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 결산] 2023년 8월에 본 영화들
2023년 8월에 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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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서포크(Suffolk) 지역의 서튼 후(Sutton Hoo)라는 언덕에 묻혀 있던 바이킹 시대의 유물을 발굴한 실제 인물, 이디스 프리티 부인(캐리 멀리건 분)과 그가 고용한 발굴 업자 바질 브라운(랄프 파인즈 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프리티 부인과 바질 브라운의 발굴 이야기 외에 다소 통속적인 로맨스도 (영화 중후반에) 등장한다. 영국 박물관 측에서 나온 고고학자들 중 하나인 피곳(벤 채플린 분)의 아내인 페기(릴리 제임스 분)와 이디스의 사촌인 로리 로맥스(자니 플린 분)의 사랑 이야기인데, 흥미롭긴 하고 가슴 떨리긴 한다. 다만 전체적인 작품의 주제와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고고학적인 발견이 핵심 사건인데 그렇다면 인간에게 불멸성은 무엇이며, 그것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떤 식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인지 (예컨대 후대에 길이 기억될 예술 작품을 만들어서? 훌륭한 업적을 남겨서?) 등을 고민하는 게 주된 메시지여야 하지 않았을까. 곁다리 이야기가 재미는 있지만 딱히 생각거리를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캐리 멀리건과 랄프 파인즈의 연기는 좋았고, 무난하게 볼만한 영화다.
- <Happiness for Beginners(해피니스 포 비기너스)>(2023) 감독: 비키 와이트 ⭐️⭐️⭐️
헬렌(엘리 켐퍼 분)은 전 남편과 이혼했는데,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어서 단체 하이킹 코스를 신청한다. 부모님 대신 자신을 키워 주신 할머니 지지(블리드 대너 분)와 남동생 던컨(알렉산더 쿠치 분)은 헬렌이 긴 하이킹 기간을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한다. 던컨의 친구 제이크(루크 그라임스 분)는 그녀가 결혼하기 전부터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걱정되어서, 또 그녀와 같이 있기 위해 헬렌과 같은 단체 하이킹 코스에 참여한다. 대략 이런 줄거리의 로맨틱 코미디인데 정말 무난하다. 딱히 재미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 엄청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한 가지 의문점이라면, 제이크가 자신과 같은 단체 하이킹 코스에 등록했다는 걸 알게 된 헬렌이 왜 제이크를 그렇게 띠껍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처음엔 싫어했다가 이 기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게 되고 그러다가 마음이 녹아 서로를 사랑해야 이야기가 되니까 그렇게 설정한 건 알겠는데, 처음에 헬렌이 제이크를 재수 없다고 싫어할 만한 강력한 동기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나는 처음부터 제이크가 헬렌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눈치 챘고, 그래서 이 캐릭터가 싫지 않았는걸. 어쨌거나 무난한 로맨틱 코미디를 보고 싶으면 볼만한 영화라 하겠다.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주에서 열리는 여름 음악 축제에 참여한 두 남녀의 이야기. 여주인공은 키비(레베카 브리즈 분)인데, 아버지와 함께 하는 아일랜드 포크 음악 밴드에 속해 있고, 남주인공은 테레민이라는 전자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이다. 전자는 밝고 명랑하고 상냥한 성격인데, 후자는 오만하고, 비사교적이고, 냉소적이다.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만나 감화되고 변화한다는 뻔한 이야기를 ‘세 번의 여름’에 걸쳐서 하는데, 음악 축제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내 음악 사용이 아주 엉성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다. 흔해 빠지고 고루한 성 고정관념을 바탕으로 한 (주인공들의) 캐릭터성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엄청난 팬인 게 아닌 이상 굳이 이 영화를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How to Be Single(하우 투 비 싱글)>(2016) 감독: 크리스티안 디터 ⭐️⭐️⭐️
언제나 연애 중이었어서 진정한 의미로 혼자였던 적이 없던 앨리스(다코타 존슨 분)는 진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며 남자 친구 조시(니콜라스 브라운 분)와 잠시 시간을 갖기로 한다. 그래서 뉴욕에서 새로운 직장도 구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앨리스가 직장에서 만난 친구 로빈(레벨 윌슨 분)은 그녀를 클럽으로 데려가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시며 놀고 매일 다른 남자를 만나는 신세계를 보여 준다. 로빈을 통해 알게 된 펍 주인 톰(앤더스 홀름 분)은 누군가와 정착하는 것에는 관심이 전혀 없고 그저 짧은 만남을 이어가는 것에 만족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정반대로 얼른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정착을 하고,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루시(앨리슨 브리 분)에게 빠져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산부인과 의사인 앨리스의 언니 메그(레슬리 만 분)는 남자를 만나는 것보다 그냥 아기가 있었으면 좋다는 생각에 정자 기증을 받기로 한다. 대체로 이렇게 네 여자 - 앨리스, 로빈, 루시, 그리고 메그 - 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건 좋았지만 딱히 큰 감흥은 없는 영화였다. 마지막에는 억지로 ‘연애 없이도 잘 살 수 있어!’라고 급히 마무리하는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2023년 8월에 본 영화들 통계
한 달에 영화 4편.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올해 네 달 남았으니까 목표(50편)를 채우려면 한 달에 4편씩만 봐도 된다. 야호!
이번에 본 영화들은 전부 그냥 그랬다(별점 3개짜리만 4편이라니!). 이제 좋은 영화는 다 본 걸까? 더 이상은 볼만한 좋은 영화를 찾을 수 없는 걸까? 😔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이제 웬만한 영화에는 감흥이 없다. 그래도 계속해서 좋은 영화를 찾으려고 노력해야지. 분명히 좋은 영화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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