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This Is Me… Now(디스 이즈 미… 나우)>(2024)
⚠️ 본 영화 리뷰는 영화 <This Is Me… Now(디스 이즈 미… 나우)>(2024)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걸 영화라고 봐야 할지, 좀 긴 뮤직 비디오로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건… 정말 뭘까. 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대단하다. 왜냐하면 그냥 평범한, 그냥 그런 영화를 만들면 이것보다는 질적으로 나을지 몰라도 재미는 없을 거고, 그러면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이건… 이건 획기적으로, 신선하게 이상하고, 그래서 확실히 화젯거리가 된다. 애초에 제니퍼 로페즈는 이 영화를 ‘잘 만드는’ 것보다 큰 화젯거리가 되는 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게 어떻게 이상하냐면, 내가 간단히 소개할 테니 들어보시라. 일단 제이로는 자기 자신을 어릴 적부터 ‘사랑’에 푹 빠져 사랑이 일생일대의 소원인 사람으로 그린다(’serial romantic’이라고 표현하는데, ‘연쇄 연애범’ 정도로 번역하면 될까?). 어릴 적에 제이로는 알리다와 타루라는 아즈텍족 연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는데, 그래서 내내 ‘진정한 사랑’을 그리며 끊임없이 연애를 한다. 결혼을 세 번이나 했으니 말 다 했지. 이 꼴이 얼마나 심각한지, 열두 별자리들(아래에서 얘기하겠다)이 이 문제를 어떡하면 좋으냐고 안달을 내며 지켜볼 정도다. 마침내 친구들은 제이로에게 연애 좀 그만하라고 따끔하게 한마디씩 하지만, 그래도 제이로는 정신을 못 차린다.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도 꾸준히 받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서 어릴 적 자기의 모습을 한 아이를 만난다. 그 아이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았느냐 묻고, 제이로는 그간 사랑을 찾아 헤매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꿈에서 깨어난 이후로는 ‘진정한 사랑’ 운운하지 않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섹스/연애 중독에서 벗어난다는 이야기.
이렇게 이야기만 들어도 황당하고 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 테지만 실제로 보면 더 어이가 없다. 일단 영화는 알리다와 타루라는 연인 이야기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은 제이로가 애인과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사고 때문에 다쳐서 목숨이 위태하다는 점과 행복하지 않은 연애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이중적인 의미로 ‘가슴(심장)’이 아프다는 모티브를 사용하는데 이걸 제이로는 희한한 비주얼로 구체화한다. 마치 <유미의 세포들>에서 유미의 안에 있는 세포들이 유미의 내면을 나타내듯, 제이로는 ‘심장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심장이 위험합니다!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고 있어요’ 뭐 이런 경고음이 울리는 와중에 춤을 춘다… 이 심장은 용광로 같은 시설인데, 이 심장을 돌아가게 하는 에너지는 ‘(붉은) 꽃잎’이다. 영화가 시작한 지 한 3분 만에 이 ‘심장 공장’ 씬이 나오는데, 노래가 한 5분 정도 되는 듯. 여기에서 나는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정신이 멍해졌다. 이건 도저히 말로 설명이 안 되어 클립을 첨부한다. 노래는 좋은데 영상 도대체 무슨 일…
노래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노래는 참 좋다. 제이로가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거야 다 알지. 근데 왜 영화를 이렇게 영상화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두 번째로 충격받은 장면은 이거다. 제이로가 어찌어찌 사고의 여파에서 벗어났는데 그다음에 만난 남자와도 그다지 잘 지내지 못한다. 둘이 얼마나 행복하지 않고 의존적이고 위험한 관계인지를 드러내기 위한 장면이 ‘Rebound’인데… 아니 밑도 끝도 없이 본디지요? 유리로 된 집이요? 뭘 말하려는지는 알겠는데 뭔가… 요상하다.
근데 제이로가 자신의 ‘세 번의 결혼식’을 할 때 상대(남편)가 세 번 바뀌는 건 좀 잘한 듯. 벤 애플렉(2022년에 결혼해서 아직까지는 같이 잘 살고 있는 상대)을 닮은 백인 남자가 등장하는 것도 포인트.
마지막으로 내가 보면서 제일 ‘????’ 상태가 되었던 장면. 제이로가 현실에서 별자리를 많이 믿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영화 속 제이로는 그렇다는 설정인데, 열두 자리의 수호신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존재들이 ‘황도 십이궁 위원회(Zodiac Council)’를 열어 제이로가 이렇게 정신 못 차리고 계속 연애에 집착하는 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대책을 의논하는 장면까지 나올 정도다. 근데 그 십이궁의 수호신들 캐릭터가 굉장하다. 일단 가수 킴 페트라스가 처녀자리,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가 천칭자리, 래퍼 포스트 말론이 사자자리, 가수 키키 팔머가 전갈자리, 배우 소피아 베르가라가 게자리, 역시 배우 제니퍼 루이스가 쌍둥이자리, 작가 제이 셰티가 양자리, 천문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황소자리, ‘이샤 하타 요가’의 설립자인 삿구루가 물고기자리. 아래 클립을 참고하시라. 아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카메오로 불러와서 이런 역할을 맡긴 건지 정말 아무리 봐도 너무 신기하다. 다들 어떻게 불러모은 거지?
영화 리뷰에 이렇게 클립을 많이 끼워 넣은 건 처음인 듯… 근데 처음 두 곡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당황스러웠다. 맨 마지막에 제이로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는 뻔한 (그리고 딱히 엄청 깊이 있지는 않은) 해답을 발견하고 나서 <싱잉 잉 더 레인>에서처럼 빗속에서 우산을 들고 춤을 추는데, CG에 익숙하지 않은지 벌새(제이로가 그토록 찾아헤매던 ‘진정한 사랑’의 징조)를 바라보는 모습이 영 어색하다.
이 영화, 아니 좀 연장된 뮤직 비디오나 다름 없는 이 작품은 정말 말만 들어서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약 1시간 동안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고 ‘내가 지금 뭘 보고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험을 해 볼 자신이 있는 분들은 이 작품에 도전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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