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 읽고 나서

[연말 결산] 내가 뽑은 2024년 올해의 책

by Jaime Chung 2025. 1. 3.
반응형

[연말 결산] 내가 뽑은 2024년 올해의 책

 

2024년 한해에 읽은 책은 총 119권. 그중에 가장 의미 있고 권할 만한 책을 골라 보았다. 편의를 위해 책을 크게 픽션과 논픽션으로 나누었고, 그 안에서 부문을 따로 정했다. 이미 리뷰를 다 쓴 책들이므로 소개는 아주 간략하게만 하겠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리뷰를 확인해 주시길!

논픽션

최고로 귀여운 에세이

오지은, <아무튼, 영양제> ⭐️⭐️⭐️⭐️
내가 좋아하는 <아무튼> 시리즈에서 나온 영양제 이야기. 균형 잡힌 식사가 영양제보다 훨씬 더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 어려워서 영양제를 먹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이라면 다 공감하지 않을까. 진짜 귀엽고 재미있다. 귀여우니까, 귀여우니까 계속해 주세요!


페미니즘

로라 베이츠, <인셀 테러> ⭐️⭐️⭐️⭐️

레이첼 E. 그로스, <버자이너> ⭐️⭐️⭐️⭐️
한 권만 고르기 어려워서 공동 수상으로 정했다. <인셀 테러>는 전세계적으로 퍼져 나가는 여성 혐오의 물결에 대항해 싸우자는 의미에서 골랐고(더럽다고 피하면 계속 지랄을 해도 되는 줄 알고 깝칠 테니, 더러워도 맞서 싸워야 한다!), <버자이너>는 여성으로서 자기 몸은 알아 두자는 의미에서 선정했다.
최고로 감동적인 논픽션

론 파워스,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

실제로 조현병 환자인 아들을 둘이나 둔 저자의 가슴 절절한 호소. 작은아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큰아들은 다행히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아 계속 치료 받으며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자기 가족의 경험을 솔직하게 공개하며 ‘미친 사람들’이 사람들 생각만큼 무섭거나 폭력적 또는 범죄적인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하고, 또한 정신병의 역사나 정신병 환자들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 변화 등에 대한 사회적이고 학술적, 의학적 자료까지 갖추어 설명한다. 단연코 추천할 만한 책.
최고의 언어학 논픽션

멀리사 모어, <HOLY SHIT: 욕설, 악담, 상소리가 만들어낸 세계> ⭐️⭐️⭐️⭐️
(영어의) 욕의 역사에 대한 논픽션인데, 번역도 깔끔하게 잘되어 있고 재미있다. 무엇보다 욕을 다루면서 ‘욕은 저속한 거니까 하면 안 돼욧!’ 하는 고지식하고 설교하는 톤이 아니라는 게 정말 좋다. ‘Holy shit!’ 소리가 절로 나오는 책. 물론 칭찬입니다!
최고의 회고록

저넷 월스, <더 글라스 캐슬> ⭐️⭐️⭐️⭐️

이건 내가 영화 버전까지 리뷰하며 여러 번 말해서 아마 내 블로그를 꾸준히 보신 분들이라면 다 아시지 않을까. 단연코 이 책 말고는 다른 후보조차 떠올릴 수 없었다. 부모로서 부족한 이들이 아이를 낳으면 아이들이 이렇게 고생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최고의 회고록.

 

픽션

최고의 픽션

개브리얼 제빈,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
단연코 올해 읽은 픽션들 중 최고, 1등! 대상이라고 생각해 주시라. 올해 내가 읽으면서 가장 과몰입이 심했던 작품. 덕분에 개브리얼 제빈이라는 작가에게 푹 빠졌다. 인기 있는 소설은 종종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다지만, 이건 그런 미디어로 보고 싶지 않다. 그냥 이게 너무 완벽해서, 그 소설만으로도 충분하다. 진짜 이런 인물들이 존재하는 것 같고 너무 좋다.
최고로 웃긴 픽션

이사구,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

진짜 재밌다. 출간도 되기 전에 드라마화가 확정됐다고 할 정도로 드라마 만들기에 좋은, 재미있는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넘친다. 읽을수록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쉬웠을 정도.
최고의 영화/드라마화 & 원작 픽션

