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영화 추천] <The Beautiful Game(홈리스 월드컵)>(2024)
실제로 존재하는, 홈리스 축구 선수들을 위한 월드컵을 배경으로 한 영화. 한국 영화 <드림>(2023)의 소재이기도 한 그 홈리스 월드컵이 맞는다. 영화의 주인공은 말(빌 나이 분)을 코치로 하는 영국의 홈리스 축구 팀이다. 집이 없어 차 안에서 자는 홈리스치고는 수상할 정도로(복선 😉) 축구를 잘하는 비니(마이클 워드 분)는 우연한 기회에 말에게 스카우트를 받는다. 헤로인 중독자였던 네이선(케일럼 스캇 호웰스 분)이나 똑똑하지만 사회성이 살짝 부족한 것 같은 알다(로빈 나자리 분), 고국에 아들을 두고 영국으로 망명해 온 칼(킷 영 분) 등, 이 팀은 이미 끈끈한 정으로 이어져 있다. 그런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니는 팀원들과 잘 어울리려 하지 않지만, 재능만큼은 무시할 수 없어 그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일본, 미국, 멕시코,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세계에서 온 팀들과 ‘아름다운 게임’을 벌이게 되는데…
축구를 전혀 모르는 나는 제목에 쓰인 ‘아름다운 게임(the beautiful game)’이라는 게 축구를 가리키는 말인 줄 몰랐다(위키피디아 참고). 친선 게임을 말하는 줄… 어쨌거나 이 영화는 글자 그대로 축구를 하는 영화다. 위의 줄거리 요약만 봐도 대충 감이 오겠지만, 팀원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재능 넘치는 축구 선수가 점점 팀원들과 우정을 나누고 축구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는 그런 내용이다. 축구를 모르지만 그런 게 나를 막지는 못한다! 어차피 축구 자체엔 별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이고, 이야기 진행이라든지 연기에 집중해서 보면 되니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좋았던 건, 다소 뻔하기는 해도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던 비니가 팀원들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이었다. 뻔하니까 더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리고 여성 축구팀도 등장한다는 점도 좋았다. 솔직히 이 영화에 남자들이 많은데 여성 팀이라는 설정도 없었으면 (실제로 홈리스 월드컵에서는 남성부와 여성부를 합쳐서 운영한다고 한다) 여성 캐릭터가 세 명밖에 없을 뻔했다.
개인적으로 별로였던 걸 꼽자면, 일본 팀의 설정이었다. 일본 팀을 이끄는 코치는 젊은 여성인데, 이쪽이 다른 선수들(전부 최소 40대는 되어 보이는 아저씨들)을 무리하게 푸시해서 마치 축구의 즐거움도 모른다는 듯이 멍한 표정으로 겁먹은 듯 구는데, 아니,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일본에서요? 일본에서 젊은 여자가 저렇게 자기 주장을 강하게 했으면 이미 ‘여자력’이 부족하네 어쩌네 하는 욕을 바가지로 먹었을걸. 목표나 성적에 굶주려 축구를 하는 재미 그 자체를 잃어버렸던 이들이 그걸 다시 찾는다는 설정 자체는 뻔하더라도 유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성적으로 몰아붙이는 쪽을 여성이라고 설정한 게 어이가 없다. 차라리 선수까지 다 여성인 여성 팀이었으면 또 모를까. 이보세요, 같은 노숙자들도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더욱 설 자리가 없는 게 노숙자들의 세계라고요. 그런데 젊은 여성이 코치 자리에 있으면 남자들이 얼마나 우습게 볼지 상상이 안 가세요? 남자들을 기죽일 정도로 과하게 몰아붙이는 여자, 이거만큼 여성 혐오적인 ‘스테레오타입’이 없는데… 😑 제이슨(셰이 콜 분)과 로지타(크리스티나 로들로 분) 사이의 썸이라고 해야 할지, 제이슨의 ‘의도치 않은’ 성희롱적인 발언 때문에 시작된 관계랄지 하는 건 연애 감정에서 비롯됐다고 변명할 여지나 있지(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게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이건 그런 것도 없다.
영화적인 면에서 좀 아쉬운 걸 말해 보자면, 비니가 영국 대표로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하기까지의 극 중 시간이 짧아서, 정말 스카우트되자마자 훌쩍 곧바로 로마로 가 버린다. 그래서 비니가 팀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유는 충분히 납득이 되지만, ‘노력해서 월드컵까지 출전한다’라는 그 벅참과 기쁨은 덜하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월드컵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그럼 그 전까지 준비하는 과정은 별로 안 중요했던 건가 싶고…. 비니가 팀원들과 안 맞는 부분도 로마로 출국하기 전에 충분히 이런저런 이야기로 보여 줄 수 있었는데. 그 점이 좀 아쉽다. 아무래도 이런 큰 시합은 선수들이 몇 년이고 오랫동안 준비하는 행사인데.
어쨌거나 나처럼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소소하게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다.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보시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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