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Two Hands(투 핸즈)>(1999)
⚠️ 본 영화 리뷰는 영화 <Two Hands(투 핸즈)>(1999)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9살 청년 지미(히스 레저 분)는 스트립 클럽에서 호객꾼으로 일하고 있다. 싸움은 좀 하지만 순수한 그는 친구 로켓(매뉴 윌킨슨 분)의 여동생 알렉스(로즈 번 분)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녀는 지방에서 살다가 이번에 대도시 시드니로 올라왔는데, 사진 찍기가 취미다. 둘은 아직 어색한 사이지만 썸을 탄다는 사실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판도(브라이언 브라운 분)라는 갱의 리더가 지미에게 ‘일자리’를 제안한다. 즉, 자신이 시키는 대로 돈을 어떤 곳에 전달해 주면 된다는 것.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는데, 돈을 전달하러 간 집에 있는 여인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지미의 돈을 받기는커녕 문까지 가서 지미를 맞이하기도 전에 사망한다. 노크를 해도 답이 없으니 일단 자리를 피하자고 생각한 지미. 더운 날이라 해변에 갔는데 저 멀리 물속에서 수영하는 알렉스를 본 듯하다. 알은체를 하고 싶지만 판도가 시킨 돈, 무려 일만 달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곤란하다. 일단 급한대로 모래를 조금 파서 돈을 묻고 수영하러 간다. 그런데 마침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동네 불량 청소년 둘이 이때를 노려 돈을 들고 튀고 마는데…
히스 레저의 젊은 시절 작품 중 하나. 아마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0 Things I Hate About You)>(1999) 직후에 개봉한 듯. 코미디, 범죄, 스릴러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좀 말랑말랑하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번째, 히스 레저가 너무 잘생겼고 (이때 몸도 엄청 슬림하다), 두 번째, 히스 레저와 로즈 번의 캐릭터가 썸을 타는 로맨스 장면이 너무 귀여우며,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극 중에 분명 갱도 등장하고 폭력도 많이 일어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나기 때문이다. 사실 거의 동화 수준의 해피 엔딩이라 진짜 오버다 싶지만 그래도 뭐,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괜찮다.
사실 그 ‘해피 엔딩’이라는 것도 아이러니한데, 애초에 지미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 원인의 제공자가 나름대로 문제 해결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미가 알렉스에게 가려고 모래를 파서 묻은 돈을 캐낸 것은 동네 불량 청소년 헬렌(마리엘 맥클러리 분)과 피트(에반 시브스 분)였다. 헬렌과 피트는 신이 나서 이 돈을 물 쓰듯 하고, 결국 지미는 판도에게 살해 위협을 받을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판도의 부하인 애코(데이비드 필드 분)가 몰던 차에 피트에 치여서 숨지자 헬렌은 그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다. 지미는 그 잃어버린 돈 때문에 죽을 위험을 겪고 또 은행 강도질까지 해서 어찌어찌 돈을 모아 판도에게 이를 다시 가져다주고 목숨은 구한다. 그러나 지미가 무사히 판도네 사무실에서 나오는 순간, 헬렌은 피트를 죽인 이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그곳으로 들어가 일당을 모두 총으로 쏘아 죽인다. 지미가 위험해진 이유가 된 인물이 오히려 그를 ‘뒤끝이 없어지게’ 판도네 일당을 몰살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아니면 누군가가 보기엔 헬렌이 뒤늦게 판도를 죽임으로서 지미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안 준다는 점에서 더 속이 뒤집힐 수도 있겠다.
사실 지미는 그 사라진 1만 달러를 대신할 돈을 구하려고 은행을 털었고, 그 이후 도망가기 위해 어떤 남자의 차를 강탈해 타게 되는데, 마침 그 차에서는 ‘우리 라디오 채널 2HOT의 범퍼 스티커를 붙이고 계신 분들 중 한 명을 골라 1만 달러 현금을 선물로 드립니다!’라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고(이건 복선을 위해 영화 초반에도 잠시 나온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그 방송을 하는 라디오 DJ가 도망치는 지미네 차 바로 옆에 있었다. 라디오 DJ네 차를 보고 손을 흔들기만 하면 당첨이 되어서 합법적으로 1만 달러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거였는데, 지미는 도망가느라 마음이 급하니까 그런 건 생각도 못하고 오히려 그 DJ네 차를 들이받아 사고를 내고 더 멀리 도망가 버린다. 씁쓸… 이거야말로 진짜 안타깝다. 합법적으로 돈을 벌 수도 있었는데…
어쨌든 이런 아이러니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해피 엔딩이다. 판도에게 돈도 갚았겠다, 지미는 은행 강도질로 잡히기 전에 알렉스와 같이 호주 북쪽 해안으로 갈 비행기표를 사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지미를 엄청난 악당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은행 강도질까지 했는데 이렇게 편안하게 행복하게 끝이 나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한 건 내가 한국인이어서일까… 히스 레저와 로즈 번의 젊은 시절과 두 배우가 맡은 캐릭터가 꽁냥꽁냥하게 썸 타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꽤나 귀여우면서도 말랑말랑한 범죄 스릴러 영화다. 두 배우를 좋아한다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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