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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37

[책 감상/책 추천] 김수정, <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책 감상/책 추천] 김수정, 얼마 전에 흥미로운 쇼츠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이어터들에게 잘 알려진 필라테스 강사이자 유튜브 인플루언서인 캐시 호(Cassey Ho)가 디자인한 곱창 밴드(scrunch) 영상이었다. 보통 곱창 밴드처럼 보이는 이 머리끈에는 지퍼가 달려 있어서, 지퍼를 여닫고 그 안에 립밤이라든지 동전 같은 작은 물건을 수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간단하지만 기발해 보이는 이 곱창을 소개하는 쇼츠에 달린 몇몇 댓글들이 인상적이었다. 예컨대 이런 것들. 여성의 옷에 주머니가 없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어서, 이제 여자들은 '직접' 이렇게 주머니를 만들어 쓴다. 애초에 옷에 주머니가 많이 잘 달려 있었으면 귀찮게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도대체 왜 여자 옷에는 주머니가 없을까?.. 2022. 3. 25.
[책 감상/책 추천] 프랑수아 베고도, 세실 기야르, <나의 미녀 인생> [책 감상/책 추천] 프랑수아 베고도, 세실 기야르, 프랑수아 베고도가 글을 쓰고 세실 기야르가 그림을 그렸다.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프랑스산 그래픽 노블이다. 제목의 은 약간 반어법, 아이러니한 의미인데 우리의 주인공인 길렌은 추녀이기 때문이다. 사랑 많은 부모님에게 태어나 예쁨을 받으며 자랐지만, 그녀는 자신이 사회적 기준으로 '예쁘지' 않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자각하게 된다. 친한 옆집 친구 질(Gilles, 프랑스 남자 이름이다. 영어식 여자 이름 'Jill'인 줄 알고 나도 놀랐다)과 재미있게 놀던 차에, 다른 아이들이 무리로 놀길래 끼워 달라고 헀더니 '그 못난이를 데리고 오는 것만 아니면 우리랑 같이 놀아도 괜찮다'라고 한 것이다. 질은 다행히도, 또는 다정히도 이를 모르는 듯(또는 척)했지.. 2022. 1. 5.
[책 감상/책 추천] 김지승, <아무튼, 연필> [책 감상/책 추천] 김지승, 솔직히 책 표지는 이상한데 내용은 정말 놀랄 정도로 좋다. 나는 나름대로 '취존'이 잘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나도 이런 걸 파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분야를 파는 이, 또는 그런 덕질의 대상을 보면 "아,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죄송합니다…). 몇 년 전에 내 친구가 물고기(집에서 어항에서 키우는 그거)를 덕질한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이만큼 놀란 적은 없었다. 이 책의 저자는 무려 '연필 덕후'이다! 아니, 물론 문구류를 좋아해서 1300K나 핫트랙스 가면 이것저것 쓸어담는 사람은 봤는데, 같은 문구류이긴 해도 '연필'은 뭔가... 너무 사소하다는 느낌? '만년필'은 그래도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고 실제로도 비싼 것.. 2021. 9. 20.
[영화 감상/영화 추천] Moxie(2021, 걸스 오브 막시) - 소녀들, 혁명을 일으키다 [영화 감상/영화 추천] Moxie(2021, 걸스 오브 막시) - 소녀들, 혁명을 일으키다 감독: 에이미 폴러(Amy Poehler) 비비안(Vivian, 해들리 로빈슨 분)은 이제 막 9학년(한국으로 치면 중3이지만 미국에서는 고1)이 된 16살 소녀다. 오늘이 학기의 첫날인데 학교에서 '잘나가는' 애들은 벌써 다른 애들에게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고 비비안의 친구인 클라우디아(Claudia, 로렌 차이 분)가 알려 주었다). '엉덩이가 가장 섹시한 애, 가장 자 보고 싶은 애' 등등. 이렇게 여학생들에게 모욕적인 순위를 매기는 주범은 미식축구의 주장인 미첼 윌슨(Mitchell Wilson, 패트릭 슈왈제네거 분)이 있다. 그는 '꼬붕'이라 부를 만한 친구 제이(Jay, 제이슨(Jason)의 애칭,.. 2021. 6. 16.
[책 감상/책 추천] 서라미, <아무튼, 뜨개> [책 감상/책 추천] 서라미,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다( 시리즈에 관해 쓴 리뷰는 이 포스트 마지막에 붙여 놓겠다. 한두 개면 여기에 놓으려고 했더니 내가 무려 시리즈의 책을 아홉 권이나 읽고 후기를 썼더라). 사실 나는 뜨개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고, 별 관심도 없으며, 굳이 따지자면 싫어하는 쪽인데(뜨개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뜨개를 했다. 원래 누굴 싫어하면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게 싫어지는 법이지 않나) 이 책은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마지막에는 '아, 이래서 뜨개를 하는구나' 하고 뜨개의 매력까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게 애정의 힘인가? 이 책의 놀라운 점은, 뜨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여성주의에 관해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가 본문에서 언급하는 책 .. 2021. 5. 3.
[책 감상/책 추천] 원도, <아무튼, 언니> [책 감상/책 추천] 원도,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의 신권을 읽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 세상 모든 언니들에 대한 애정과 존경, 공감이 담뿍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친언니뿐만 아니라, 경찰학교에서 만난 동료 여경 언니들, 그리고 경찰 생활을 하며 만난 여성 피해자들까지도 '언니'로 부르며 그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그 안에서 여성주의적 자매애가 피어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경찰학교라는 곳은 전국 여경이 모두 모이는 곳이니 여중이나 여고처럼 여성들이 우정을 다지기에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교 첫날, 강당에 모인 우리는 한 명씩 앞으로 나가 지금껏 살아온 이야기를 짧게마나 나누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들어온 사람, 명문대를.. 2021. 4. 7.