

 

 

⚠️ 아래 영화 후기는 <Blue Bayou(푸른 호수)>(2021)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독: 저스틴 전(Justin Chon)

 

안토니오 르블랑(저스틴 전 분)은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적에 미국으로 입양되어 자랐고, 현재는 완벽한 미국식 이름에 남부식 영어 액센트를 가진 미국인이다. 사랑하는 아내 캐시(알리시아 비칸데르 분)와 그녀의 딸(이지만 완전히 자기 딸처럼 사랑하는) 제시(시드니 코왈스키 분), 그리고 캐시 안에서 자라고 있는 새 생명이 있어서 이제는 오토바이나 훔치던 과거에서 벗어나 번듯한 직장을 얻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젊은 시절 도둑질로 인한 전과 때문에 그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젠 문신소 내 자기 작업장 자릿세도 내기 힘들지만 타투이스트 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갈 뿐이다. 그런데 캐시의 구 연인이자 제시의 친부 되는 에이스(마크 오브라이언 분)라는 자는 캐시에게 미련이 있고 제시를 자기 소유라 생각해서 그녀들의 마음을 돌리려 한다. 제시는 이제 다정하게 자기를 사랑해 주는 안토니오를 아빠라 여기고 마음을 완전히 안토니오에게 열었는데 말이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에이스의 동료이자 그의 부하를 자처하는 경찰 데니(에모리 코헨 분)이다. 그는 괜히 에이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안토니오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면서 그를 미워하고 폭력을 가한다. 심지어 ‘미국 이민 세관 집행국(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ICE)’에 그를 신고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안토니오는 어릴 적에 미국으로 입양된 것은 맞으나, 관련 법이 허술했던 탓에 거의 평생을 미국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한국으로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하는데…

 

주연 배우 저스틴 전이 실제로 미국에 입양되어 미국에서 자랐으나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해 ‘고국 아닌 고국’으로 강제 송환된 입양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 맡은 영화이다. 영화를 촬영한 후에도 편집본을 입양인들에게 보여 주고 그들의 의견에 따라 수정을 더했다고 한다. 영화가 단순히 그들의 사연을 차용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이 공감하고 ‘진짜 같다(authentic)’고 인정할 수 있도록 꽤 공을 들인 모양이다.

실제로 1970, 1980년대에 많은 한국 아기들이 해외로 입양되었는데 물론 모든 입양이 다 ‘해피 엔딩’은 아니었을 것이다. 안토니오 역시 자신을 입양해 온 부모님게 버림받아 양부모들을 전전했다. 그는 자신을 입양했으나 학대한 양아버지를 증오하지만, 어린 시절 같이 폭력을 당하던 양어머니를 보호하려 애썼고 양어머니에게 같이 도망가자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래서 뒤늦게 시민권을 찾기 위한 공판 자리에 나와 달라고 양어머니에게 부탁하는 것조차 수치스러워하고 절대 그녀에게 부탁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으려 한다. 결국 캐시와 제시를 향한 사랑 때문에 자존심을 굽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애를 데려왔으면 잘 키워야지 학대하는 놈들 다 뒤졌으면…

이 영화는 처음 시놉시스를 읽을 때만 해도 슬프겠다는 감이 왔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빡칠 줄은 몰랐다. 안토니오가 ICE에 신고당한 것 자체가 에이스와 데니 때문인데, 에이스야 캐시의 딸 친부니까 안토니오를 미워한다 해도 이해는 된다(정당하다는 게 아니라 적어도 그럴 만한 구실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데니 놈은 안토니오에게 돈 꿔 주고서 못 받은 것도 아닌데,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닌데 괜히 에이스에게 잘 보이려고 일부러 더 나서서 안토니오를 괴롭힌다. 진짜 자기가 뭐라고. 심지어 에이스는 데니가 그렇게 나서는 걸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안토니오의 공판 때 에이스는 ‘안토니오가 본국으로 송환당하면 제시도 데려갈 테니까, 제시를 더 보기 위해서라도 안토니오가 미국에 머무를 수 있게 도와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공판이 열리는 법정의 텅텅 빈 좌석 중 한 자리를 메꾸어 준다. 근데 데니 놈은 자기 편인 사람들 몇을 데리고 안토니오를 외진 숲으로 끌고 가 마구 폭행한다. 공판에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찌질하면서 못나게 사악한 자가 있을 수가 있지? 보통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에 등장하는 이아고를 순수 악의 화신이라고들 하는데 이놈이 더한 것 같다. 이아고는 그냥 다른 커플이 행복한 게 부러워 자기 배알이 꼴려서 데스데모나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생각할 수나 있지, 데니 놈은 진짜 자기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에이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일부러 더 나서서 깝친 거 아닌가. 정말 찌질하기가 짝이 없다. 심지어 안토니오와 티격태격하는 문신소 고객 머크(토비 비트라노 분)조차 나중에 안토니오에게 ‘만약 네가 도망친다면 붙잡지 않겠다’며 어떻게든 그를 도와주려고 하는데 말이다. 데니 새끼 극혐…

 

내가 미국에 입양되었다가 고국으로 강제 송환된 입양인이 아니니 이 영화가 그런 이야기를 실제로 잘 살렸는지 어땠는지를 평가할 수는 없다. 위에도 썼듯이 저스틴 전이 무척 노력한 것 같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배우들의 연기가 좋고, 꽤 가슴 아린 드라마를 잘 만들었다는 것 정도이다. 안토니오의 어릴 적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 있는 (한국인) 어머니가 ‘자장자장 우리 아가’를 부르는 것으로 한국적 요소를 집어넣은 것도 좋았다. 다만, 극의 초반부터 등장하며 안토니오와 우정을 쌓는 베트남계 미국인 파커(린당 팜 분)의 사연을 좀 더 들을 수 있었으면, 그녀의 캐릭터를 조금 더 자세히 보여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푸른 호수’라는 제목처럼 쓸쓸하고 안타깝고 슬픈 분위기의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를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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