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Ricky Stanicky(리키 스태니키)>(2024)
⚠️ 본 영화 리뷰는 영화 <Ricky Stanicky(리키 스태니키)>(2024)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딘(잭 에프론 분)과 JT(앤드류 산티노 분), 그리고 웨스(저메인 파울러 분)는 어릴 적부터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들이다. 그들은 어릴 적, 핼러윈 날에 사탕을 안 주는 이웃집에 골탕을 먹이려다가 오히려 실수로 큰 불을 내고 만다. 이때 딘은 자기가 한 일이 아닌 척하려고 자기 재킷에 ‘니키 스태니키’라는 가명을 적어 놓고 도망간다. 이걸 경찰과 소방관들이 믿으면서 이때부터 이 삼총사는 무슨 나쁜 짓만 했다 하면 ‘니키(스태니키)가 그랬다’라고 변명하는 게 버릇이 되었다. 이 버릇은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JT의 아내가 출산을 코앞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니키가 암이 재발을 해서 위문차 한번 얼굴 보러 가야 한다며 니키를 팔아먹는다. 사실은 그냥 남자들끼리 놀고 싶은 것뿐인데. 어쨌거나 남자들끼리 카지노에 가서 놀고 있는데 JT의 아내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이들은 망했다는 심정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이 모양이 되니 이제는 JT의 아내뿐 아니라 JT의 아내의 어머니(즉 JT의 장모님), 그리고 딘과 웨스의 아내들까지 그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딘은 고심 끝에 ‘니키라는 존재가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하는 대신에, 배우를 고용해서 니키 역할을 시키면 안 되겠느냐’라는 제안을 한다. 그럼 그 배우는 어디서 구하지? 마침 그 카지노에서 만난, 시답잖은 성인용 패러디 가수이자 자신을 배우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로드 라임스테드(존 시나 분)의 명함이 딘에게 있었다. 그들은 그를 고용해서 니키의 역할을 맡기기로 결정하는데…
줄거리를 위와 같이 정리해 봤는데 사실 더 간략히,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거다. ‘세 절친들은 20년간 변명으로 써먹던 니키라는 존재를 실존 인물로 만들고 싶어서 한 배우를 고용해 연기시킨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이렇게 얄팍한 설정(내가 바로 앞에서 말한 한 줄 요약)을 가지고 어떻게 영화를 이어 가겠다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단적으로 결론부터 놓고 말하자면, 이 영화는 딱히 내용이나 핵심이란 게 없다. 저 한 줄 요약 설정을 이어나가려고 하다 보니까 나중엔 오버가 심해진다.
일단 이 영화의 설정부터 문제가 있다. 존재하지도 않는 니키 스태니키라는 존재를 20년간 우려먹었다는 사실이 실현 가능성 있는지는 둘째치고서라도, ‘사내들끼리 남자들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변명거리를 만들어 써먹는다’ 이 사실에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는지? 딘의 아내 에린(렉스 스캇 데이비스 분)이 말하듯이, 왜 돌리우드(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을 콘셉트로 한 놀이공원)에 가는 걸 아내가 싫어할 거라고 생각한 건지 모르겠다. 에린도 돌리 파튼을 좋아하는데! 그냥 자기가 남자라서 돌리 파튼을 좋아하는 게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는 비웃음을 들을까 봐? 애초에 남자들은 남자들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가 여성 혐오적이다. 차라리 결혼한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개인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는데, ‘남자’니까 여자들(대체로 이런 맥락에서는 아내들)이 이해하지 못할 즐거움을 다른 ‘남자들’과 누리고 싶어 한다는 생각은 여성을 같은 존재로 보지 않는 시각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조금 직설적이고 저급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알탕’끼리만 누릴 수 있는 재미란 게 뭐가 있나? 여성들이 싫어하는 것, 여성들이 존중받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 여성을 대상화한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겠나. 그런 걸 거짓말까지 해 가면서 즐기려고 한다는 게 유치하고 어이가 없는데, 그걸 영화로까지 봐야 하나? 아이고 차라리 안 보고 말지.
이런 점을 대충 흐린 눈 하고 무시한다 치더라도,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오버스러워진다. 니키 스태니키는 삼총사들의 오랜 거짓말로 인해 U2의 보노 뺨치는 자선가라는 설정이 붙었는데, 이게 거짓말이라는 걸 모르는 에린은 그를 ‘이 주의 영웅(hero of the week)’이라는 TV 프로그램으로 취재하고 싶어 한다. 물론 그녀는 직접 이 이야기를 취재하면서 니키 스태니키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인물이며 그에 대한 모든 것이 거짓말임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린은 그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이 주의 영웅’ 에피소드를 촬영한다. 이 영상이 니키 스태니키가 진짜라고 믿고 그를 스카우트한 딘의 상사, 서머헤이스(윌리엄 H . 메이시 분) 앞에서 재생된다. ❓ 아니, 에린이 진실을 알게 됐으면 그를 ‘이 주의 영웅’의 주인공으로 만들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니키’는 자신을 존재하게 해 준 친구들(딘, JT, 웨스 삼총사)을 진정한 영웅이라고 추켜세우는데, 아니야, 그것도 아니야… 이 이야기 중에는 영웅이 없어요…
앞에서 말했듯 이 영화의 뼈대가 되는 주요 설정(없는 사람을 만들어내서 변명거리로 썼다) 자체가 빈약하기 때문에 결과물도 빈약하다. 내가 존 시나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기껏해야, 잘 봐줘야 한번 웃고 잊어버리고 말 팝콘 영화에 불과하다. 근데 그 웃고 만다는 것도 그렇게까지 크게 하하 웃을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 아직도 잭 에프론의 얼굴이 달라졌다는 사실에 적응이 안 됐다. 아마 평생 못 할 듯… 어쨌거나 아무 생각 없이, 이 안에 든 여성 혐오적인 설정부터 무시하고 잠시 조금 웃다 말 정도의 영화라 해 두겠다. 굳이 이걸 보려고 아마존 프라임을 결제하거나 할 필요는 없을 듯. 그냥 다른 거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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