트렌트 돌턴, <우주를 삼킨 소년> ⭐️⭐️⭐️⭐️
개인적으로 이걸 호주 넷플릭스 최고의 아웃풋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넷플릭스에서 만든 드라마도 너무 잘 봤고, 소설에서도 특히 거스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이것도 과몰입 후유증이 심했던 작품이다. 저자인 호주 소설가 트렌트 돌턴의 경험을 기반으로 했다(아버지가 실제로 광장공포증이었고, 어머니가 마약 소지로 교도소에 갔었다고). 그런 힘든 상황에서 아이가 할 법한 상상을 가지고 이야기를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소설이다. 감동도 있고 읽다 보면 마음이 몰랑몰랑, 짜릿짜릿해진다.
최고의 리라이팅(re-writing) 픽션

나탈리 헤인스, <천 척의 배> ⭐️⭐️⭐️⭐️
’리라이팅’이란 고전 소설 같은 기존 작품의 이야기를 새롭게, 현대적인 시각으로 상상해 재구성하는 걸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이자 가장 훌륭한 예는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등장하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버사 메이슨의 이야기를 그녀의 입장에서 상상해서 쓴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라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좋은 예의 하나로 소개해도 좋을 듯하다. ‘트로이의 목마’ 사건으로 가장 우명한 트로이 전쟁의 이야기를, 대체로 트로이 여인들의 입장에서 다시 썼다. 훌륭한 페미니즘 소설로 봐도 좋다.
최고의 후속작 픽션

박서련, <마법소녀 복직합니다> ⭐️⭐️⭐️
말이 필요할까?
박서련 작가의 <마법소녀 은퇴합니다>(2022년 4월 출간) 이후 2년 6개월 만에, 2024년 10월에 <마법소녀 복직합니다>가 출간됐다! 야호! 전작에 이어서 마법소녀로서 성장해 나가는 ‘나’의 이야기가 귀엽고 재미있다.
최고로 후속작이 기대되는 픽션

서귤, <급발진> ⭐️⭐️⭐️⭐️
후속작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걸 빼놓을 수 없지. 너무너무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서, 이 본편을 끝내자마자 빨리 후속작을 읽고 싶어서 몸부림을 쳤다. 후속작이 있을 거라고 작가님 본인 입으로 말씀하신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작품 내의 끝마무리가 후속작을 암시하는 느낌이라 내 마음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거 최소 삼부작은 되어야 하지 않나요 작가님… 얼른 다음 편 주세요!!!
최고의 휴머니즘 픽션

게일 허니먼,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
올해 읽은 것 중 최고로 감동적인 픽션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사회성이 없고 ‘이상한’ 엘리너 올리펀트가 친구라는 걸 사귀고 트라우마까지 극복할 정도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걸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인간애까지 회복되었다. 억지 감동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감동, ‘그래도 삶은 아름다운 거지’라고 믿게 만드는 책을 찾는다면 이 소설을 권한다.
최고의 어린이/청소년 문학

강이라, <탱탱볼> ⭐️⭐️⭐️⭐️

어린이가 됐든 청소년이 됐든, 아이들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다면 그들을 무시하지 않고 동등한 눈높이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또 자신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당신이 하려는 말을 상대가 이해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뭐하러 글을 쓰나? 내가 작가는 아니지만 어린이나 청소년 문학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건 그런 점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어른이 썼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게다가 추리 소설에 대한, 애정이 담긴 레퍼런스가 많아서 추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면 ‘아, 이건 그 작품을 말하는 거구나!’ 하고 알아채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최고의 반전 픽션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엘레나는 알고 있다> ⭐️⭐️⭐️⭐️
올해 읽은 소설 중 최고의 반전을 자랑한다. 아르헨티나 넷플릭스에서 영화화했는데 이건 별로였고, 소설이 제일이다. 여성의 재생산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주제도 좋았다.
(특별상) 올해 읽은 원서 중 가장 시급하게 국내에 번역되어 정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책

Sierra Greer, <Annie Bot> ⭐️⭐️⭐️⭐️
내가 올해에 읽은 원서는 6권인데, 그중 이 책이 가장 시급하게 국내에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착하고 좋은, 평범한 남자인 줄 아는 인셀 새끼들을 너무 적나라하게 잘 그려서 하이퍼 리얼리즘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여성형 섹스 로봇이라는 주제가 좀 섬뜩하고 ‘크리피’하긴 하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그게 현실을 보여 주기 위한 적절한 소재였다는 걸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게 데뷔 작품이라니 놀랍다. 출판사들과 번역가님들, 제발 이 책을 들여와 주시기 바랍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